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딸바보 아빠, 부모에게도 효자 아들

산들무지개 2016. 2. 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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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감기에 걸려 콜록대고 있으니 아빠는 회사 출근하기도 바쁜데 아이가 마실 타임 꿀 허브티까지 만들어놓고 갔습니다. 꼬박꼬박 목에 스카프를 둘러주고, 잘 때는 이불까지 챙겨 덮어주니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그런데도 아빠는 아이가 걱정되어 회사에서도 수시로 전화를 합니다. 


엄마는 

'뭐, 아이들이 다 그렇지, 좀 있으면 낫겠지.' 

오히려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유독 남편만 아이들 일에 대해선 저렇게 안절부절못합니다. 


아마 자식 사랑도 다 물려받는가 봅니다. 한국에서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에 부모들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곳 스페인에서는 나쁘게 말하면 성가시다 싶을 정도로 부모와 자식들 관계가 밀착되어 있습니다. 아마 그런 영향으로 남편도 딸들에게 저렇게 구는구나 싶습니다. 사실 저는 친정아버지와 여전히 서먹하답니다. 어려운 것이지요. 어쩐지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아버지라는 존재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의 가족 문화가 참 마음에 든답니다. 어려울 땐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부분, 참 쉽게 다가가 참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문화가 좋습니다. 어렵게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느끼며 서로의 사정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서로를 밀착시킨답니다. 



▲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남편이 만들어 놓고 간 감기 치료 허브티. 

보온병에 넣고도 식을까 봐 부엌 수건으로 꽁꽁 싸맨 모습. 

아이에게 주라면서 약 처방 표시까지 해놨습니다.



이번에도 남편은 시댁에서 냉장고 수납 칸을 하나 들고 왔습니다. 


"새로 교체하면 될 걸~!"


그런데 오래된 냉장고라 새로 교체하는 것보다 자신이 손수 고친다며 도구를 들었습니다. 


"봐. 이거 1유로, 요것들 두 개가 40센트야. 겨우 1유로 80센트밖에 들지 않았다고."

한국 돈으로 3천 원도 안 되는 재료비로 부모님 걱정을 덜어드리겠다며 가져와 도구로 드르르륵 수리합니다. 


저 절약하는 모습도 다 시부모님에게서 왔구나~! 

남편에게서 시부모님 두 분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보기에는 조잡해 보였지만, 그 정성과 들인 시간, 그리고 부모 생각하는 마음이 다 보여 그저 남편이 참 좋은 사람이구나 느껴졌습니다. 이런 가족의 모습은 보면서 물려받는구나 지금 깊게 생각되었습니다. 한순간에 사랑의 습관은 변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투박하게 보이지만 남편은 그래도 아주 오래 더 쓸 수 있다면서 완성된 모습을 사진으로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부모님께 사진을 보내드립니다. 지금 일흔을 바라보는 두 스페인 시부모님께서도 금실 좋은 노부부신데 이 메세지도 함께 보시더군요. 


"장하다. 내 아들~!" 

칭찬 메세지를 받고, 남편은 웃음을 해맑게 보입니다.  



이런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보는 게 갑자기 참 눈물나도록 감동이었습니다. 이게 바로 사는 모습이지~! 뭐 별것이 있겠어? 가족 간의 사랑을 달리 표현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내가 옆에서, 곁에서 함께하는 일상의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식도 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것이지~! 확신이 왔습니다. 


무뚝뚝한 엄마가 되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일깨운 순간이었습니다. 


추운 겨울 건강 유의하시고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저는 일 때문에 마드리드에 가려고 했으나 일이 무산되는 바람에 남편과 줄행랑, 1박 2일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갔다 와 또 블로그로 찾아뵐게요~!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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