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가족의 여행기/2015년 여름, 한반도 방랑기

제주 속의 작은 "산소 같은 파라다이스"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5. 11.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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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시작하던 첫날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친구가 빌려준 차를 몰고 [한림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이곳에 수학여행을 온 기억이 잠깐 났습니다. 그런데 기억나는 것은 오직 제주도식 초가집 하나뿐이었답니다. 아쉽다. 기억이 나질 않네? 그래도 어딜 가나 식물원에는 꼭 가야 직성이 풀려 저는 식구를 데리고 식물 낙원이라고 생각된 [한림공원]으로 향했습니다. 


한림공원에 차를 주차하니 생각 외로 사람이 적어 놀랐습니다. 몇 대의 관광버스가 있었는데 단체 관람객들은 어느새 공원 안으로 들어가버려 한가한 이 풍경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들 셋에 어른 둘, 한 식구가 이동하니 입장료도 뭉텅 빠져나가 버렸습니다. 아직 환전하지 않은 상태였고, 아직 한국 돈에 길든 상태가 아닌 첫날이었답니다. 집에 있던 돈을 모조리 가지고 나왔는데, 가지고 나온 돈이 충분하다 여겼는데, 아이쿠야~! 돈이 금방 나가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점심 사 먹을 돈이 없는 것을 그때야 확인하고 어쿠야! 또 한탄을 질렀답니다.  


그래도 일단은 [한림공원]으로 들어가 보자. 시차 적응하기에는 산소 같은 공원이 최고야~ 혼잣말을 하면서 식구들을 앞세웠습니다. 


여러 테마들이 문을 활짝 열고 방문객을 유혹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주도의 공원과 테마파크들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해 우리는 그냥 발길 닿는 데로 이동했습니다. 알고 보니 테마파크식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기억을 되살려 식물원인 줄로만 알았던 이곳에 들어서니 파충류와 새, 연못, 물고기, 민속촌, 게다가 동굴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수석관도 있었습니다. 놀랍고도 상세한 지도에 감명은 받았지만, 아직 만3세에 불과한 쌍둥이 아이들이 있는 관계로 발길 닿는 곳만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이 아이들 발길이 생각 외로 짧고 투정쟁이라 다른 식구의 희생도 필요한 법이니까 말입니다. 

 


입장권을 받고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아이들과 어디부터 먼저 갈까? 생각하다 아열대 식물원에 먼저 들어갔습니다. 낙원의 상징인 열대 식물을 보기 위해 들어갔는데 우와, 따뜻한 나라에서 온 파충류들도 함께 있더군요. 



평소에는 한눈에 볼 수 없는 이런 식물과 파충류가 있어 참 신기했답니다. 아이들도 난생처음 실제로 보는 거북이와 도마뱀, 뱀, 구렁이 등에 눈을 떼지 않더군요. 



아빠도 신나서 아이들에게 설명해줍니다. 

"잘 봐. 정말 큰 도마뱀이지? 이 도마뱀을 엄마와 아빠는 말레이시아 티오만 섬에서 매일 봤었어. 얼마나 컸던지, 우리는 악어인 줄 알았어~!" 

그럽니다. 정말일까? 저 워터모니터, 악어 아니었어? 제가 오히려 어리둥절해 있었습니다. 


 


"파파야 열매야. 이 파파야 열매는 인도, 네팔,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볼 수 있는데, 열매보다는 샐러드로 해먹으면 더 맛있어. 매운 샐러드로 말이야. 앗~ 저 뱀은 색소가 없어서 하얀 뱀이 되고 말았어." 


스페인 아빠는 한글 표지판을 읽는 듯 흉내를 내면서 온갖 내용을 지어내 아이들에게 설명해줍니다. 이럴 때 보면 관광 안내원 저리 가라입니다.  



이 식물은 브라질 원산지인데 광범위하게 인도, 태국, 네팔, 심지어 스페인에도 있는 부켄베리아입니다. 너무 예쁘죠? 저는 인도 사막에서 이 꽃에 반한 적이 있는데, 사막에서도 잘 자라날 정도면 굉장한 생명력을 지닌 것이 아닌가 싶었답니다. 


 


"앗~! 이 야자수는 스페인에서 건너왔네~!" 

남편이 먼저 소릴 지릅니다. 


