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룰루랄라 신 나게 바구니를 들고 산으로 버섯을 캐러 갔다.
난 이런 평온한 산행이 참 좋다. 산책하듯 그렇게 혼자서, 혹은 친구와 여유롭게 하는 산행이 너무 좋다.
버섯을 발견하다,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꼭 회사로 와줬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회사에 들렸더니 남편의 직장 여상사가 또 온라인 한국 식료품을 사야겠다면서 부탁한다.
"아니, 왜 이러세용? 한 달 전에 벌써 주문해드렸잖아요?"
농담식으로 이런 말을 꺼내자, 마라 씨는 웃으면서 그런다.
"한국 장이 너무 맛있어서 벌써 싹쓸이했어요. 한국 음식 왜 이렇게 맛있어요?"
한국 음식이 맛있다면서 감탄하는데 기분이 어쩌면 이렇게 좋아질까?! 그래요! 알았어요. 같이 또 홈쇼핑하지요. ^^ 나도 내가 추천해준 것을 좋아해 주면 엄청나게 좋다구요!
이번에는 이 스페인 아줌마가 된장을 어떻게 하는지 설명 좀 해달란다.
된장 맛이 참 좋아서 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나?!
내가 아는 선에서, 콩을 수집하여 쪄서 네모난 틀에 넣어 빼 겨우네 따뜻한 곳에 대롱대롱 매달아 두어 발효시켜 만든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내 스페인 남편도 한국 갔을 때 이런 메주가 달린 모습을 퍽이나 인상 깊게 보아 입에 침이 튀도록 다시 설명해준다. 그런 메주를 봄날에 항아리 독에 넣어 숙성시키면 된장이 된다고 했다.
그러자 마라 씨는 그런다.
"역시! 내가 생각한 대로야. 세상에! 어디서나 이렇게 어떤 재료를 가지고 그 재료의 맛이 나도록 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 너무 신기해요! 스페인에서는 어떤 조상이 동굴에 응고된 우유를 집어넣고, 그것이 발효되도록 하는 방법을 어떻게 알았느냔 말이에요. 게다가 치즈에 엉겨붙은 그 곰팡이에 손을 대고 맛있다고 한 사람은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보기에도 흉한 저 곰팡이를 열고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 크아! 정말 대단해요.
한국에서도 누가 저 메주를 달아서 발효시키고, 시퍼런 곰팡이 좋다고 했는지, 처음 곰팡이 걷어내고 장으로 만들 생각을 과연 누가 했단 말이에요?
캬! 그래서 내가 한국 장맛에 반했는지도 몰라요. 그것이 된장이라고요?"
이런다. 앗! 생각지도 못한 마라 씨의 한마디, 역시나 난 한국의 된장을 좋아할 이유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대단해! 마라 씨의 된장 이론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 메주를 숙성시킨 물로 간장을 만든다고 해줬더니 더 난리다.
스페인 동굴에서 염소 치즈 발효하는 모습
사진: multimedia.ine.es
"그럼 간장도 좀 사게 추천 좀 해줘요!"
그런다. 그런데 온라인 페이지를 여니 간장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ㅠ,ㅠ;
"마라 씨, 다음에 간장은 제가 공부 좀 해보고 괜찮은 것이 어떤지 알려드릴게요." 했다.
이렇게 간장 종류가 많다니 정말 나도 놀랬다. 그럴 줄 알았으면 미리 공부라도 해둘걸......
그리고 마라 씨를 위해 여러 반찬과 식료품 등을 다시 주문해줬다.
오늘 마라 씨는 드디어 한국 식료품을 배송받고는 좋아서 인증샷을 보내주었다. 이번에 새로 받은 물건들은 냉장고에 넣는 것인지 아닌지도 묻고, 쌍둥이 딸들이 방금 만두 먹고 나서 한국말로 솰라솰라하고 (지어내) 떠들고 있다면서 내게 강력한 만족의 표시를 보내주었다.
[이 세 가지 식품은 냉장고에 넣어요? 아님, 일반 저장실에 넣어요?]
저번에도 맛보았으면서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부산 어묵으로 '어묵국' 하는 방법을 알려달란다.
지난번에는 볶아 먹었는데 이번에는 '스프'로 먹고 싶단다.
그래서 열심히 아는 선에서 설명을 해줬더니 엄지 표시를 해주었다.
[방금 아이들 간식으로 만두를 먹였는데, 아이들이 먹고 나서는 이상한 소리를 지르네요.
자기들 말로는 한국말을 한다네요.]
[오늘과 내일 나는 의료 검사를 받아야 해서 한국 음식 못 먹어요.
대신 목요일부터는 한국 음식 시작입니다!!!]
아...... 이럴 때는 정말 왠지 모르게 너무 흐뭇하다.
한국 음식 좋아해 주는 사람과 같이 이렇게 온라인 쇼핑하는 재미도 너무 좋다. ㅎㅎ
다음에는 꼭 간장 공부하여 진짜 좋은 장을 소개해주고 싶다.
다음 블로그
"스페인에도 요강이 있다니? 정말 신기해"
http://blog.daum.net/mudoldol/672
"외국인 시어머니가 물려주신 나보다 나이 많은 '이것'"
http://blog.daum.net/mudoldol/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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