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 스페인 초등학생이 한국의 짜장라면을 먹고, 그 맛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 꽤 흥미가 있었다고 많은 분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라면 맛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의 반응이라면 반응이고, 스페인 현지인들의 인스턴트에 대한 거부감(?)이라면 거부감일 수도 있답니다.
그런데 여러분, 스페인에서도 스페인 현지 회사에서 만든 라면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제가 스페인에 처음 왔을 때도 있었던 라면인데 한 번도 맛볼 생각을 못 해본 라면들입니다. 어쩐지 맛없을 것 같기도 하고, 아시아 마트에 가면 얼마든지 저렴한 가격에 한국 라면을 살 수 있으니 안 샀던 것 같습니다. 현지인들이 이야길 하길 약 15년 전부터 스페인 회사에서 만든 라면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 주위에는 이런 라면을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투성이입니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좋아한다고들 하네요.
우리 비스타베야 시골 마을 (구멍) 가게에서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컵라면 하나를 오늘은 사봤습니다.
위의 사진에는 네 가지 라면이 판매되고 있네요. 컵라면이 1유로, 약 1,300원 정도입니다. 그냥 라면이 1,40유로, 0.90유로 등입니다. 스페인에서는 라면을 파스타 오리엔탈(Pasta Oriental)이라고 부르거나 피데오스 오리엔탈레스(Fideos Orientales)라고 부른답니다. '동양 파스타'나 '동양 소면'이라는 뜻이지요.
별로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저는 컵라면 하나를 들었습니다.
"아주머니, 이 라면 스페인 사람들 많이들 사 가나요?"
가게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나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가끔 젊은이들이 사 가기도 해." 하시네요.
이 컵라면 이름은 야떼꼬모(Yatekomo). 마치 일본어를 읽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스페인은 다른 유럽과 마찬가지로 일본 영향을 받아 라면을 일본식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그런데 이 발음을 스페인식으로 다시 쓰자면 야 떼 꼬모(Ya te como)라고 "이제 널 먹겠어."라고 합니다. 재미있죠? 마치 한국에서도 '비싸이로막가 씨' 같은 느낌이랄까? 뜻은 비 사이로 막 가는 사람.
이 라면을 만든 회사는 가이나 블랑카(Gallina Blanca, 흰 암탉이라는 뜻)라는 회사입니다. 1937년 설립된 꽤 긴 역사를 가진 식품 회사이지요. 스페인서는 파스타, 육수, 인스턴트 음식 등을 제조하는 회사랍니다. 이 회사의 가장 유명한 제품이 아배크램(Avecrem)입니다.
블록 형태로 나온 딱딱히 굳어진 인조 양념을 넣어 육수로 만드는 조미료.
한 마디로 한국의 다OO 같은 마법 가루(?)
뚜껑을 열면 스프 가루가 덩그러니 있습니다.
스프 가루 봉지를 뜯으니 코를 찌르는 닭고기 냄새.
이 컵라면은 닭고기 맛 라면이기에......
닭고기 냄새가 이 봉지 안에 농축되어 있다는 사실에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스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넣은 3분 후 열어보니 위의 모양입니다.
한국 라면과 비슷하지만 건더기가 적고 맛은 밍밍합니다.
역시나 조미료 맛이라...... ㅠㅠ
왜 현지인들도 현지 라면보다 동양 라면을 더 선호하는지 알겠습니다.
가격도 더 저렴하고 맛도 다양한 라면이 이 야떼꼬모보다 낫다고 할까요?
그래도 몇몇 현지인들은 이 라면을 꽤 좋아한다고 합니다.
제가 그 이유를 감히 말씀드리면, 꼭 맛이 위의 아배크램의 육수 맛과 똑같기 때문이랍니다.
실제로 건더기에 들어간 채소가 셀러리, 파슬리, 당근, 리크(대파처럼 보이는 식물, 스페인어로 뿌에로Puerro라고 합니다.)로 스페인 국민들이 자주 육수에 사용하는 채소들이랍니다.
그래서 맛이 꼭 조미 스프맛이랍니다. 비주얼만 라면, 맛은 스프맛~! 결론을 다시 정리하자면, 현지화된 라면 맛이라는 겁니다!!!
내용물을 보니, 역시나 마법 가루와 인공색소가 많이 들어갔네요. 이런 시중에 판매하는 라면은 역시나 이런 성분 안 쓰면 안되는 것인가? 오늘도 약간 안습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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