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한국인 엄마 수업에 열광한 스페인 고산 초등학생들

산들무지개 2016. 11. 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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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오늘 새로운 마음으로 또 블로그 글쓰기에 임합니다. 어제까지 정신이 무지 없었거든요. 우리 셋째 사라가 다쳐서 꿰매는 관계로 식겁했지 뭡니까? 오늘은 마음이 안정되어 정신을 가다듬고 글을 씁니다. 하하하! ^^


지난번 예고해드렸던 스페인 학교의 한 달 재능기부 이야기를 오늘은 완결하겠습니다. 저는 한 달 동안 7일 2시간씩 아이들에게 점토 수업을 했답니다. 총 14시간 + 과외 활동(점토 굽기, 축제에서 팔기 등)을 같이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프로젝트 발표회 때 아이들이 어느 수업이 가장 좋았느냐는 선생님 질문에 다들 이야기를 하더군요. 


"점토 수업요!!!" 


은근히 감동이 스며드는 것이~~~ 동네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했구나! 싶었습니다. 


여기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비스타베야 마을이며, 이 학교는 산 조안 데 페냐골로사 초등학교랍니다. 



학교 발표일에 부모님들이 다 모이면 아이들은 저렇게 자유롭게 나가 자기가 배우고 실제로 제작한 작품들, 원리 등의 이론들을 발표합니다. 이달의 프로젝트는 의학용 식물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에는 무수한 공부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영양가 있는 식단에서부터, 허브의 효능, 허브를 심기 위한 화분 재활용, 허브로 만드는 향, 향 꽂을 점토그릇, 점토가 구워지는 과정에서 생산하는 열과 물질의 관계, 향수를 만들기 위한 증류(직접 증류까지 하는 실험도 했습니다.), 영어로 배우는 관련 단어들...... 휴우~~~ 무수한 테마가 이 작은 프로젝트 안에 다 들어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자기가 만든 작품과 잡지를 만성절 축제에 판매하는 일까지 했답니다. 아이들이 직접 팔며 계산하는 현실적인 수학을 경험하는 것이지요. 


그럼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 한국인 엄마의 점토 수업 이야기를 해볼까요? 혹시 나중에 이런 비슷한 수업을 계획하시는 분이 계시면 한번 해보세요. 아주 재미있답니다. 


일단 시작하는 수업은 지난번 포스팅에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다음 제목을 링크하세요~!




수업에 임할 때 복습 비슷한 이론 수업을 했습니다. 

사진을 도식화한 수업도 아이들은 아주 재미있어했습니다. 

또한, 점토로 그릇을 만들게 된 선사시대 이야기에서부터 왜 점토를 말려야 하는지, 말린 점토는 왜 

열을 받으면 굳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열심히 점토로 향그릇을 만듭니다.



또한, 어떤 날에는 화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다 구울 수는 없었지만, 

굽는 방법을 배운 아이들은 집 장작 난로에서 부모님과 함께 굽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집중하여 점토 그릇을 완성하는 아이들. 

산들이네 수업이 가장 재밌다는 아이들이 여럿 있어서 정말 놀랐습니다. ^^*

더 하자고 난리입니다. 그래서 학교 아이들을 위해 점토도 충분히 주문해놓은 상태랍니다. 


자~ 이제 모든 점토 그릇이 말랐습니다. 

실제로 장작으로 굽기로 했답니다. 


야외에서 원시인이 하던 방식대로 그릇을 굽기로 했는데, 우리가 모인 날은 

비가 몹시 내린 날이라 어쩔 수 없이 우리 집 장작 난로에 그릇을 놓고 굽기로 했습니다. 



이날 아이들이 우르르 집안으로 몰려와 장작 난로로 굽는 점토 그릇 이야기도 해줬고요, 

엄마들, 선생님들이 다 모여 아이들과 함께해온 케이크도 먹고, 

우리 집 피아노 두드리며 노래하고 즐겼던 하루였습니다. 



옆방에서 놀던 사라가 산타 분장하고 들어와 모두에게 재롱을 보인 오후였기도 하고요. ^^



점토에 공기가 있어 가열하면서 팽창하여 빵빵 터진 그릇도 있었지만요, 그래도 잘 구워졌습니다. 

