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스페인 고산, 응급 치료는 어디서?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6. 11. 2.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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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라가 자전거에서 넘어져 다쳤어. 빨리 가봐!"


누리가 헐레벌떡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재촉합니다. 밖에서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라 우는 사라가 보입니다.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시야에 잡히는데 얼굴에는 피범벅이지 뭡니까? 


아이 아빠는 마침 마을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아이들 부둥켜안고 집 안으로 들어가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일단 상처 부위를 살피고 피를 닦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조사를 했습니다. 


"사라! 얼굴 말고 어디 아픈 데는 없어?" 


울음을 그친 사라에게 말을 걸었지만, 사라는 얼굴이 무척 아프다고 하네요. 상처를 자세히 닦고 보니 입술 위쪽이 움푹 파인 것이 정말 크게 다쳤습니다. 찢어졌다고 하는 표현이 맞겠어요. 살짝 1cm 정도가 찢어져 피가 그렇게 많이 흐른 것입니다. 아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이......!



의사 선생님이 말끔히 치료해주신 부위


아이 셋을 데리고 마을의 가정의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근무 시간이 아니라, 근무 외 시간에 근무하는 대기 응급 의사를 찾았습니다. 24시간 운영이 되는 마을의 작은 가정의 병원이랄까요? 마을 사람 전체를 대상으로 기본 치료와 상담을 해주는 병원이랍니다. 아주 작지만 첫 번째 진료는 대부분 이곳에서 이루어진답니다. 


1차 진료 후에 상태에 따라 2차, 3차 진료를 볼 수 있지요. 스페인의 의료체계는 한국과 전혀 달라 진료를 이렇게 나누어서 한답니다. 가정의에게 상태를 확인하고 그다음 병원에 의견서를 제출, 2차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만약 작은 종기가 다리에 생겼다면 가정의가 1차 진료를 하고, 2차 피부과 병원에 보내는 방식입니다. 1차 진료에서 모든 것이 다 해결되면 괜찮지만, 상태에 따라 그렇지 못하면 2차 병원, 혹은 바로 응급실로 갈 수도 있답니다. 이 모든 비용은 세금을 통해 거둬져서 실질적으로 현금으로 내는 경우는 없답니다. 스페인 의사는 공무원이라 병원에 오는 모든 사람은 의무적으로 받는답니다. 돈이 많든 적든 따지지 않고, 오는 환자대로 받는답니다. 


스페인 고산에서 응급실 가는 방법은...... 

환자 상태에 따라 자동차, 병원 측의 구조차, 그리고 헬리콥터가 있답니다. 



이번에 사라도 다쳐서 가정의를 바로 찾아갔습니다. 마을에 있던 아빠도 불러서 다섯 가족이 마을 병원을 점령했습니다. 대기하시던 의사 선생님은 아이의 다친 부위를 아주 말끔히 치료해주시고, 바로 꿰매야 한다고 하십니다. 이 의사 선생님은 수술실 출신이라 금방 치료를 하시는데, 아이의 장래 흉터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아주 가는 바늘을 사용해야 한다며, 바로 다음 동네 의사와 연결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30분 걸리는 이웃 마을 병원에 찾아갔습니다. 


정말 다행인 게 비스타베야 의사 선생님께서 미리 이곳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일러주셔서 가자마자 아이의 찢어진 입 부위를 꿰맬 수 있었습니다. 사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바늘이 들어가도 울지 않고 잘 참아주었습니다. 오히려 그 모습을 보던 아빠는 멀리서 눈을 딱 감고 있었고요, 저는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옆에서 웃어주었는데, 속으로는 울고 있었습니다. ㅎㅎ 



이웃 마을 병원에서도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져

응급처치가 빨리 진행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의 사라입니다. 

어제에 비해 많이 부어있었어요. 

상처도 더 또렷해지고......


그래도 잘 참아줘 지금은 또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아프니 엄마 마음을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아파도 괜찮은데 우리 아이가 아픈 건 정말 아프더라고요. 

의사 선생님이 찢어진 부위를 꿰매기 전에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을 많이 했지요. 


역시나 건강이 최고입니다. 


다가오는 추운 계절, 항상 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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