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스페인 사람들은 소풍 갈 때 어떤 음식을 싸갈까?

산들무지개 2015. 9.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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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거의 15년을 살아오면서 '스페인에서는 이러이러해~'하고 단정이라도 지으려면 남편은 그럽니다. 우리가 사는 방식이 남들과 다르고, 우리가 관계하는 사람들이, 우리 친구들이 우리와 비슷해서 일반적인 스페인 모습을 단정 짓기에는 곤란하다고 말입니다. 


오~! 스페인에서는 사귀는 그룹을 보면 그 사람의 철학 및 정치 성향 등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맞는 모양입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 친환경, 친자연주의자, 유기농 주의자, 남녀평등 주의자가 대부분이라서 스페인의 일반적 모습을 보기에는 힘든(?) 환경에 있기도 하답니다. 정말 신기하죠? 스페인에 있으면서 스페인을 제대로 못 본다? 아니면 스페인에 있으면서 스페인의 참모습을 보는 것인가? 우리 친구 부부들 대부분이 가사 분담을 하고 남편들이 육아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스페인 부부는 이렇다고 말하면 어떤 분은 "나 스페인에 사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하면 아~! 할 말이 없지요. 


아무튼, 이렇게 스페인이라는 나라는 사회적 관계에 따라 아주~아주아주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랍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가 함께한 소풍에서는 스페인의 일반적 사람들의 모습을 접할 기회를 가졌답니다. 남편이 속해 있는 '맥주협회' 사람들 가족과의 소풍이었으니 말입니다. 이 그룹은 정치와 철학, 이상을 넘어 'Only 맥주'에만 공통점이 있으니 무작위 사회 계열이 뭉친 그룹이라고 보면 된답니다. 신기하게도 이 그룹에서는 정치, 여성비하, 스포츠 등등의 대화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


그래서 그 소풍 때, 저는 비로소 스페인 보통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관찰할 기회를 가졌지요. 



스페인 사람들은 소풍 때 어떤 음식을 싸갈까요? 



오늘은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보통 산행을 하거나 캠프장을 가면 우리는 샌드위치를 싸가서 간단하게 먹고 오는 방식의 하루를 보냈는데요, 우리가 지난 주말에 간 소풍은 말 그대로 소풍 가서 자연에서 다 함께 먹고 즐기고 온 하루의 방식을 보냈답니다. 스페인에서 정말 처음이다, 할 정도의 소풍이었지요. 


한국에서는 김밥이며, 소풍 도시락이 참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운데요, 스페인 사람들은 어떤 형태의 음식을 싸올까요? 스페인서는 역시나 김밥은 싸오지 않고 이런 것들을 싸오더라고요. 


한 번 같이 보시죠~!!!



스페인 발렌시아(Valencia) 북서부 페냐골로사(Penyagolosa, Peñagolsa) 자연공원에 소풍을 갑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소풍 가서 돗자리를 깔고 앉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메렌데로(merendero, 야외에 있는 식탁)라는 곳에서 음식을 펼쳐놓고 즐깁니다. 메렌데로가 없는 곳에서는 이미 사람들이 야외용 접이 식탁과 의자를 가지고 와서 음식을 펼쳐놓고 먹습니다. 스페인에서 야외에 돗자리 깔고 앉아 먹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요. 신기하죠? 


저 멋진 메렌데로에서 스페인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펼쳐놓고 먹을까요? 



역시나 샐러드를 챙겨옵니다. 살피콘(Salpicón)이라는 해물 샐러드입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샐러드에요. 홍합, 문어, 새우, 게맛살, 양파 피클, 파프리카 등이 들어간 맛난 요리입니다.   



스페인에서 흔하게 먹는 샐러드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샐러드를 매일 먹기 때문에 소풍에서조차 샐러드를 싸오네요. 



빠질 수 없는 치즈~ 왼쪽 것은 냄새가 어마어마하게 나는 염소 치즈고요, 오른쪽은 냄새가 구수하게 나는 딱딱하고 오래된 치즈입니다. 아~ 난 둘 다 조아~ ^^*



염소 치즈는 껍질을 까면 이렇게 속이 말랑말랑 빵에다 발라먹거나 스틱형 빵을 찍어 먹습니다. 이거 굉장히 지독한 냄새가 나요. 발 냄새보다 더 지독하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엄청나게 좋아한답니다. 



치즈가 있으면 이 엠부티도스(Embutidos, 각종 다양한 소시지 종류)가 빠질 수가 없지요. 통후추가 들어간 살치촌(Salchichón)



이것은 스페인 사람들은 엄청나게 맵다고 하는 초리소 피칸테입니다. 그런데 제가 먹어보니 에게게~ 조금 매워~ 소리가 절로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제 반응에 스페인 이웃들은 멘붕 왔어요. 어마어마하게 맵다면서 자랑스러워했는데 제가 안 맵다고 하니 실망~! 믿을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이것 봐요, 전 한국인이라니까요!!! 



빵~ 빵~ 빵입니다. 치즈와 엠부티도스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보통 스페인 사람들은 빵과 함께 먹습니다. 


그리고 절 놀라게 한 소풍 음식이 또 있었습니다. 세상에~!!! 소풍에도 사람들과 다 같이 먹으려고 가져온 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다음 사진입니다. 



헉? 하몬?!!!

