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이색 스페인 버섯 산행, 이런 것이 재미있어요

산들무지개 2014. 10. 9. 00:35
반응형
728x170

매번 글을 쓸 때마다 고민하는 것이 '과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이 글을 누가 읽어주기라도 할까? 재미없어서 들어오는 독자 수가 적으면 어떻게 하지? 최선을 다하는 것일까?' 뭐, 이런저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게 된답니다. 최선을 다해 했으면 그만인데 여전히 아무에게도 관심 없는 글인가 싶어 퍼뜩퍼뜩 놀라면서 자가검열을 한답니다. 


사실, 저는 너무 즐거워 이웃, 친구 동원하여 포스팅 소재와 내용을 담는데 말입니다. 


오늘도 약간 주춤하면서 글을 쓸까, 말까 하다가 스페인 고산의 한 풍경을 담는다는 확신이 들어 이 포스팅을 하기로 했답니다. 아무쪼록 신기한 스페인 사람들의 버섯 산행을 같이 해주시면 아주 감쏴하겠습니다. ^^



스페인은 각 주에 따라 버섯 채취가 자유로운 곳이 있고, 자유롭지 않은 버섯 보호 구역이 있기도 하고요, 혹은, 버섯 채취꾼에게 하루 할당량에 해당하는 쿠폰을 팔아 버섯 채취 제한을 하는 곳이 있기도 하답니다. 


우리가 사는 페냐골로사 자연공원에서는 두 가지가 진행되는데요, 하나는 산이 공립일 경우에는 자유로이 버섯 채취가 가능하고요(물론, 양심껏 채취하기를 권장합니다. 어떤 이는 하루에 몇십 킬로씩 채취하여 자연을 훼손하는 경우도 있어 가능한 한 작은 바구니 하나로 권장한답니다.) 또 어떤 곳은 개인 사유라 완전히 금지된 곳도 있답니다. 


또한, 5유로의 쿠폰을 사고 버섯의 날에 동행하여 버섯도 배우면서 버섯 채취도 가능하게 한 시스템도 있답니다. 


스페인 버섯 산행 중 이런 표시를 보게 된다면......

으음...... 이것은 독이 있는 버섯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뜻이 아니라,

 '개인 사유이니 버섯 채취는 금지'이라는 뜻이랍니다. 


 

스페인에서는 이 버섯 채취가 아주 대중화되어 있답니다. 그래서 매해 버섯이 많이 나는 고장에서는 특별한 버섯의 날을 만들어 버섯 채취 시 꼭 준비해야 할 정보를 제공한답니다. 


위의 사진에서처럼 비닐봉지는 금합니다. 물론, 누가 엄격히 금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선택이지만 말이지요. 비닐봉지에 버섯 담아 다니는 사람을 보면 다들 혀를 내두릅니다. 촘촘하지 않고 틈이 벌어진 바구니를 들고 버섯을 채취하면 버섯에 묻은 균이 자연스레 묻어나 다시 숲 속에서 이 버섯이 날 확률이 높으므로 바구니를 장려한답니다. 비닐봉지는 균이 빠져나오지 않을 뿐더러 버섯이 금방 상하므로 좋지 않게 본답니다. 



버섯 산행의 칼은 보시는 바와 같이 작은 칼이어야 합니다. 게다가 자기 손 넓이보다 더 큰 칼은 무기라 인정하여 경찰한테 걸리면 큰일 납니다. 아무튼, 버섯용 칼은 저런 식 칼이고요, 집게형 칼이나 쟁기처럼 보이는 칼 등을 가지고 다니면서 캐면 안 된답니다. (물론 제가 과장해서 하는 소리 같긴 하지만요, 실제로 집게식 칼(낫)을 들고 다니면서 숲을 싹쓸이하는 사람을 봐서 그런답니다.)

 


지금 페페 아저씨가 한국 독자님을 위하여 모델을 해주고 계십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버섯 뿌리는 땅에 박아두고 줄기만 잘라야 합니다. 그리고 식용이 아닌 것은 막 잘라내면 안되고요, 자기가 알고 있는 식용 버섯을 이런 식으로 잘라줘야 하는 이유는요, 다음 해에 이 뿌리가 다시 자라날 확률이 있어 그런답니다. 



