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나를 놀라게 한 스페인 사람들의 과일 먹는 법

산들무지개 2015. 9. 28.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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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 "스페인 사람들은 소풍 갈 때 어떤 음식을 싸갈까?"에서 제가 약속드린 부분이 있었지요? 기억하실 분이 있으신지 모르겠으나, 스페인 사람들은 수박 자를 때 특이한 방법으로 자른다는 부분 기억하시나요? 왜 그렇게 자르는지에 대해 꼭 다른 꼭지에서 소개하겠다고 말씀드린 부분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것과 관련한 스페인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문화적 차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자고로 "스페인 사람들의 과일 먹는 법"이라는 전체적 이야기로 말입니다. 


제가 스페인에 정착하던 초기에 엄청나게 놀랐던 문화적 쇼크였던 부분이었지요. 왜 그랬을까요? 여러분도 제 이야기를 한 번 듣고, 저와 같은 문화적 쇼크를 받으실지 한 번 봐주세요~! 



스페인 사람들은 과일을 간식으로 먹지 않습니다. 


정말 재미있게도 스페인 친구 집에 방문했을 때에 누구 하나 과일을 손님에게 내어오지는 않더군요. 특별하지 않다면 그냥 간단한 커피나 차 정도가 다이더라고요. 한국에서는 과일을 손님 선물로도 사고, 또 손님 초대했을 때 잘 깎아서 대접해주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지요? 지난번 한국 갔을 때도 초대 받은 집에 갈 때마다 수박이며, 과일을 잔뜩 사 가는 제 모습을 본 남편이 크게 놀랐답니다. "무슨 과일이야?" 하면서 말이지요. 하긴 스페인 남편에게는 손님 집에 갈 때 와인이나, 맥주, 특별한 치즈, 후식용 케이크 등이 가지고 가야 할 항목이니 말입니다. 



스페인에서는 과일을 본인이 알아서 깎아 먹습니다. 


이것도 엄청나게 재미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스페인 사람들은 과일을 후식으로 꼭 먹는답니다. 

식탁에 아예, 과일 그릇을 갖다 놓는답니다. 과일 그릇에는 정말 여러 종류의 과일이 담겨있습니다. 사과, 복숭아, 바나나 등...... 잔뜩 쌓아놓고 후식 때 과일을 하나씩 꺼내 자기 앞에서 과일을 직접 잘라 먹습니다. 그래서 개인 나이프가 이렇게 유용하다니까요!!! 



먼저 격식을 차리지 않는 일반적인 스페인 가정에서의 식탁을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식사 순서가 다른 서양권 문화와 거의 비슷합니다. 먼저, 전식(간단한 피카디요(picadillos, 예를 들면 아몬드 열매, 감자 칩, 올리브, 등등)을 먹고, 그다음 첫 접시, 그다음은 첫 번째 접시를 치우고 아래에 있는 접시에 두 번째 접시 요리를 먹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차나 후식 먹기 전에 과일을 먹습니다. 


바로 두 번째 요리를 먹고 남은 빈 접시에 과일 껍질을 깎아놓고 먹는답니다. 물론, 접시를 새 것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먹고 남은 빈 접시를 껍질 받이용으로 사용한답니다. 그래서 나이프가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지요. 스페인 사람들은 언제나 나이프를 곁에 둡니다. 육식보다 채식 식단이 많은 지중해 요리 특성상 사실 나이프가 없어도 되지만, 과일이나 빵을 잘라 먹기에는 꼭 필요한 도구가 나이프이지요. 



과일 먹는 법도 신기한 스페인


작년 다음 블로그에도 소개되었던 적응 못 했던 과일 먹는 법은 기억하시는 분은 아실 듯합니다. 


외국 시댁의 과일 먹는 법, 아직도 적응 못 해~ 

http://blog.daum.net/mudoldol/539


위의 포스팅에 소개되었던 과일 먹는 법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포도, 체리, 딸기 등의 과일을 물그릇에 씻어 먹는다는 이야기였죠? 


