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봄날, 약간은 기분이 우울하고 허탈하지만, 밖에 나가봅니다. 최근 어떤 웹사이트의 불펌 건도 해결됐겠다, 생각지도 않은 많은 분의 큰 응원에 힘입어 정말 다시 힘을 내보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밖을 보니, 아~ 우리 집 뒷마당의 체리꽃이 활짝 만개하여 절 반기고 있었습니다. 눈을 더 크게 떠보니 주위에는 꽃들이 더 활짝, 평야에는 파릇파릇한 보리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역시, 내 마음이 먹구름일 때는 이런 것이 보이질 않더니 이제 활짝 열리니 이런 것도 다 보이는구나! 싶습니다.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도 달라 보입니다.
그렇게 저는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아이 키우면서 그래도 나를 위해 할 수 있었던 일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이었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블로그 소통에서 상처를 받으니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지 뭡니까? 물론, 블로그의 글쓰기는 저에게 상당히 많은 발전을 가져주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일들을 말입니다. 여전히 글쓰기도 계속해야겠고, 또 내가 좋아하던 그 일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던 그 일을 최근에 다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임신과 육아로 잊고 있었던 도자기 일을 다시 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답니다. 7년 동안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뒷마당에서 산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제 공방이 있습니다. 굳게 잠겨진 공방 문의 열쇠를 꽂습니다.
헛간을 손수 수리해 만든 곳인데 문을 여니 아~~~ 난장판입니다. 남편의 수제 맥주 장비가 이곳에 쌓여있습니다.
"남편, 웬만하면 물건 좀 치워주지?"
"아내, 그러지 말고, 진짜 도자기 하겠다고 결심하면 내가 다 치워줄게."
그러다 아이들 육아에 정신 쏟다 또 깜빡하고 못 하고, 또 못 하고 그렇게 반복되더군요.
나는 왜 이렇게 해야 할 일이 많은 걸까? 그래서 우리의 엄마들이 이해간다니까......! 엄마의 삶은 희생이라는데...... 난 솔직히 나를 위해서도 희생하고 싶어......
푸른색의 가스 가마가 참 반가워 오랜만에 만져봅니다.
앙~~~ 거미와 쥐가 다녀간 흔적이...... 이거 다시 시작하려면 꽤 청소해야 하겠어요.
방치된 자동 물레와 스페인식 수동 물레에는 남편 물건이 한가득...... 어찌저찌 하여 파괴된 작품들......
선반에는 가득히 제 작품들이 상자 속에 꽁꽁 숨어있었습니다. 조형물들은 천으로 덮여있고...... 먼지 쌓인 그곳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저렇게 숨어있다니......
그래서 먼지 쌓인 상자 하나를 꺼내봅니다.
그리고 작품 노트도 같이 봅니다.
그릇을 만들던 손때가 느껴지더군요. 아~~~! 노트 속의 많은 물건들이 다들 어디로 간 것일까? 세월 속에, 제 기억 속에 잊혀져 전혀 생각나지 않더군요. 그중 노트 속의 물건과 실제 물건을 대조하여 보여드릴게요. 위의 사진 속 컵이 바로 아래의 사진 실물 컵입니다.
짠~! 남편이 제일 좋아한 컵입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선물한 것이지요.
지금도 아침 식사 때마다 쓰는 컵입니다. 엄청나게 좋아해서 되풀이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다기 세트인데, 특별 유약효과를 톡톡히 본 아름다운 다기입니다.
이 물건을 보고 많은 이들이 아주 스페인답다고 합니다. 스페인이 이런 이미지라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사실, 제가 이런 스타일의 인간이라...... 실험을 통해 효과를 얻어낸 것이지요.
정말 예쁘죠? 아주 얇게 물레질하여 가볍답니다. 깨질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앙증맞아서 보는 즐거움이 있답니다.
유약이 흘러내리면서 이루어낸 환상적인 모습.
속으로 그럽니다. '어! 나 정말 창조적이었네~!!!'
그 창조성이 다시 태어났으면 하네요.
다기 세트이니 같이 잔도 같은 효과를 줍니다.
등잔도 여러 개 만들었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아래의 사진.
환원 소성을 하여 신비한 색의 붉은 유약으로 나온 물건입니다. 앗~! 이렇게 이야기하니 꼭 장물 처리하는 사람 같아요~! ^^
그 밖에도 많은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아, 내 세월이 어디로 간 것일까? 도자기는 많은 시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한 번 할 때마다 여러 장비가 있어야 하고, 할 일이 많은 일이라 좀 계획적으로 이뤄나가야만 하지요.
한국에서는 백자 토라고 하는데 포슬린입니다. 성형하기 어려운 단점을 극복하고 만들어낸 이 작품도 아주 좋아합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포슬린 화병
오늘 이렇게 공방 앞 계단에 앉아 박스의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보면서 '나'에 대해 생각해봤네요.
저 하나하나의 물건 안에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시간이 있었는지...... 내 삶의 일부가 있었잖아? 이제 그 삶을 들여다보고 잊고 있던 것을 찾아야지...... 많이도 생각되었습니다.
마지막 장의 마지막 그림이 눈에 띕니다. 저 항아리는 물레를 돌려 성형만 해놓고 굽지 않은 게 고대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토기를 구운 것처럼 장작 난로에 굽기로 했지요.
굽기 전의 모습.
열심히 장작 소성을 합니다.
구운 후의 모습. 손잡이에 공기가 들어가 그런지, 뻥 터져 나왔습니다. ㅠㅠ
이렇게 실패도 많은 도자기 작업인데...... 다시 시작해?
집에서 장작 난로로 구워낸 일지입니다. 아주 쉽게 집에서 토기를 구워낼 수 있답니다. 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아이들과 함께 다시 도자기 작업을 해보자 생각하고 있답니다. 세 아이와 함께 흙으로 조금씩 빚어보고 빚어보는 일들을 많이 하게 되면 다시 정상적인 작업을 하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장작 난로니 집안에서 관찰하기도 쉽고, 이렇게 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를 것 같고......
장작 난로로 구워낸 그릇, 땅콩 그릇으로 쓰고 있어요. 투박해서 마음에 드는 그릇입니다.
세 아이가 만들어 낸 달팽이. 시커멓게 나오니 더 예쁘네요. 큰 달팽이는 또 뻥~ 하고 터져버려 접착제로 붙였어요. 아이가 기운 잃지 않게......
아~!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좋네요. 글을 쓰면 힐링이 된다는 말이 진실이네요. 저도 어느새 용기가 나 하고 싶은 이 도자기도 하고, 블로그 글도 쓰면서 활기있게 살아야겠다 생각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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