페페 아저씨가 채취한 레보욘(Rebollon)이라는 버섯입니다. 버섯 솔로 흙과 낙엽 등을 털어서 바구니에 담습니다. 그럼 나중에 먹기에도 훨씬 수월하지요. 참고로 스페인에서는 웬만해서는 버섯을 씻어서 먹지 않습니다. 


자, 이렇게 버섯을 채취할 때는 요런 주의점 몇 가지만 잘 수행하시면 자연에서 아주 즐겁게 버섯 채취를 할 수 있답니다. 



산에서 발견한 희한한 버섯들입니다. 왼쪽 사진은 소똥에서만 피어나는 버섯이고요, 오른쪽은 그 유명한 독버섯, 아마니따 무스카리아(Amanita muscaria)입니다. 파란색 스머프가 막 나올 것 같은 동화 속 버섯이지요. 



플라티요 볼란떼(Platillo volante) 즉, 비행접시(?) 버섯입니다. 정말 신기한 것이 막 UFO가 하늘에서 날아와 안착한 듯합니다.  



이것은 스페인에서는 코로 데 아다(Coro de hada), 혹은 코로 데 브루하(coro de bruja)라고 합니다. 

버섯이 원을 이루며 집단을 형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뜻은 코로 데 아마는 요정의 서클이라고 원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소원을 저 서클 안에서 빌면 이루어진다는 것이고요, 코로 데 브루하는 정 반대의 뜻이랍니다. 브루하가 '마녀'라는 뜻으로 저 안에서 서성대다 시간과 공간 개념이 떨어져 정신 착란을 일으킨다네요. 헉?! 정말 두 표현법이 완전히 달라지네요. 



이것은 무엇이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버섯, 마크로레비오따(Macrolepiota)입니다. 


저는 버섯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버섯을 찾을 때마다 강력하게 느낀답니다. 버섯을 찾으며 배워가는 과정이 너무 즐겁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제가 찾을 때의 그 즐거움은 먹는 것보다도 더 즐겁답니다. 



바구니 한가득 버섯 채취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입니다. 이제 채취한 버섯으로 무엇을 할까요? 당연히 요리하여 먹어야 하지요. 



보통 버섯은 잘게 다진 마늘에 볶아 먹는 것이 다인데요, 우리는 이렇게 해먹었답니다. 



마크로레피오따는 푼 달걀이나 튀김 가루에 묻혀 바로 해먹으면 환상이고요, 볼레투스 에둘리스는 얇게 썰어서 올리브유와 소금을 솔솔 뿌려 생으로 먹으면 환상입니다. 사람들은 최고의 버섯으로 볼레투스 에둘리스를 말합니다. 

(저 두 개의 볼레투스 에둘리스는 제가 찾은 거에요!!!!)

그리고, 블라바리아스는 튀김가루에 묻혀 튀겨서 뜨거운 핫 초콜릿에 퐁당하여 먹으면 맛있답니다. 달달한 버섯이지요. 피에아줄은 으음.... 멍든 것처럼 시퍼런 것이 좀 그런데 마늘 다져 같이 볶아먹으면 맛있답니다. 



마크로레피오따를 잘 손질합니다. 

이번엔 씻지 않았습니다. 

솔로 싹싹 먼지와 흙을 털었습니다. 


풀어놓은 튀김가루에 마크로레피오따를 넣어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센 불에 잘 익혀줍니다.


버섯이 익는 과정에 치즈를 올려둡니다.

그럼 마크로레피오따 버섯 피자가 된답니다. 우와!!!


오늘 우리 부부는 아이들 보내놓고 오붓하게 렌틸콩 스프와 

버섯 피자를 먹었습니다. 

렌틸콩 스프에도 채취해온 버섯을 집어넣어 

맛을 우려냈습니다. 정말 맛있어요! 


사진 찍을 틈도 없이 산똘님이 한 점 먹어버렸네요....

그래서 팬에 있는 마크로레피오따와 치즈 모습입니다. 



짜잔! 완성된 마크로레피오따 버섯 치즈입니다. 

우와! 여러분 드시고 싶지 않으세요? 



자,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스페인의 이색 버섯 산행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도 함께 올렸네요. ^^ 


지금 이곳은 버섯의 계절이라 많은 이들이 바구니 하나씩 옆에 끼고 숲으로, 산으로, 들로, 그렇게 산행을 한답니다. 

여러분도 언제 한 번 이곳에 오지 않으실래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응원의 ♥공감 꾸욱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