저에게는 아주 큰 문화충격이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자고로, 식탁에, 위의 열거된 과일이 오를 때는 미리 씻어서 같이 나눠 먹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먹고 싶은 만큼씩 집어다 준비한 물그릇에 넣어 훌훌 씻어 먹는 형태라는 것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식사가 다 끝나면 포도가 나올 경우에는 물그릇도 함께 나온답니다. 그러면 포도 줄기를 따라 먹고 싶은 양의 작은 그룹을 위의 사진에 표시된 화살과 같이 자른답니다. 의외로 스페인 사람들도 과일 이런 방식으로 먹더라고요. 아닌 사람도 있지만 제가 관찰하면서 본 풍경이랍니다. 



그리고 자른 부분을 저렇게 물그릇에 넣어 물에 훌훌 씻습니다. 이렇게 개인이 알아서 포도를 씻어 먹는답니다. 한 번은 시어머님께 그랬죠. 


"미리 씻어오면 편하지 않을까요?"


그러자 시어머니께서는 그러셨답니다. 

"누가 얼마만큼 먹을지도 모르는데 미리 씻어놓고 남으면, 이 포도 금방 썩어서 안 된단다~!"


한 번도 물로 씻은 포도가 금방 상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해 시어머니의 말씀이 좀 놀랍기도 했답니다. 

이런 식으로 작은 과일들을 스페인 사람들은 먹습니다. 


그렇다면 큰 과일들은 어떻게 먹을까요? 



이렇게 수박 자르는 것 처음 봤어요. 


식탁에서 각자 알아서 먹는 과일과는 다르게 스페인 식탁의 큰 과일(수박, 멜론, 파파야 등)은 반드시 한 명이 처리한답니다. (물론, 서로 어떻게 잘라야 한다고 큰 대화(수다)가 오갑니다.) 큰 과일을 다룰 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과일을 처리해준답니다. 그런데 한국과는 무척이나 다른 방식으로 과일을 잘라 좀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했답니다. 


제가 처음 스페인 시댁에서 과일을 먹을 때, 저희 시아버님께서 멜론을 자르셨답니다. 



스페인 발렌시아 주의 오르따에는 여러 종류의 과일 채소가 납니다. 그 중 수박, 멜론 등이 여름에 아주 많이 나 가격도 1,2유로대로 아주 저렴하답니다. 그리고 스페인 사람들은 아주 많이 이런 과일을 즐겨 먹는답니다. (한국서 수박 한 덩이에 만 원이 넘는 것에 남편이 좀 충격 받은 듯합니다.)


스페인 시아버지께서는 먼저 멜론의 양쪽을 평평하게 자르셨습니다. 


 

위의 사진에서처럼 양 꼭지를 평평하게 잘랐습니다. 물론 사진의 시범 물 멜론은 좀 상해서 산똘님이 사진3처럼 무척이나 많이 잘라내긴 했지만 말입니다. 멜론이 설 수 있을 정도로만 양쪽을 잘라주면 된답니다. 


그리고 멜론(수박 등)을 저렇게 세워서 수직으로 한 조각씩 잘라내더라고요. 


아~! 전 솔직히 너무 놀랐답니다. 어른 머리보다 더 큰 수박도 저런 식으로 자르니 말이지요. 



보세요. 지난번 스페인 사람들 소풍 때 음식 포스팅의 사진 하나도 같은 모습이지요? 


저는 너무 놀라 당연히 시아버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죠. 한국에서는 그냥 반으로 쭉 갈라 고깔 모양, 삼각형으로 잘라먹는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스페인 시아버님께서 그러십니다. 


"그렇게 먹으면 맛없는 부분만 먹을 수도 있잖아."


이 말씀은...... 과일이 익을 때, 당도가 골고루 가지 않고 윗부분에 집중할 수도 있다네요. 그래서 골고루 과일 맛을 알기 위해서는 과일을 머리끝에서 발끝, 즉, 길쭉하게 수직으로 잘라먹어야 한다는 뜻이었답니다. 오우! 신기해~! 하면서 저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답니다. 


그런데 그다음 또 신기하게 제게 물 멜론을 잘라주시더라고요. 



각자 알아서 이렇게 잘라진(칼집 내진) 멜론을 두 번째 접시에 올려두고 먹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반만 잘라준 큰 과일은 바로 개인이 알아서 뚝딱 손으로 잘라서 먹어야만 한답니다. 

