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한국 골뱅이 VS. 스페인 달팽이, 그걸 어떻게 먹어?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5. 9.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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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달팽이 요리"하면 프랑스를 제일 먼저 떠올리더라고요. 아마 프랑스 문화가 일찍 한국에 들어와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고 봅니다. "에스카르고"라는 프랑스 요리가 한국에서 이미 잘 알려졌고요, 심지어 달팽이 요리 전문점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달팽이"를 재료로 쓰는 곳은 지중해 연안인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보지 않아 정확한 정보를 수집할 수는 없으나 이미 스페인에서는 전통적으로 달팽이를 여러 요리에 썼고요, 이탈리아는 이탈로 칼비노의 [나무 위의 남작]이라는 소설을 보면 그 속에 나옵니다. 잘생긴 남작이 나무 위에 올라가 평생 살기로 결심하는 데에 적잖이 영향을 준 것이 지하실에서 달팽이 양동이를 가지고 나오는 누나 때문에 도망가다가 아마 나무 위로 올라간 듯합니다. 오래전에 읽은 것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참 재미있게 읽은 세계명작입니다. ^^* 그렇게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이 '달팽이'가 음식 재료로 쓰인다는 것이지요. 



아무튼, 저도 남편의 외할머니께서 살아계실 때 이 달팽이 요리를 가끔 얻어먹기도 했습니다. 발렌시아의 유명한 요리, 달팽이 빠에야(Paella)를 매번 하셨거든요. 



▲ 발렌시아의 대표적 빠에야(Paella)재료, 달팽이입니다. 

달팽이 빠에야......



그런데 왜 이렇게 입에 들어가지 않던지...... 소라와 비슷한 맛이 있으면서도 왜 소라는 입으로 들어가고 달팽이는 입으로 들어갈 수 없었는지...... 평생 달팽이를 먹어보지 않아 그래요. 한국에서 나고 자랐으니 이 달팽이가 꺼려지는 것은 당연하지요.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달팽이 요리 전문점이 생겨나고 있다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달팽이를 일상에서 전혀 먹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달팽이가 음식 재료로 보이지 않는답니다. 



▲ 스페인 마트에서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는 달팽이



요즘은 달팽이가 다 깨끗하게 공장에서, 조합에서 손을 거쳐 나와 그냥 마트에서 사기만 하면 끝입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달팽이를 집에서 일일이 다 손질을 했다네요. 채소밭에서 막 잡은 달팽이를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처리 과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냥 먹으면 맛없고, 더럽다(?)네요. 아하~! 스페인 외할머니께서 전통적인 방법을 예전에 설명해주신 적이 있었는데요, 너무 엽기적이었답니다. 


엽기적? 


먹는 거로 엽기적이라는 말은 쓰지 마~!!! 하실 분이 계시나 제게는 그랬습니다. 


옛날 아는 언니가 추어탕(?)에 관해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전 미꾸라지를 싫어해서 먹어보질 못했습니다. 지금도 못 먹는 것이 미꾸라지입니다. 죄송합니다. 미꾸라지 좋아하시는 분들한테...... 그 요리 할 때 두부와 미꾸라지를 끓인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꾸라지가 뜨거운 물을 피하려고 두부 속으로 속속 파고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솔직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미꾸라지는 피신처에서 된통 당한 것이잖아요? ㅠ,ㅠ 그것처럼 이 달팽이 재료 처리법도 제게는 좀 엽기적으로 들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달팽이 좋아하시는 분들께......



▲ 스페인에서는 전통적으로 달팽이를 키웠답니다. 

위의 사진처럼 달팽이 전용 바구니에 넣고 뚜껑을 덮고 기르기도 했고, 

또 작은 달팽이장을 만들어 키우기도 했다네요. 



일단 채소밭에서 잡은, 혹은 집에서 기른, 호두보다 큰 달팽이를 먹기 이틀 전에 밀가루 속에 집어넣는다고 합니다. 


물론 양동이 뚜껑을 닫아놔야겠지요? 밀가루에 들어간 달팽이는 열심히 밀가루를 먹는다네요. 그렇게 해서 달팽이의 더러운(?) 속을 깨끗이 한다네요. 그런 다음, 깨끗해진 밀가루 먹은 달팽이들을 물을 채운 양동이에 넣어둔다는 것...... 


물 바깥 양동이 테두리에 소금을 잔뜩 발라놓는다고 합니다. 


그럼 물 밖으로 기어 나오려는 달팽이는 소금 때문에 나오지도 못하고 그냥 물속에서 질식해 죽는다네요. 그렇게 몸을 밖으로 내놓고 질식한 달팽이를 요리로 쓴다는 겁니다. 일부러 소라(골뱅이) 먹을 때처럼 살을 빼지 않아도 된다고 하네요.


으앙~! 이쯤에서는 달팽이를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집니다. 



그런데 남편도 그러네요. 


"나는 달팽이는 먹겠지만, 소라는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어!"


에잉? 


지난번 제주 여행에서 소라 잡아서 삶아 먹은 것이 생각나서 그런가 봐요.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지만, 그냥 밍밍한 소라는 맛이 없다면서요. 사실, 스페인 사람들도 소수만 소라를 먹고..... 골뱅이는 아예 먹질 않습니다. 대다수는 달팽이만 먹습니다. 그래서 소라와 골뱅이 보고 "우웩~!" 적응 못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문화 차이이죠? 게다가 소라 먹기 위해 이쑤시개로 꼭 집어 먹는 모습도 신기하다네요.  


그런데 스페인 사람인 남편은 달팽이를 보면 입맛을 다시며 그런답니다. 


"토마토에 달팽이를 넣고 한 요리가 얼마나 맛있는데?"


그럼 전 남편에게 그럽니다. 


"골뱅이 무침 정말 맛있는데......?"


우리 국제부부는 서로를 보면서 웃어댑니다. 동시에 이런 말을 하면서 말이지요,


"우웩~! 그걸 어떻게 먹어?"


이것이 바로 자라온 환경의 문화 차이라는 것이겠죠? 그렇다고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비방하는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분위기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알려드립니다. 


그런데 이거 아세요? 

우리 아이들은 골뱅이나 소라나 달팽이나 

다~ 아주 아주 잘 먹는다는 사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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