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다정한 스페인 남편의 추석 선물(?)

산들무지개 2014. 9. 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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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간만으로 블로그가 아주 한가해졌다. 

추석 연휴라 블로그 방문객이 화악 줄었다. 호호 웃으면서 "이거 참 한가하네..." 혼잣말이 나왔다. 


"그래, 가끔 블로거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거야."

하면서 해외블로거의 그 외로움을 외롭지 않도록 합당한 마법을 부렸다. 

그랬더니 정말 외롭지 않았다. 아니, 이곳에서는 명절 분위기가 아예 나지 않는 관계로 관심을 두지 않으면 전혀 명절임을 실감할 수가 없다. 우리가 사는 곳은? 스페인 고산의 한 평야


주말에 추석 음식을 준비하는 일 없이 나는 아이들 학교 용품을 준비했다. 

이곳은 9월이 학교 시작이니 준비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마침 남편도 오늘 쉬는 날이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우린 추석 이야기를 했다. 


"엄마, 오늘밤 우리 달님한테 소원을 빌자."

그래, 딸아! 소원 빌자!


그랬더니 남편이 그런다. 

"소원은 꼭 빌되, 나쁜 소원은 비는 것이 아니야. 좀 커봐라. 나쁜 소원도 알게 될 거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남편이 애교 모드로 들어갔다. 



"우리도 내년에 한국에 가자. 너무 멀어서, 아이들이 많아서, 지금까지는 갈 수 없었는데, 내년에는 꼭 갔으면 좋겠어. 당신이 한국에 못 간지 벌써 5년이 되었지? 당신은 아이들과 3개월 한국에서 지내고, 난 휴가 받아서 1개월 한국에 있다가 이곳에 돌아오는 것으로......! 내년에는 아이들도 자기 관리 좀 할 수 있게 커질 것 아니야?"



오...... 우리가 부자가 아니라 우리 가족 전원이 한국 가는 일은 참 부담이 되는 일이다. 우리 부부 단 둘이었다면 매 2년마다 한국에 들어가는데, 이제 아이가 셋이나 있으니 정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는 해외 사는 사람, 맨날 향수 젖어 한국 타령하는 것을 꼴불견으로 보고 있던데...... 난 꼴불견보다는 정신적 공허감으로 느끼고 싶다. 아무리 부자도, 아무리 한인 많은 곳에 살더라도, 아무리 한국과 가까운 곳에 살더라도...... 나처럼 한국이라는 땅에서 한 발짝이라도 떨어져 사는 사람들은 그런 그리움을 느낀다고 본다. 



"그래도 비행기 삯이 너무 많이 나와 어쩌지?"

나의 소극적인 말에 남편이 그런다. 



"그래도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마음껏 한국을 느끼고 오는 것이 좋지 않겠어? 한국말도 배우고, 한국 가족도 만나고, 난 여기서 내 여자들(나와 우리의 세 딸)을 그리워하고 있을 테니까! 내 여자들이 행복해지는데 그 비행기 삯이 뭐가 그리 큰 문제일까? 우리 열심히 저축하자." 한다. 



그냥, 오늘은 이런 말만 들어도 천 개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좋다. 

아이고...... 난 이 남자에게 감사해야 한다. 나를 그래도 사랑해주는 남자 한 명, 이 세상에 있으니 말이다. ^^;

우리가 만난 지 어느새 몇 년이 되었지? 남편에게 물었다. 


"결혼한지는 12년, 처음 만난지는 14년."


이렇게 강산이 한 번 바뀌어도 예전과 같이, 언제나 변함없는 다정한 이 남자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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