자세히 보니 정말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 온 카나리아 야자수더군요. 우와, 대단한 식물군단이 이곳에 있구나, 그제야 저는 한림공원의 역사를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1971년에 한림공원은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우와, 나보다 나이가 많구나~! 그 당시 개인이 이런 공원을 여는 것 자체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하는데요, 송봉규 씨 개인 사업가가 일본 전람회를 보고 한림에 땅을 사들여 황무지를 이런 꿀과 젖이 흐르는 파라다이스로 돌변시켰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공원의 풍경은 작은 파라다이스처럼 나른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유럽 역사를 봐도 예술과 정원은 개인이 만들어 긴 역사를 간직한 곳이 많이 있습니다. 개인이 이뤄낸 한 보타닉 가든은 500년 넘는 역사도 있다니, 한국에서도 사설 공원이라 해도 그 가치는 대단하여 부디 오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생각 외로 아이들이 좋아한 사막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각종 선인장이 바늘을 달고 방문객에게 인사했습니다. 마냥 건조하고 마를 것 같은 선인장에서도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 모습에 아이들도 환호를 보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정말이지 환상적인 식물과 꽃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각 코너마다 자세히 설명한 식물 학명 및 이름이 적혀있는데요, 그 많은 이름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낼 수 없어 이렇게 사진으로만이라도 열심히 찍어댔습니다. 


하나하나 부르고 싶은 이름이지만, 꽃에게, 식물에게 이름을 불러줬을 때 그 이름 속에 갇혀 온몸으로 느끼는 의미는 사라질 듯하여 그냥 눈으로 마음껏 즐겼습니다. 



기이한 형태의 삼나무 아래 잠시 쉬어 갈 수도 있고, 여러모로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아 그야말로 공원임을 느꼈습니다. 



앙증맞고 예쁜 조형물과 인공 샘, 인공 호수, 연못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인공이라 하여 다 나쁜 것은 아니잖아요? 가꾸고 꾸미고, 관리되고 있는 이곳이 어쩌면 낙원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래서 그런지 아빠는 손을 슬쩍 물속에 잠급니다. 

"아~ 이 물고기는 사람이 두렵지 않은가 봐." 


아이들도 잉어들이 헤엄치는 모습에 매료되어 한참은 있었네요. 스페인에는 이런 물고기 없어~! 큰 아이가 아주 즐거워했습니다. 



키위는 알지만, 키위 식물을 본 적도 없었던 저는 키위에 반해 사진 하나를 찰칵 찍었습니다. 위의 사진의 꽃이 키위꽃이라고 합니다. 알고 보니 제주도에서 나는 키위가 아주 맛있다고 하네요. 역시, 제주도 기후가 좋아 이런 맛있는 키위도 이곳에 정착하는구나~.



너무 신기하여 다가갔더니, 생긴 그대로 이름이 코끼리발나무라고 합니다. 

코끼리 살결처럼 거센 나무가 땅에 굳게 박히겠다는 듯 떡 하니 발을 디뎠네요.(위의 사진)


한림공원은 정말 제주도의 작은 제주라고 느껴질 정도로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천연동굴입니다. 우리는 천연기념물 제236호 제주 용암동굴 지대에 들어갔습니다. 6월 중순의 더위가 싹 가시는 신선함이 동굴 안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똑똑 떨어지는 차가운 물방울을 맞으면서도 아주 시원하여 한참을 있었네요. 

협재 동굴을 빠져나오니 생긴 것도 요상한 제주도 요정들이 우릴 반겼습니다. 아이들도 신났습니다. 

"제주도 요정들이야~"

아이들이 이렇게 말했지만, 엄마는 속으로 그럽니다. 

'요정처럼 보이니? 후훗~ 돌하르방처럼 엄마는 보이는데.....'

이런 조형물도 그냥 허투루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보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제주 첫날이라 그럴 수도 있어~!  



동굴에 재미 들여 이제 쌍용동굴로 들어갑니다. 


 


이곳은 중간에 하늘 향해 뚫린 곳도 있어 더 신비하게 다가왔습니다. 잠시 나와 햇볕을 쬐니 역시나 동굴의 습기 때문에 카메라 렌즈가 이렇게 환상적 분위기를 뿜어냈습니다. 



그런데 금강산이라도 식구경이라고 했는데...... 


엄마가 돈 계산을 잘못해 가지고 온 돈이 없어 그만 아이들에게 밥을 사줄 수가 없었습니다. 갖고 있는 몇 천원으로 어묵바 한 개씩 먹으라고 하고 다시 탐험에 나섰습니다. 

오?! 제주도 하면 해녀지~!!!


우리 가족은 서로 해녀가 되기 위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산드라, 아빠, 누리, 그리고 사라 순입니다. 누리와 사라는 너무 비슷해서 다시 사진 정리하다 꼼꼼 체크했습니다. (우. 누리, 좌. 사라) 쌍둥이니 어쩔 수 없어요~! 


