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시어머니의 희한한 수집품, "플라스틱 뚜껑"
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시부모님댁에 가면 저는 언제나 친정에 온 것처럼 편하게 온몸이 사르르 녹으면서 피곤함이 막 몰려온답니다. 

아이 셋을 키운다고 당연하다면서 언제나 시어머님께서는 쉬라고, 그냥 쉬라고 말씀만 해주십니다. ^^


어떤 때는 우리가 사는 스페인 고산의 날씨가 좋지 않아 세탁기를 돌리지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날은 빨랫거리를 잔뜩 들고 시부모님이 사시는 도시에 내려가면......

어머님께서는 제가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게 다 알아서 세탁, 건조, 다림질까지 해주십니다.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이 서양 시어머님...... 뭐, 서양인 시어머님은 한국인 눈에는 다 까다롭고 현실적이며 이기적 아니, 개인 생활 중시한다고 여기실 수도 있습니다. (맨날 다음 메인에 뜨는 시어머님 유형을 보니 서양 시어머님은 다 나쁘게 나오고, 일본 시어머님은 다 좋게 나오시니...... ^^ 여기서 편견 접고...... 우리의 서양 시어머님은 참 배려의 도를 넘어 자비로운 어머님 그 자체이십니다.)


지난번 시부모님댁에 갔을 때, 저는 어머님의 세탁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물건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아니, 우리 스페인 시어머님께서 이런 것들을 모으는 취미가 있으셨나? 도대체 왜 플라스틱 병뚜껑만 모아두시는 걸까요? 그것도 양이 꽤 되었답니다. 



"아니, 플라스틱 재활용하는데 가장 활용법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이 이 플라스틱 뚜껑이란다. 이거 모아서 대학교 봉사 협회(현재 인류학과 등록하여 뒤늦은 공부를 하고 계십니다.)에 갖다 주면 그곳에서 다시 재활용 예술가나, 심장병 어린이 모금 위한 재활용, 뇌 손상 환자 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단댄다. 그래서 수집하는 거야. 벌써 30통 넘게 모아서 갖다 준 걸...... 너도 집에서 모아서 발렌시아 올 때마다 가져와. 내가 대학교 봉사 협회에 갖다 줄 수 있어."


하십니다. 


알고 봤더니, 요즘 스페인에서는 작은 움직임이 있는데요, 


이런 플라스틱 뚜껑은 한 개에 2gr정도가 되는데요, 이것을 모아 팔면 1톤에 300유로까지 준다고 합니다. 연대 의식의 대명사, 스페인 사람들은 (혼자 이런 뚜껑만 모으기에는 턱도 없겠죠? 1톤을 언제 다 모아?) 하나 하나 개인이 알아서, 여러 사람이 다 함께 뚜껑만 모았더니 몇만 톤이 넘었겠지요? 이렇게 모은 뚜껑을 팔아 심장병 어린이를 돕고, 환경 보호하며, 열악한 환경의 재활용 회사들을 돕는 사회봉사 기구를 돕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뚜껑인가요? 다른 부분도 되지 않나요? 



안된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플라스틱 종류는 아주 다양하답니다. 


그런데 이런 플라스틱 뚜껑은 99.9%가 독성이 없어 음식 용기로도 쓰일 수 있고요, 안전하게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다른 플라스틱은 종류가 섞이면 재활용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가령, 세재 통과 물통이 섞이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또, 이런 플라스틱 통의 몸체는 부피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개인이 수집하기엔 꺼리는 사람이 있어 이렇게 작은 플라스틱 뚜껑으로 했다고 합니다. 


예시를 들기 위해 찾아본 플라스틱 재활용 종류


결과? 엄청난 효과가 있어 많은 이들이 집에서 손쉽게 플라스틱 뚜껑을 모아 돕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 시어머님처럼 말이지요. 현재, 이런 플라스틱 뚜껑 수집하는 사람만 해도 1억 명에 다다르고 있답니다. (아! 대단하다.) 




남을 위해 돕는 일, 자신을 희생하지 않고서도 이렇게 플라스틱 뚜껑 모으기만 해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 일을 실행하고 계신 어머님도 참 존경합니다.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예순여섯의 암 생존자, 언제나 깨어있는 우리 시어머님께 응원의 공감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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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 2014.10.17 02:43 URL EDIT REPLY
에고고 평소 걷기 운동도 제대로 안하고 걸었드만....
다리는 부르트고 걷기도 힘들어서 난리 부르스 입니다.
같이 동행한 시누이 친구가 사진 찍느라 멈춰 서지 않았다면 어쩔뻔요.
처음 풍경에 감탄하며 하늘을 바라보며 촐랑거리며 가다가 점점 시간이
흐르며 나혼자 저만치 뒤쳐져서 느릿느릿 어깨를 늘어 뜨리고......ㅎㅎ
그래도 뭔가 뭉클한것이 알수없는 기운이 스며드는게 이래서 순례자의 길들을
거침없이 떠나는가 보다 생각되며 좀더 장기적인 체력 단련을해서 언젠가
산티아고까지 먼길을 가보려 다짐해봅니다. 그날까지 하나 둘 셋 넷 운동 운동...

