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스페인 시어머니의 희한한 수집품, "플라스틱 뚜껑"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4. 10. 17.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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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댁에 가면 저는 언제나 친정에 온 것처럼 편하게 온몸이 사르르 녹으면서 피곤함이 막 몰려온답니다. 

아이 셋을 키운다고 당연하다면서 언제나 시어머님께서는 쉬라고, 그냥 쉬라고 말씀만 해주십니다. ^^


어떤 때는 우리가 사는 스페인 고산의 날씨가 좋지 않아 세탁기를 돌리지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날은 빨랫거리를 잔뜩 들고 시부모님이 사시는 도시에 내려가면......

어머님께서는 제가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게 다 알아서 세탁, 건조, 다림질까지 해주십니다.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이 서양 시어머님...... 뭐, 서양인 시어머님은 한국인 눈에는 다 까다롭고 현실적이며 이기적 아니, 개인 생활 중시한다고 여기실 수도 있습니다. (맨날 다음 메인에 뜨는 시어머님 유형을 보니 서양 시어머님은 다 나쁘게 나오고, 일본 시어머님은 다 좋게 나오시니...... ^^ 여기서 편견 접고...... 우리의 서양 시어머님은 참 배려의 도를 넘어 자비로운 어머님 그 자체이십니다.)


지난번 시부모님댁에 갔을 때, 저는 어머님의 세탁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물건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아니, 우리 스페인 시어머님께서 이런 것들을 모으는 취미가 있으셨나? 도대체 왜 플라스틱 병뚜껑만 모아두시는 걸까요? 그것도 양이 꽤 되었답니다. 



"아니, 플라스틱 재활용하는데 가장 활용법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이 이 플라스틱 뚜껑이란다. 이거 모아서 대학교 봉사 협회(현재 인류학과 등록하여 뒤늦은 공부를 하고 계십니다.)에 갖다 주면 그곳에서 다시 재활용 예술가나, 심장병 어린이 모금 위한 재활용, 뇌 손상 환자 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단댄다. 그래서 수집하는 거야. 벌써 30통 넘게 모아서 갖다 준 걸...... 너도 집에서 모아서 발렌시아 올 때마다 가져와. 내가 대학교 봉사 협회에 갖다 줄 수 있어."


하십니다. 


알고 봤더니, 요즘 스페인에서는 작은 움직임이 있는데요, 


이런 플라스틱 뚜껑은 한 개에 2gr정도가 되는데요, 이것을 모아 팔면 1톤에 300유로까지 준다고 합니다. 연대 의식의 대명사, 스페인 사람들은 (혼자 이런 뚜껑만 모으기에는 턱도 없겠죠? 1톤을 언제 다 모아?) 하나 하나 개인이 알아서, 여러 사람이 다 함께 뚜껑만 모았더니 몇만 톤이 넘었겠지요? 이렇게 모은 뚜껑을 팔아 심장병 어린이를 돕고, 환경 보호하며, 열악한 환경의 재활용 회사들을 돕는 사회봉사 기구를 돕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뚜껑인가요? 다른 부분도 되지 않나요? 



안된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플라스틱 종류는 아주 다양하답니다. 


그런데 이런 플라스틱 뚜껑은 99.9%가 독성이 없어 음식 용기로도 쓰일 수 있고요, 안전하게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다른 플라스틱은 종류가 섞이면 재활용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가령, 세재 통과 물통이 섞이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또, 이런 플라스틱 통의 몸체는 부피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개인이 수집하기엔 꺼리는 사람이 있어 이렇게 작은 플라스틱 뚜껑으로 했다고 합니다. 


예시를 들기 위해 찾아본 플라스틱 재활용 종류


결과? 엄청난 효과가 있어 많은 이들이 집에서 손쉽게 플라스틱 뚜껑을 모아 돕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 시어머님처럼 말이지요. 현재, 이런 플라스틱 뚜껑 수집하는 사람만 해도 1억 명에 다다르고 있답니다. (아! 대단하다.) 




남을 위해 돕는 일, 자신을 희생하지 않고서도 이렇게 플라스틱 뚜껑 모으기만 해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 일을 실행하고 계신 어머님도 참 존경합니다.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예순여섯의 암 생존자, 언제나 깨어있는 우리 시어머님께 응원의 공감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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