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스페인 고산 [참나무집]의 세탁 나들이

산들무지개 2016. 3.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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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봄입니다~!!!


어떻게 절기에 맞게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지 모릅니다. 이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에서도 싹이 톡톡 조용한 소리를 내면서 나무에서, 땅에서 나오고 있답니다. 블루베리처럼 생긴 엔드리노(endrino) 나무에서도 흰색 봉우리가 톡톡 터질 기세를 보이고 있답니다. 


스페인 고산에서는 1, 2월에 가장 추우며 3월은 환절기로 날씨 변화에 우중충하면서도 따뜻해지는 기운이 느껴진답니다. 4월은 비가 한바탕 내려주며 시원한 봄소식을 터트려줍니다. 식물이 환호하면서 싹을 틔우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물이 부족한 스페인 고산은 이때를 잘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답니다. 비 소식은 곧 물 소식이 되니 말입니다. 빗물을 받아 쓰는 농가가 대부분이고, 마을의 모든 이들이 샘에서 물을 길어 식수로 이용하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이 끊기는지라 마을 사람들 대부분 이 자연의 변화에 아주 민감해진 상태랍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저는 물 걱정하는 사람들을 만난 듯합니다. 소방관이든, 선생님이든, 의사든, 농부든, 정육점 아줌마든, 바의 주인이든, 다들 다~ 이 물 걱정을 합니다. 비가 안 오면 샘에서도 물이 안 나올 텐데 큰일이야~! 하면서 말이지요. 



하늘에 구름이 덮였습니다. 햇살이 간간이 인사하지만 요즘 날씨가 이렇게 우중충합니다. 구름이 많이 끼어 비라도 내려줬으면~ 하고 바라지만 비는 이슬비만 내립니다. 


이런 날은 참 난감합니다. 비도 안 내리고, 해도 안 뜨면...... 빨래하기가 전혀 가능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물이 부족하니 빨래도 안 되고, 해가 안 뜨니 태양광 전지가 풀 가동하지 않기 때문에 세탁기를 쓸 수도 없답니다. 


여기서 우리 [참나무집]이 참 낭만적으로 느껴진다고 하신 독자님들은 시골 생활의 어려움을 보실 수 있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현실을 참 긍정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답니다. 


바로 세탁 나들이하기에 좋기 때문이지요. 



간밤에 내린 비로 어느 정도 저수탱크에 물이 채워졌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물이 채워져도 해가 뜨지 않아 우리는 밀린 빨래를 위해 세탁 나들이를 합니다. 


구불구불 해발 1,200m 산속의 도로를 타고 지중해 연안의 도시, 카스테욘으로 향합니다. 


그곳에 동전 세탁실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참에 스페인의 동전 세탁소 구경 한 번 해보세요~! 

정말 깔끔하고 모던합니다. 다른 곳과 차이가 납니다. 요즘 이런 식으로 셀프 동전 세탁소가 생겨나고 있는데, 참 마음에 듭니다. 세탁도 30분에 짜잔 하고 끝나버리니 아주 편하고 좋네요. 건조기도 있어서 우중충한 날씨를 보이는 고산 가족에게는 환상입니다. 



일단 셀프 동전 세탁실 내부 풍경입니다. 아빠와 아이들은 오자마자 간식 타령으로 자판기에서 무엇인가를 꺼내고 있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대용량의 빨랫감도 들어가 아주 좋네요. 이불 빨래도 가능하고...... 



가격은 다림질 15분 - 1유로, 건조기 17Kg - 2유로, 건조기 11Kg - 2유로, 빨래 14Kg - 6유로, 빨래 19Kg- 7유로, 손빨래 기능을 위한 특수 빨래는 11Kg - 8유로가 되겠습니다. 


스페인의 전기세와, 세탁소 가격을 고려하면 한 번 이렇게 쉽게 빠는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 않는 편입니다. 



다림질 기계 



자, 자~ 아빠, 빨리 뽑아줘~! 



누리는 벌써 자리 잡고 음료수를 마시고 있습니다. 

이곳은 와이파이도 무료로 제공해 빨래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인터넷 서핑이 가능합니다. 



우리가 갔을 때도 꽤 많은 이들이 왔는데, 다들 빨래를 돌려놓고 어디론가 가 버리더라고요. 우리처럼 산에서 온 사람들은 어디 가지 않고 문명의 신기함을 구경하느라 이곳에서 줄곧 놀았네요. 



자, 현금을 동전으로 바꾸어 이제 본격적인 [참나무집] 빨래를 돌립니다. 


덕분에 시골 생활의 위기를 이렇게 우리는 극복했습니다. 시골에 사는 것은 고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언제든 도시 나가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도시 구경도 하고, 장도 보고, 다양하게 이 위기(?)를 극복합니다. 



동전 세탁소에서 간식이 불만이었던지라 우리는 근처 카페에서 아이들 욕구를 충족해주었습니다. 아이들도 세탁 나들이가 은근히 기다려지나 봅니다. ^^


이제 이곳도 봄입니다. 신선한 봄 소식과 화창한 꽃들이 곧 우리 안구를 정화해주기를 희망하면서...... 


여러분도 즐거운 봄, 설레는 봄을 맞으시길 바랍니다.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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