어머님처럼 저도 플라스틱 뚜껑을 몇년째 모으고 있는데요, 호텔에서 일할땐
모으는양이 아주 많았는데 집에서 모으는것은 좀 더디게 모아 지네요.
꾸준히 모으고 있는데 1억명이 모은다니 정말 놀라우네요. 힘을내서 더 수집해야겠네요.
luna | 2014.10.17 03:38 URL EDIT
산들님 비밀댓글다니 금칙어가 있어서 메일로 보냈어요.
메일을 확인해 보셔요. 소포 보낸 내용에 대한 거여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9 01:51 신고 URL EDIT
산티아고까지 다음에는 꼭 해보시길 바래요.
저도 꼭 해보고 싶어요. 구간 구간 나뉘어 해도 천천히 가면 되지 않을까도 싶네요. ^^

아! 루나님도 뚜껑을 모으셨군요. 쵸까 라 마노!
앗! 루나님 댓글 보고 휴지통 찾아봤더니 제가 금칙어 적어놓은 단어 없던데요. 왜 이런다냐? 이 티스토리가 가끔 이런 오류를 보이네요. 다들 금칙어 때문에 적질 못 한다고 하는데.... 제가 뭘 해야하는지 모르겠슴돠.... ㅠ,ㅠ
아키 2014.10.17 10:15 URL EDIT REPLY
플라스틱 병뚜껑으로도 봉사(?)를 할수있군요~! 고등학교 시절 음료수캔 병뚜겅을 모아서 장애인 단체에 기부하는것을 본적이 있어요~ 알루미늄이라 휠체어를 만드는데 쓰인다고 하더라구요~^^
작은것이지만 다같이 모아서 훌륭한 일을 할수있더라구요~ 이제 산들님도 플라스틱 병뚜껑 모으기를 하시겠군요~!!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9 01:53 신고 URL EDIT
오! 아키님.... 그런 캔 뚜껑 모아 돕는 방법도 참 좋네요. 게다가 특정한 것을 위한 재료라니 아이디어 좋네요. 그런데 요즘은 어떻나요?
알루미늄이 가볍고 녹이 쓸지 않아 휠체어로 쓰기엔 정말 좋지요. ^^
BlogIcon 이이일221 2014.10.17 10:16 신고 URL EDIT REPLY
한국에서는 병따개를 모아서 장애인 협회에 갖다주면 그걸로 휠체어를 만든다는 것이 있었어요.(정확한지는 모르겠네요) 전 해본적 없는데 제 대학 친구가 옛날에 모으는걸 봤어요ㅎㅎ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9 01:54 신고 URL EDIT
위의 아키님 말씀대로 병따개도 포함되겠어요. ^^

이이일님,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그라시아 2014.10.17 10:59 URL EDIT REPLY
진짜 언제나 느끼지만 시어머님 너무 좋으신분 같아요.
뭐 한국 시어머님들도 다 그런건 아니지만, 제 주변에 결혼하신 몇몇 분들은
시어머님 때문에 종종 속앓이 하신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암튼 산들이님 곁에 건강하게 오래오래 계셨으면 좋겠네요.
아! 아버님도요.ㅋㅋㅋ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9 01:55 신고 URL EDIT
정말 제가 운이 좋은 사람이네요.

국적도 다르고, 인종도 다른 사람 틈에 끼어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경지에 다다랐으니 정말 복 받은 사람이지요? 말 잘 통하는 같은 나라 사람끼리도 문제 많은데 이렇게 서로 언어 다른 사람이 마음 열고 가족으로 받아들이니 참 저도 신기하게 느껴진답니다. ^^
그라시아님 정말 감사드려요.
BlogIcon 비단강 2014.10.17 14:42 신고 URL EDIT REPLY
산들이님 시어머님은 산들이님을 능가하는 분 같아요.
한국의 보통 어머니들도 자식걱정에서는 같을 수 있겠으나

세상을 대하는 시선에서는...

여유 있는 집들은
모여서 맛집 기행을 하거나
골프 모임을 하거나
카페에서 자랑모임을 하거나
기록을 위한 자선모임에 가거나...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9 01:56 신고 URL EDIT
우리 시어머님은 저를 당연히 능가하신답니다. ^^
제가 오히려 시어머님께 많은 것을 배웠답니다.
앞으로 어떻게 늙어야하는지 모범을 보여주시는 어머님이십니다.
그래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

건강은 좀 나아지셨나요?
BlogIcon 있는그대로 2014.10.17 16:38 URL EDIT REPLY
양치기할아버지의 재밌는 뱀이야기하며 시어머님의 재활용 의식하며.. 다른 문화를 봅니다. 제가 한달정도 바로셀로나에 있었을때 놀랐던것이 스페인부인들의 완벽한 청소였어요 집방의 방, 실내장식은 물론 창틀까지 먼지하나 없이 ㅎㅎㅎ초대받아가본집마다 문화충격였지요 세탁실보니 생각나네요ㅎ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0.19 01:58 신고 URL EDIT
있는그대로님, 맞아요!
저도 공감입니다. 스페인 부인들, 얼마나 광택이 나도록 윤 내게 팍팍 청소하는지 몰라요. 창 유리, 창 틀, 장식품 등 다 윤이 반들반들.....

특히 유리는 아이들이 막 만지면 싫어하세요.
특히 영업하는 부인들 가게 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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