한 스페인 친구가 자신이 직접 한 음식을 제게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이곳 사람들이 전혀 거들떠보지 않는 나물로 말이지요. 알고 보니 옛날에는 그래도 좀 먹었다는 엉겅퀴 새순을 따다가 스프를 해줬고요, 또 엉겅퀴 새순으로 오믈렛을 만들어주기도 했답니다. 신기하네? 했더니, 친구는 한국에서 돗나물(돌나물)이라고 보이는 스페인산 돗나물(돌나물)로 만든 장아찌도 선보여주었답니다. 스페인산은 질감이 살아있어 톡톡 씹는 맛이 있는 돗나물(돌나물)이었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양이 강한 이곳의 식물은 나름대로 진화하여 태양을 견디는 선인장처럼 그렇게 질기기도 했답니다.
ortiga라고 불리는 이 엉겅퀴 풀은 아주 따가운 풀이에요.
만지면 온몸이 두둘두둘 붉은 색으로 변하면서 따가워 죽습니다.
[백조의 왕자]에 나오는 풀입니다.
6명의 왕자가 마녀(계모 왕비)의 저주를 받고 백조로 변하자
동생 엘리사 공주가 벙어리로 지내면서 엉겅퀴 줄기를 뜯어와 옷을 짭니다.
바로 그 옷 재료가 이 엉겅퀴로 정말 따갑고 손으로 만지기에는 아아아악! 소리 나는 풀입니다.
참고로 우리 집 안팎 구석구석 아주 많답니다. 아이들은 근처도 안 갑니다. 한번 된통 당해봐서.
그런데 이런 막 나는 따가운 풀은 뜨거운 불로 숨을 죽이면 따가운 것도 사라져버려 오믈렛도, 수프도 해먹을 수 있답니다.
이 친구 외는 저는 한 번도 스페인 사람들이 나물을 뜯거나 캐거나 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니다! 라이문도 할아버지가 들판에서 뜯어온 코네히라는 식물이 있네요. 발렌시아 말인지, 비스타베야에서만 쓰는 말인지...... 이곳 사람들만 먹는 나물인지는 몰라도 봄만 되면 솟아나는 새순만 뜯어다 데쳐 먹는 음식이었답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이렇게 몇몇 사람들만 나물 먹는 방법을 아는 스페인입니다. 물론, 자연주의자들은 민들레며 각종 꽃을 뜯어다 먹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마을 사람들이 기웃기웃 나물 뜯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지난주 한국-캐나다 커플 가족이 우리 집에 놀러 오셨을 때, 우리 두 한국 여인들은 들판으로 나가 냉이가 있을 것이라며 찾기 시작했습니다.
"언니, 난 냉이처럼 비슷하게 생긴 식물을 봤는데, 정말 냉이인지 몰라서 한 번도 캐서 먹은 적이 없어요."
그러자 한국 언니는 주저하지도 않고 그냥 땅에 푹 눌러앉아 그러십니다.
"한 번 파보자. 파서 뿌리 냄새 맡아보면 당장 알 수 있거든!"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쪼그리고 앉아서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냉이 냄새 맡고 싶어서......
"나 정말 외국 나오니, 한국 냉이가 그렇게 먹고 싶어!"
우리 두 여자는 이렇게 소곤소곤 대화하면서 냉이인가, 아닌가,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냉이처럼 생긴 풀을 뿌리까지 뽑아서 킁킁 냄새까지 맡으면서 아주 즐겁게 말입니다. 그러자 우리 두 사람을 보던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이 그럽니다.
"아이고! 정말 한국 사람 별것을 다 먹는다니까! 이제 스페인산 나물을 찾는 거야?"
우리도 남편의 반응을 보며 큰소리로 하하하하! 웃었네요. 그도 그럴 것이 동양인 여자 둘이서 쪼그리고 앉아 수다 떨며 풀을 뽑고 있으니 얼마나 재미있게 보일까 싶었답니다.
그런데 우리는 냉이 찾기 완전히 실패했답니다. 아마도 우리가 사는 스페인 이 땅이 한국 땅과 성분이 달라 없을 수도 있고, 아니면 양떼가 다 먹어버려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답니다. 아무리 킁킁 냄새를 맡아도 냉이 비슷한 냄새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ㅠ,ㅠ
그렇게 주말을 오랜만에 모국어로 수다떨며 즐겁게 보내고 난 후......
전 글쎄 오랜만에 한식을 또하자고 음식물저장실에서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마른 산나물, 마른 미역, 마른 고구마 줄기, 마른 도라지까지......
우와, 이것 참! 아침 일찍 일어나 이것을 불리려고 물에 담가 삶거나 그냥 담가 놓거나 그렇게 반나절을 보냈답니다.
산똘님이 회사 다녀오더니 부엌 싱크대 재료를 보더니 깜짝 놀랍니다.
한국에서 공수받은 도라지와 산나물
"우와, 정말 한국 사람들은 지천으로 널린 것들을 이렇게 알뜰히 해서 먹는구나! (도라지를 보고) 저건 인삼이야?"
하하하! 인삼?! 도라지도 이렇게 말려 사용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고 얼마나 좋아했는지요. 물에 불리니 질감이 살아있어 향수 크게 느꼈답니다.
"오늘 바다에서 난 풀, 산에서 난 풀, 풀 파티 하는 거야?"
하면서 생소한 먹거리에 또 한바탕 즐거움을 표현하더군요.
그래, 남편...... 세상엔 정말 상상외의 음식 재료가 많다는 것을 우리 깊이 깨닫자!
아! 지난번 한국 언니 오셨을 때 너무 수다만 떨어 이런 음식 준비도 못 한 것이 급후회가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꼭 해야지...... 그런데 그때까지 남아날까? 아무튼, 이렇게 우린 한식으로 밥을 먹고, 좀 쉬자고, 시에스타 하자고 제안하니...... 산똘님이 그러더군요.
"나, 후식 먹고 싶어!"
"무슨 후식?"
"한식 후식!"
한식 후식? 그게 뭘까요? 남편이 그럽니다.
"코리안 팬케이크!!!"
그러자 세 딸도 다 함께 소리를 꽥 지르더군요.
그래, 엄마가 한식 끝판왕을 보여주마! 하면서 전 호떡까지 만들어 대령했다는 뒷이야기가 전해집니다. ^^
아! 나 요즘 요리의 여왕이 된 것 같아.
이렇게 요리 잘하면 안 되는데......!
요리 블로거로 전향할까?
정말 요리는 경험이야!
혼자 중얼거리면서 이 호떡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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