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몬(Jamón)을 좋아하는 한국의 친구가 스페인에 놀러 왔답니다. 10년 전 하몬을 맛보고 난 후, 기회만 되면 하몬을 시식하고, 그것도 모자라 한국에서 하몬을 넣은 크림 파스타를 만들어 파는 이탈리아 레스토랑까지 운영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다, 진짜 하몬에 반하여 스페인에서 하몬 만들기에 도전해보기 위해 이곳까지 날아오고야 말았답니다. 그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하나에 미치면 결과를 보고야 마는 그 열정에 감탄했습니다.
이번에 우리 [참나무 가족]은 친구와 함께 스페인의 엑스트레마두라(Extremadura) 여행을 했답니다. 엑스트레마두라는 스페인에서도 좋은 육류와 파프리카로 꽤 유명한 곳이랍니다. 특히, 소나 말, 돼지 등을 자유롭게 놓아 기르는 방목지역으로도 유명하답니다. 실제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떡갈나무류(Encina)의 참나무, 코르크나무 등이 듬성듬성 자란 초원에 동물들이 자유롭게 거니는 모습이 꽤 인상적으로 남았답니다.
저는 코르크나무 사이로 떼 지어 뛰어다니는 돼지들을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난생처음으로 태어나 그렇게 자유롭게 뛰어 이동하는 돼지를 본 것은 정말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도에서 길 진흙탕에서 꿀꿀대는 작은 멧돼지 종류를 봤지만, 저렇게 푸른 초원에서 즐거운 듯 뛰어 다디는 (윤기 좌르르 흐르고, 까맣고 포동포동 살찐) 돼지는 처음이었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저 동물들은 자유를 먹고 사는구나~! 싶었답니다.
물론, 나중에는 도살을 당해 육류로 유통되지만, 자연의 흐름에 빗나가지 않는 이곳만의 특징으로 돼지의 삶은 순환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한 농가에서 서른 마리의 돼지를 길러 서른 마리에 해당하는 하몬만 생산해냅니다. 그리고 다시 서른 마리의 돼지를 사들여 기르고, 또 그것에 해당하는 하몬을 생산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도토리를 먹고 자란 하몬은 아주 비싸게 시장에 나온답니다. 귀하기 때문이지요.
한국 친구 말로는 한국에서 팔리는 도토리 먹은 베요따 하몬이 500만 원을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그것도 뼈 다 바르고 나서 말이지요. 한국 내에서 팔리는 한국산 돼지 하몬 다리 하나는 20만 원 정도라고 하고, 스페인산은 그보다 더 비싸다고 합니다. 정작 스페인에서는 보통 돼지 하몬 다리가 10만 원도 안 되는데 말입니다. 물론 등급에 따라 차이가 나긴 하지요.
이번에 우리는 이 고장에서 나는 베요따 하몬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하몬 만드는 세까데로(Secadero, 염장 건조하는 공간)에 들렸는데, 그곳에서 판매하는 하몬을 사 왔답니다.
이곳에서는 여러 종류의 하몬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검은 이베리아 흑돼지 중에서도 베요따(bellota, 도토리)만 먹고 자란 최상급 하몬(Jamon Iberico de Bellota)이 있는가 하면, 베요따와 다른 뿌리, 농장주가 직접 먹이를 주며 기른 이베리꼬(Iberico)가 있었습니다. 가격도 크게 차이가 났습니다.
하몬 이베리꼬의 큰 특징은 족발이 까만색이라는 것입니다. 보통의 하몬은 족발이 흰색이기 때문에 확연히 그 진품 여부를 결정할 수가 있답니다.
우리가 간 곳은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곳이라 가격이 마트보다 훨씬 저렴했답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가격이 훨씬 내려갔다는 현지인의 귀띔에 한국 친구는 덜컥 지름신 강림하여 다리 한 짝을 사게 되었답니다. 한국에서는 감히 비싸 먹어보지 못했다는 하몬 베요따에 스페인에 왔으니 꼭 먹어봐야 한다는 일념으로 말입니다.
동행한 세 남자의 눈에서 이글이글 불타는 열정이 보였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남자들이 먹을 것을 두고 흥정하는 모습을 보니 참 신기했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남자들이 요리 못 하면 대접 못 받는 시대야. 재료도 잘 알아야 하고, 이런 먹는 것에 관심을 둬야만 여자들이 좋아한다니깐~!"
친구는 이런 말로 자신의 소비를 정당화했습니다. 그래, 한국 가면 이런 것 살 수도 없고, 하몬을 사서 입국할 수도 없는 일이니...... 한 번 맛이라도 봐라~!
그런데 스페인 남자들이 옆에서 솰라~ 솰라~ 더 난리가 났습니다. 친구에게 왜 이 하몬이 좋은지 입이 마를 틈이 없이 설명해줍니다.
"이 베요따 이베리아 돼지는 자유롭게 도토리만 먹고 자랐어. 그래서 다른 보통 돼지보다 훨씬 향이 좋아. 맛은 이루 말할 수 없어. 특히, 잘랐을 때 나오는 물결 모양은 그 특유의 품질을 보장해주지. 건강한 음식이 바로 이 베요따 하몬이지."
그래? 그럼 한 번 큰 다리 하나를 골라 보자.
남자 셋이서 솰라 솰라 의논하여 가장 큰 다리 한 짝을 골랐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께서 손수 염장된 겉 부분을 잘라내고 직접 확인을 하십니다.
하몬을 쿡 찔러보더니 그 찌른 부분의 향을 직접 맡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 하몬 괜찮은가요?"
이런 독특한 향까지도 그 품격을 높입니다. 남자 셋이 돌아가면서 냄새를 맡더니 큰 감탄의 환호와 함께 좋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 좋아, 역시 향이 다르네. 돼지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그렇게 하여 하몬에 반한 한국 친구와 현지인 남자 둘은 하몬을 사기에 이릅니다. ^^*
자~, 다리 한 짝을 구했소이다~! 아이도 즐거워 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이 다리 한 짝을 사 들고 비스타베야의 참나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시식을 해야죠~!
우리 참나무 집에 안착한 스페인 최고의 하몬, 바로 하몬 데 베요따(Jamón de bellota)입니다.
역시 족발이 까만색이죠? 하몬 이베리꼬를 의미하는 바입니다.
천천히 하몬 칼로 잘라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물결 모양의 마블링(?)이 보이나요?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요? 하몬 이베리꼬에서만 보이는 특별한 물결 모양이라고 합니다. 이런 흰색 무늬들이 있어야 좋은 하몬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하몬 데 베요따 이베리꼬의 큰 특징은 저 얇은 비계가 입안에서 슬슬 녹는다는 사실이랍니다. 정말이지 비린 냄새가 전혀 없고, 저 비계마저 입안에 살살 녹아 모든 이들이 이 하몬 데 베요따를 최고의 하몬으로 이야기한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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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9 - [스페인 이야기/여행, 여가] - 돈키호테의 풍차 마을에 다녀오다
2015/12/13 - [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 스페인서는 성탄절에 트리보다 이런 장식을 한답니다.
2015/12/16 - [스페인 이야기/여행, 여가] - 유대인 마을의 흔적과 서민 정서가 넘쳐나는 스페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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