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진을 정리하다 아이가 한참을 엄마 곁에서 종알종알하며 한국에서 즐겼던 일들을 회상했습니다. 어? 아직도 한국을 기억하는구나, 싶어 일부러 아이에게 물어봤습니다. 한국에서 기억나는 일들은 무엇인가 하고 말입니다.
(참고로 우리 가족은 해발 1200미터 스페인 고산평야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두 달을 한국 가족 방문을 했는데요, 5년 만에 방문한 한국이 큰 추억으로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역시나 아이의 눈으로 한국을 기억하더라고요. 아이에게는 역시나 재미있었던 일들이 자기 기준에서 돌아가고 있었답니다. 엄마와 아빠가 아무리 좋은 곳 데려가 주고 보여주어도 자신이 즐겁지 않았다면 전혀 좋은 곳이 아니었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너무 재미있어서 아이가 추억하는 한국의 모습은 어떤지 계속 듣고 싶었습니다.
아이는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옆에서 종알종알 참새처럼 지저귀며.....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엄마! 엄마 할머니 집에서 물놀이한 것이 아주 재미있었어!
제가 어렸을 때 할머니 집에서 살았는데요, 그곳은 어느 작은 마을의 역전이였습니다. 그 집은 일본식 집이었는데 제가 그곳에서 지냈답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말이지요. 우리 할머니 뵙기 위해 들렸던 날 아이들은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면서 지냈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제가 유년기에 자주 놀았던 물가에 데리고 가 놀았답니다.
엄마가 했던 방식으로 똑같이 노는 아이들이 그저 재미있기만 했는데 딸아이도 그것을 추억한다니 좀 놀라웠기도 했답니다.
물가의 작고 둥근 돌멩이에 그림 그리면서 물놀이했던 것이 많이 기억에 남았나 봅니다. 저는 할머니 품에 안겨 또 애기 짓 할 수 있었던 것이 너무 좋았네요. 우리 할머니 이제 여든셋입니다. 그날 뵈었을 때는 틀니를 빼고 계셨는데 쪼글쪼글 하회탈같은 할머니 품에 꼭 안겨 울었지 뭐에요?
그런데 아이가 기억하는 또 하나는 정말 엉뚱한 것이었습니다.
엄마, 한국에서는 젓가락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항상 맛있었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한참을 갸우뚱갸우뚱했지요. 그랬더니 아이가 그럽니다. 한국에서는 젓가락이 많아서 재미있게 응용해서 먹는 것이 재미있었어.
어...... 그래? 가령, 어떤 것?
엄마! 소시지! 기억 못 해?
오히려 제가 기억 못 한다고 나무라더군요. 그래서 사진을 같이 찾으면서 봤더니......
할머니(우리 엄마)가 삶으신 옥수수에 젓가락을 콕 박아서 먹는 것~!
이모부 계시는 곳에서 바베큐 파티하면서 본 나무젓가락의 변신~!
아이는 한참을 나무젓가락으로 꼼지락 꼼지락~!
그 후, 스페인에 돌아와서도 계속 젓가락으로만 밥 먹겠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역시나 소소한 것들만 기억해낸다니까요!
제 딴에는 이게 굉장한 문화 쇼크였나 봐요. 스페인에서는 이렇게 젓가락이 실용화되지 않았으니 이런 모습을 보고 굉장히 크게 기억 속에 저장해놓았네요. ^^* 귀여워라~!
엄마, 한국에서는 케이크를 생일 아니어도 먹어~!
아이가 또 추억에 남는 한국의 모습이 이런 것이네요.
그러게~! 스페인에서는 불 붙은 케이크는 생일에만 먹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그냥 기분 내킬 때, 즐겁게 사람들과 만나 후우~ 불며 먹는 케이크가 그렇게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네요.
음악의 천재(?) 바이올린 연주자, 큰이모의 노래로 함께 케이크를 먹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케이크 먹고 싶을 때는 한국이 생각나~!"
"그래? 나도~!"
"그리고 또 뭐가 생각나니? 한국 여행에서 추억하는 것 또 없어?"
"으응~, 엄마......"