바로 아래의 사진처럼 말입니다. (수박도 마찬가지로 똑같은 형태로 잘라주곤 합니다.)



이렇게 수박이나 멜론은 수직으로 자르고 칼집만 여러 번 적당한 간격으로 내어 줍니다. 그러면 개인이 알아서 위의 사진처럼 뚝딱 손으로 잘라 먹습니다. 이것은 먹기도 쉽고 또 빈 접시에 두기도 편안한 방법이지요. 처음 몰랐을 때는 너무 신기해서 역시, 스페인은 한국과는 다르구나, 싶었답니다. 수박도 이런 방법으로 잘라서 먹는답니다. 물론, 깨끗하게 잘라 주는 사람도 있지만, 후식 빨리 해치우고 커피와 케이크 등이 기다릴 때는 이런 식으로 재빠르게 사람들에게 과일을 잘라 돌려준답니다. 



어떤 과일은 찻숟가락으로 떠먹기도 한답니다. 


뭐, 요즘 한국에서도 과일을 찻숟가락으로 떠먹는 분들이 간혹 있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스페인은 과일이 많이 나는 나라답게 과일 먹는 방법도 특이했답니다. 스페인은 바나나에서부터 감까지 여러 종류의 열대 과일(채소) 열매, 온대 과일이 생산되는 나라랍니다. 


특히 대표적인 과일이 키위랍니다. 


키위를 먹을 때 한국처럼 껍질을 잘 잘라 예쁘게 썰어 먹는 것이 아니라 과일을 숟가락으로 떠먹더라고요. 



키위가 말랑말랑해졌을 경우에는 이렇게 숟가락으로 떠먹는답니다. 



노인, 어른, 아이들 할 것 없이 스페인 사람들은 키위나 감 등 좀 물컹한 과일은 이렇게 숟가락으로 떠먹습니다. 특히, 소풍을 갈 때도 키위와 숟가락을 가져오는 경우를 종종 봐서 참 신기했답니다. 참고로 스페인 사람들도 홍시를 먹는데요, 홍시 먹을 때도 이렇게 숟가락을 사용합니다. 



우리 스페인 시어머니께서는 항상 감을 홍시로 만들어 드시는데요, 언제나 찻숟가락으로 

해결을 하십니다. 반면, 저는 홍시를 두 쪽을 손으로 갈라 손에 묻히지 않고 능숙하게 먹는데 말입니다. 


뭐, 위에서 다룬 것은 제가 문화적 차이를 느낀 과일 먹는 법이었는데요, 다른 과일은 좀 이해해줄 만한 선에서 설명을 첨가해드리자면요......



스페인에서는 과일은 각자가 먹을 만큼만 먹습니다. 


식탁에 올려지는 과일 바구니(혹은 과일 그릇)는 한꺼번에 다 먹으라고 올려진 것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취향에 맞게 선택하여 먹으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바나나를, 어떤 사람은 사과를, 또 어떤 이는...... 자두를...... 


그날그날 먹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양만 먹어도 된답니다. 

심지어 사과 하나를 다 못 먹겠다면 반만 잘라 반은 과일 바구니에 다시 담고 나머지 반은 껍질을 깎아 먹으면 된답니다. 한국에서는 손님이 오거나, 집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다 과일을 미리 깎아 내오는데요, 스페인에서는 그렇지가 않답니다. 과일은 손수 깎아 먹는 것...... 그래서 낭비하는 과일이 없답니다. 



그런데 뜻밖에 과일 깎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좀 곤란한 경우도 있지요. 어떤 사람은 껍질 깎는 것 자체를 싫어해 바나나만 먹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봤고요, 한국 같은 경우는 엄마가 깎아주는 과일 덕으로 비타민을 섭취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의 과일 먹는 법, 저는 솔직히 문화 충격을 받았던 경험이었답니다. 한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형태로 과일을 먹는 게 신기하지도 했지만, 이런 소소한 문화 차이로 동서양의 차이를 오히려 알게 되지 않았나 싶었답니다. 


여러분, 즐거운 추석 연휴 무사히 잘 보내시고요, 추석 과일 많이 섭취하시고, 비타민 쌩쌩 에너지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스페인 고산평야에서 [참나무집] 가족이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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