Jamón!


돼지 다리 한 짝을 가져왔습니다. 아~! 역시 스페인이구나 싶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야외에서 취사 금지이기 때문에 특별한 바베큐 화덕장이 아니면 금지이랍니다. 그래서 이렇게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없으니 아예, 돼지 다리 한 짝을 통째로 가져왔습니다. ^^* 아~ 재미있어라~



돼지 다리 하몬을 받치는 대와 함께 하몬 칼도 가져왔습니다. 



붉은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하몬 조각을 잘라 바로 시식하면 정말 맛있어요. 이렇게 손수 하몬을 떠 먹습니다. 



스페인 식탁에 빠질 수 없는 감자칩~!

감자칩도 음식이라니까요!!! 특히 소풍 같은 날에는 언제나 감자칩이 한몫을 톡톡히 합니다. 어린이들이 다 달려들거든요. ^^* 



앗! 이것은 무엇일까요? 

냄비를 통째로 가져왔잖아요? 차로 이동해오기 때문에 이렇게 냄비째로 가져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전 도시락에 음식 싸오는 한국 문화가 좋긴 좋답니다. 얼마나 좋아요? 도시락...... 그런데 이곳은 그런 개념이 별로 없어 그냥 해 온 음식을 엽니다. 뭐, 식구들끼리 가는 소풍은 도시락에도 싸가지요. 그런데 많은 인원이 같이 모이는 나들이에서는 이렇게 큰 그릇에 싸옵니다. 



이 음식은 무르시아 지방 음식이네요. 앤살라다 무르시아노(Ensalada murciano)이랍니다. 해석하자면 무르시아 샐러드입니다. 감자를 익혀서 토마토소스에 넣고 올리브와 함께 식혀 먹는 샐러드라고 합니다. 

 


단호박과 초리소(파프리카 가루 넣어 만든 소시지)를 박아 만든 포카치아 빵입니다. 



채소 케익, 타르타 데 베르두라스(Tarta de verduras)입니다. 시금치와 브로콜리 채소 케익입니다. 



스페인의 전통 음식, 엠파나다(Empanada)입니다. 으음~ 맛있어요~! 



스페인 대표 오믈렛~! 스페니쉬 오믈렛이라고 하는데, 보통은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Tortilla de patatas)라고 합니다. 감자 오믈렛~!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신 분은 이미 이 존재를 알고 계실 듯해요. 스페인 사람들이 외국만 나가면 제일 먹고 싶은 것이 엄마가 해준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라고 합니다. ^^*



이것은 쿠스쿠스~! 모로코 음식 재료이죠? 스페인은 모로코와 가까워 가까운 마트에서도 쿠스쿠스를 살 수 있습니다. 만들기도 간단하고...... 이제 점점 대중화되는 음식이지요. 



단연, 빠질 수 없는 맥주~! 그것도 수제맥주.

보통 스페인 사람들은 소풍 때에도 와인을 가져갑니다. 그런데 이 그룹은 맥주 협회 사람들이라 맥주만 잔뜩 가져왔습니다. 와인은 요리용으로만 가져왔으니 그 맥주 사랑 어디 가겠습니까? 신기한 것이 절대 술에 취하는 이들이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두 잔 맛만 보는 미식가들이지요. 신기하게도 스페인 사람들은 술 취한 사람을 좋은 눈으로 보지 않으며, 술 취하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더군요. 



스틱형 간식과 땅콩 박은 간식~! 



소풍이라도 후식은 꼭 먹어야 하는 스페인 사람들입니다. 

스페인에서 수박이 나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이 먹고 소비한답니다. 그런데 수박 자르는 모습은 한국과 아주 다르답니다. 저렇게 양 꼭지를 평평하게 자르고 안정적으로 놓아 수직으로 자른답니다. 이것은 나중에 포스팅할게요. 왜 저렇게 자르는지...... 



빠질 수 없는 둘세(Dulce)~!!!

단 것~! 초콜릿이 팍팍 들어간 브라우니~! 스페인 어른들도 좋아하고, 아이들도 좋아하는...... 

이렇게 단 것에 목숨 거는 사람들 처음입니다. ^^* 그 만큼 단 것을 좋아한답니다. 



사라가 으음~! 하고 한 조각 가져갔습니다. 



소풍 때 모습을 보니 남자들이 이렇게 준비하더라고요. 신기해~! 여자들은 오랜만에 야외에 나와 그런지 본 척, 만 척한다는...... 아니, 보고 싶어 하지 않다는...... 여자들끼리 모여 남자들이 준비하고, 먹고 난 후, 치우는 모습을 보고 깔깔깔 웃었답니다. 남자들 너무 잘한다고 칭찬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아이들은 다른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소풍했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하루를 보냈네요. 


어때요? 재미있었나요? 한국과는 다른 스페인 사람들의 소풍 음식~! 저도 이번에 보고 참 신기했답니다. 이런 소풍 자주자주 가지면 참 좋겠어요. 집에서 맛있게 요리하고 야외에 나가 온 가족이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고 이런저런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것, 음식도 같이 나눠 먹고...... 정말 좋았습니다. 


남편이 그러네요. "이 모습이 보통 스페인 사람들의 모습이야~!" 


그래도 어딜 가나 사람들 모습은 같이 나누고 먹는 본질~
이것이 참모습이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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