엄마, 난 한국의 어린이 세면대가 좋았어~!
아하~! 한국의 쇼핑몰이나 마트 등등에서 본 화장실 어린이용 세면대와 변기가 좋았나 봅니다. 제주도에서도 화장실에서 한참을 손 씻던 아이들이 떠오르더군요. 뭐 별것을 다 생각해내네~! ^^*
그러고 보니, 우리가 이-마트에 놀러 갔을 때의 일화가 생각나는군요.
햇볕에 탄 이모부가 머리를 자르러 미장원에 갔을 때입니다. 헤어드~자이너께서 머리를 막 만지시더니, 제 동생에게 그럽니다.
"이 분 한국말 하세요?"
큭큭큭~! 하도 피부가 까매, 외국인인 줄 알았다는 아가씨 말에 우리는 우하하하!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죄송합니다. 재부~!
아이는 한국의 세면대와 함께 생각나는 것이 또 있다네요.
어린이 놀이방도~!
박물관이든, 마트든 어린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공간이 기억난다네요.
특히 제주 해녀 박물관에서 해녀 체험 비슷한 방에서 놀던 것이 많이 기억난다고 합니다. 저는 박물관을 돌면서 구경하고 있어서 실제로는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는 없으나 아이는 그런 곳에서 참 즐거운 추억을 쌓았네요.
낚시를 즐기는 쌍둥이들
이-마트였던가? 어떤 마트의 레고방이었나?
기억이 가물가물~!
아이는 이곳에 가고 싶다고 난리였습니다.
한국의 아이스크림이 너무 좋아~!
사진을 보니 아이가 그럽니다. 한국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이 너무 좋다고 말입니다. 별것 아닌데 좋아한다니...... 아마도 사촌 언니와 같이 먹던 하드가 생각났나 봐요. 그리고 농담과 함께......
"산드라, 산드라~! 도둑이 제일 좋아하는 하드가 뭔지 알아?"
"몰라~!"
"보석바!"
그때 우리는 보석바를 먹고 있었지요.
"산드라, 산드라~! 도둑이 제일 싫어하는 하드가 뭔지 알아?"
"몰라~!"
"누가바!"
제가 옆에서 듣고 있다가 한참을 웃은 일화입니다. 아이도 웃겼는지 한국에서 먹었던 하드가 무척이나 기억난다네요. 쌍쌍바에서부터 돼지바까지...... 그러고 보니 양도 적당하고 가격도 착했던 그것들이 그리울 것 같기도 하네요. 왜냐? 일단 스페인 고산에는 없으니까......!
엄마, 또 가고 싶다면 사촌들이랑 더 많이 놀고 싶어~!
역시 그 또래는 그 또래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지요.
정말 사촌들하고 놀던 것이 가장 크게 기억날 수도 있네요.
제주에서는 엄마, 아빠 친구와 이모들하고만 놀았으니 그 또래의 즐거움이 없었을 텐데, 그 또래의 가족인 사촌들이 얼마나 재미있었겠어요?
게다가 같이 놀면서 한국말도 얼마나 늘었던지......!
같이 대화하는 모습 보고 정말 놀랐답니다.
"엄마, 한스(사촌) 보고 싶어~!"
왜냐면 한스(별명)가 아주 친절하게 산드라에게 딱지치기를 가르쳐줬거든요. 스페인에서는 딱지 칠 사람도 없고, 같이 재미있게 딱지를 치지 못해 너무 아쉬워하는 아이 입에서 나온 말이네요.
그러게 여기 놀러 좀 오지~!
사촌 언니의 합체 놀이와~
아주 다양한 김밥도 먹고 싶고~
종알종알 수다 삼매경으로 빠져든 아이 입에서 이런 소소한 추억을 생각해내더라고요. 아이는 즐거운 한국 여행 또 하고 싶다며 난리입니다.
아이 눈으로 보는 한국이 좀 이런 시시콜콜한 것들은 스페인과는 많이 다르게 느껴지네요. 또 뭐가 있지? 아이는 한참 곰곰 생각합니다.
여러분, 즐거운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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