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어렵게 받은 스페인 택배, 이럴 땐 한국이 생각나..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4. 10. 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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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동생이 소포를 보낼 때마다 그럽니다. 


"언니! 소포 받았어?" 

"어.... 어.... 어.... 아직 안 받았는데?"

"아! 곧 도착할 거야. 우체국에서 문자 메세지 받았어!" 


이럴 때마다 저는 역시 한국이야! 소리가 절로 입에서 터져 나온답니다. 우체국에서 소포 서비스 및 택배 서비스를 고객이 경로 추적할 수 있도록 문자 메세지를 보내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요! 물론 스페인에서도 이런 경로 추적은 인터넷으로 쉽게 할 수는 있지만 말이지요, 다른 점은...... 우체국에서 일부러 고객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택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처럼 스페인 고산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 고약하게 구는 것이 택배 회사들입니다. 왜냐하면, 고산으로 오는 길이 험하므로 모처럼 택배가 힘써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지요. 어떤 택배회사는 왔다는 거짓 정보를 인터넷에 올려놓습니다. 정보 조회하면 '왔었는데 부재중'이라는 문자가 뜨면 화악 머리끝까지 무엇인가가 올라간답니다. 


굽이굽이 돌아 오는 스페인 고산의 길



택배 회사에 전화하여 우리 집이 어떤 집이냐고 물으면, 하도 많은 집을 돌아다녀 기억하지 못한다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사실 우리 집에 한 번 다녀가는 사람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을 독특한 위치에 있어, 저런 말은 쉽게 못 하지요. 이렇게 택배 회사의 근무 태만이 통하는 나라가 스페인이랍니다. ㅠ,ㅠ



이번에는 주문한 택배가 15일 만에 도착했습니다. 


우리에겐 전혀 정보를 주지 않다 이 택배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왔지 뭡니까? 그것도 마을의 빅토르 선생님이 가지고 오는 것이에요. 글쎄, 택배가 온다간다 말도 없이 이번에 주문한 물건을 학교에 홱 던져놓고 가버린 겁니다. 학교에 던져놓으면 빅토르 선생님이 우리에게 전달한다는 것을 이 택배 기사가 알았나 봐요. 아니면, 빅토르 선생님이 전달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기회는 찬스다! 하면서 택배 아저씨가 놓아두고 갔는지도 모르지요. 


이럴 때는 정말 한국과 비교되면서...... 아흐! 비탄의 소리가 절로 나온답니다. 


* 주문한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고 다른 이에게 주인 허락 없이 전달하는 것, 정말 싫습니다. 주인에게 메세지나 전화 연락을 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것도 없습니다. 매일 집에 있었는데도 집으로 오지 않고 다른 곳에 던져주는 것, 정말 잘못된 것이지요. 


* 또, 간다 온다 말도 없이, 전화 통보도 없이, 그렇게 언제 오갔는지 모르게 일을 늦게 처리한다는 것, 그것도 정말 싫습니다. 


* 더 싫은 것은, 택배 회사에 전화하여 강력하게 소비자 불만을 토로했을 때, 되돌아오는 답변이......


"매번 갔었는데 부재중이었다." 


이렇게 거짓 정보가 입력된 컴퓨터에만 의지하여 진짜 사정을 알려고 하지 않는 요런 택배회사가 정말 싫습니다. 그럴 때는 한국 택배회사들이 참 양심적이고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여러분, 스페인은 참 심하니까, 한국 택배 세계 최고임을 제가 확신하겠습니다. 



암튼 이번에 받은 택배는 아흐......


제가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갔을 때, 글쎄 빅토르 선생님이 양팔에 타이어 두 개를 걸치고 오는 거에요. 

앗! 저것은 무엇이지? 


"산똘님 이름으로 온 택배 제품인데요?!" 하면서 제게 건네주는 빅토르 선생님이었습니다. 전 식겁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 요 남편이 또 뭘 주문한 거야? 소리가 절로 나오지 뭡니까? 


세상에! 타이어를 주문하다니?! 그것도 온라인으로! 대단하다...... 





타이어를 가져와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왜? 내 이야기 건성으로 들었구만! 내가 인터넷 온라인으로 타이어 산다고 이야기했는데...... 아! 그런데 왜 이렇게 늦었느냔 말이야? 거의 한 달은 걸린 것 같네(과장하면서).... 아마 내가 한 달 전에 당신한테 타이어 산다고 해서 기억을 못 했나 보네....... 암튼, 이 타이어는 독일 온라인 회사에서 샀는데, 한국 상표야. 그런데 이것 봐. 제조는 헝가리에서 했네."


남편은 이런 말을 하네요. 

전 택배가 늦어서 화가 나서 이야기하는데 이 남편은 역시나 태연합니다. 


아! 정말 신기하긴 신기하네요. 독일 온라인 쇼핑몰에서 헝가리 제조, 한국 타이어 제품을 사고 스페인 택배회사에서 이 고산까지 어렵게 보내온 것! 참...... 과정 자체가 어려움을 담고 있는 듯한 묘한 뉘앙스가 풍기는 에피소드였네요. 


"알아, 알아, 알아! 나도 인정해. 한국 택배 회사가 세계 최고라는 것! 한국 같았으면 이 택배 회사 망한다는 것! 그래도 어쩌겠어? 온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지! 여기가 한국이 아니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 타이어는 한국 것인데 세계 최고인지 한 번 써보자. 금방 닳으면 안 되거들랑!" 


산똘님이 이렇게 마지막 말을 장식하네요. 여기서 남아나는 타이어가 없는 험한 고산의 울퉁불퉁 길을 탓하지 않고 타이어 탓에 다 돌릴 것 같은 남편의 말에 실컷 웃었네요. ^^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싫든 좋든 제가 보기엔 한국 택배가 세계 최고입니다. 



비스타베야 아이들이 제 응원을 해줬습니다!!! ^^


하뚜()! 공감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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