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스페인 고산에 부는 가을 바람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6. 9. 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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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앞 평야의 밀밭은 어느덧 수확되고 이렇게 바짝 마른 짚이 들판에 널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양 떼가 올 시기입니다. 양들이 메에에에~ 하고 이 들판의 떨어진 곡식과 풀을 먹습니다. 


아이들도 그동안 곡물이 자라는 평야를 함부로 드나들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뻥 뚫린 듯 농기계가 하루 이틀 왔다 가더니 이렇게 말끔해졌습니다. 


이제 연을 날리고 마음껏 뛰어다니며 들판을 이용해야겠습니다~

 


제 블로그 초기 때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때도 이 평야는 자주 등장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평야는 변함없는데 아이들은 많이 컸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저렇게 봄에 쑥쑥 자라는 푸른 밀밭으로 줄행랑을 치기도 했는데......

이제는 함부로 밀밭에 들어가지도 않네요. 어느새 컸다고......

위의 사진은 돌 지난 지 5개월쯤 됐을까요? 누리의 모습입니다.



자~ 이제 가을이다! 하늘도 푸르고 바람도 무척 선선해졌어. 

마음껏 더위 먹지 않고 뛰어도 좋은 계절이야. 



하나, 둘, 셋~! 폴짝! 

아직 나뭇잎이 떨어질 시기가 아니라 이렇게 아이들은 짚을 들고 하늘로 날립니다. 



만세~! 

신난다. 


"우리 떨어진 짚을 걷어가자."

엄마는 또 기발하게 수확 후 떨어진 짚을 걷기로 합니다. 

닭장에 넣어주거나 필요할 때 쓸 요량으로 말입니다. 



아이들도 신났습니다. 

어찌 이런 공간에서 신나지 않을 사람이 어딨어요? 

바로 우리가 원하는 그 자유로움이 아닌가요? 



짚을 주워다 집으로 가져가자~! 

쌍둥이 자매가 똑같이 짚을 들고 엄마에게 줍니다. 


"알았어. 알았어. 잠깐만~! 엄마가 부대를 가져오지 않았네?"

부대도 가져오지 않았으면서 짚을 가져가자고 하다니......

"그래, 오늘은 그냥 뛰면서 즐기자. 내일 다시 짚을 걷으러 오자."



아이들은 엄마 말이 떨어지자 신나게 뛰기 시작합니다. 



정말 가을입니다.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평야는 아주 쌀쌀해졌네요. 

이제 비가 자주 내려준다면 금상첨화겠어요. 


습한 기운이 산으로 스며들어야 올가을에도 버섯이 많이 나니 말입니다. 



기우제를 지낼까? 

비야~ 많이 내려라~ 

버섯 산행 올해도 할 수 있게......!



아이가 기우제인지, 좀비 역할인지......

재밌다고 저러고 다닙니다. 



"으으으으~ 비야 많이 내려라~"



"으으으으~ 이 땅에 버섯이 솟을 수 있게 비가 많이 내려라."


엄마: "그런데 너 올해는 버섯 먹을 거니?"


"아니, 난 싫어. 엄마 많이 먹으라고 기우제 지내는 거야."


하하하! 버섯 싫어하는 애가 왜 이리 비를 원하는지 이제야 알았네요. 

버섯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차분한 가을밀밭을 보니 참 평화롭네요. 

이제 가을이 오는 게 느껴집니다. 


여러분, 변화하는 계절 앞에 항상 건강 유의하세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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