우리는 제주도 여행 끝말에 [제주 해녀 박물관]을 다녀왔었는데요, 그때 정말 전율할 정도로 강했던 해녀들의 삶을 볼 수 있어 아주 좋았답니다. 해녀들의 그 삶은 바로 제주의 역사였더군요. 



민속촌으로 들어갑니다. 들어가는 길옆에 잘 정돈된 배추밭에서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스페인에서 6년 만에 온 한국의 모습, 정겨운 밭 풍경, 그저 나도 모르게 감동하여 이렇게 큰 여운이 남았네요. 


살아있는 역사를 볼 수 있는 민속촌입니다. 작은 민속촌이지만 제주 탐방에서 보지 않으면 안 되는 한 부분입니다. 혹시, 제주에서 시간 없는 분들께 추천할 장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작은 제주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랄까요? 



민속촌 앞 작은 항아리에서 자라나는 연꽃~! 



새가 있는 공간으로 이동했습니다. 제 눈에 큰 도자기 항아리가 들어왔습니다. 저 항아리는 꿀과 젖을 담는 항아리였던가? 도자기를 전공한 제게는 이런 오너먼트도 깊게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씩씩하게 조류 사파리에 들어왔지만, 슬슬 배고프다는 아이들...... 

배고프면 할 수 없지, 자~ 슬슬 왔던 곳으로 돌아가자.



그런데 우리는 아름다운 공작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기위해 두 수컷이 날개를 쫘악 펴는데...... 아이들도 배고픔을 잊고 넋 놓고 쳐다봅니다. 



그 옆 우리에는 아름다운 흰 공작새.

난생처음 본 흰 공작새에 매료되어 저는 한참을 보았습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으로도 보지 못한 아름다운 동물이 이렇게 많구나~!" 



집으로 돌아가자며 나온 길 위에서 아이들은 인공 샘에서 또 즐겁게 손장구를 칩니다. 

아이들에게도 신비한 꽃이 좋았는지, 가는 곳마다 떨어진 꽃을 주워 저렇게 들고 다녔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인 데이지 과의 꽃이 아름답게 피어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제주도에 아주 많은 꽃이더군요. 제주도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꽃인데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난~ 



출구로 가는 길 위에 갑자기 남편과 아이들은 물소리에 이끌려 어디론 가로 갑니다. 어딜 가? 같이 가~! 배고프다면서? 

귀신에 홀린 듯, 들어간 곳은 인공 호수였습니다. 아~ 정말 아름다운 정원이었습니다. 

작은 파라다이스인 듯, 각종 식물과 물, 물고기. 인공이지만 잘 가꾸어진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불모지를 이렇게 가꾼 그 정성과 역사가 참 대단하더군요.  



입을 벌리고 산소 흡입하는 물고기들~! 

우리의 음식을 기대하는 걸까? 정말 산소를 흡입하려는 걸까? 평소에 보지 못한 물고기의 입 벌린 모습에 참 재미있게 관찰했습니다. 



자연이란 이렇게 신비한가 봅니다. 우리가 상상으로도 생각해내지 못하는 그 아름다움을 어찌 이리도 잘 표현하는지......



이곳은 분명 꿀과 젖이 흐르는 작은 파라다이스가 틀림없어~! 



입을 쩍 벌리고 산소를 흡입하는 물고기에 아이가 그럽니다. 


"포뇨의 동생들이네." 

아이고, 역시나...... 마법으로 인간이 된 언니 포뇨를 위해 동생들이 물고기로 변해 떼 지어 가는 만화 에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생각해낸 아이의 말이었습니다. 


나는 얘들이 마음껏 산소 파라다이스에서 마음껏 산소 흡입하면서 우리 구경하는 것 같아~! 



우리 가족은 배가 고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출구로 향했습니다. 배가 고파도 좋아, 우린 구경 잘했어. 서로 얼굴 맞대고 즐거워하는 꼬맹이 쌍둥이에게 아주 미안했던 날이었습니다. 다음에는 꼭 돈 챙겨서 다닐게. 스페인 고산에서만 살다 여행하려니 돈도 챙겨야 하고 정말 정신 똑똑히 챙겨야겠어. 돈 꼭 갖고 다닐게~! 그렇게 제주도 첫날의 한림공원 방문은 앞으로의 제주를 많이 보여준 날이었습니다. 



추신) 이 글은 2015년 6월에 시작한 [한-서 가족의 제주도 방랑기] 후기담입니다. 지난 여행 이야기이지만, 추억 새록새록 돋는 한겨울의 푸른 여름을 선사합니다. ^^* 그리고 여행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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