불에 그을려 시커멓게 환원되어 나온 그릇도 있지만, 뭐 어때요? 

다 그 옛날 원시인들이 하던 방식도 이런 방식이었으니 아이들은 

신기하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답니다. 



자~! 이제 학교에서 다 구워진 점토 그릇에 색을 입히는 시간입니다. 



모두들 집중하여 색을 입히는 시간. 

알록달록 나만의 색깔을 찾아서......!

이렇게 집중하는 아이들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덕분에 동네 아이들을 더 잘 알게 되었고요, 제 아이들처럼 사랑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학교의 막내 사라도 열심히 색을 입혀요. 



유기농 제품의 천연 색료를 이용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보통 물감으로도 색을 입혔습니다. 



아이들이 부지런히 손으로 색을 입힙니다. 

창의력이 쏙쏙 오르면서...... 저에게 점점 물어보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뭘 만들까요?", "어떤 색을 입힐까요?" 


아이들은 물어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집중하여 합니다. 



요 향그릇들은 3유로에 책정되었습니다. 

이 가격 책정도 아이들이 다 했답니다. ^^



물론, 어설프고 조잡해 보이지만 아이들이 한 작품 특유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라고 해도 못 하는 어른들인데...... 그렇죠?



서두르지 않고 색을 입히기로 했습니다. 



짜잔~ 저 날에 완성한 향그릇들입니다. 


자! 이제 대망의 그 날이 왔습니다. 

바로 11월 1일 [만성절, 모든 성인의 날] 축제에서 팔기!!!

만성절은 스페인의 국경일입니다. 조상 묘에 꽃을 꽃아주고 모든 성인의 행동을 본받아 축복하고 

실행하는 날이랍니다. 비스타베야는 특별히 중세 시장을 열어 옛 모습 그대로를 재현하여 

집 안의 물건을 전시, 개방하고 있답니다. 



아침에 비스타베야 아이들과 몇몇 부모님들이 모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준비해주신 아침 식사를 다 함께 모여 먹기로 했지요. ^^*

이렇게 모여서 아침 먹고 슬슬 장사를 준비합니다. 

물론 부모들은 그냥 뒤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두고 보기만 합니다. 


"어디, 어떻게 잘하나 볼까?"


아이들이 서로 합동하여 판매할 물건을 전시합니다. 



자! 어서 판매대를 꾸미자! 



중세의 날이라고 에릭은 전통 복장 입고 물건을 나릅니다. 



어서, 어서! 손님들 들이닥치기 전에 물건을 전시해야지!!!


저 작은 병에 든 로즈메리 알코올, 로즈메리 향수는 다 아이들이 직접 증류하여 얻어낸 것이랍니다. 



요렇게 말입니다. 적은 양이었지만 충분히 멋진 경험이 될 수 있었지요. 



이 식물들은? 아이들이 꾸준히 길러온 박하 종류의 허브입니다. 

이것도 판매용 ^^ 



이쁘게 달린 화분은 재활용하여 만든 아이들 화분입니다. 



저 큰 그릇에 담긴 향은 모르시는 분을 위해 

제가 추천하여 만든 엄마표 향입니다. 


다음의 제목을 클릭하시면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답니다. 




어때요? 멋지지 않나요? 향이 너무 큰 게 흠이기는 하지만, 

아이들 손이 작아 작은 향보다 큰 향을 만들기에 수월했습니다. 



전시하는 모습도 아주 센쑤가~! 아니, 감각이~!!! 대단!



이 그릇들도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초콜릿 향꽂이와 핼러윈 향꽂이. 



자! 준비됐어요! 어서 사러 오세요. 



그날 지나가시던 시장님이 아이들에게 그 과정 설명 좀 해달라고 합니다. 

마이크 크게 쩌렁쩌렁 울리는 아이들 목소리. 



그래서 그럴까요? 첫 손님이 벌써 물건을 사러 왔어요. 


어때요? 여러분! 아이들 참 대단하죠? 교과서를 없애면서 아이들은 학교 가는 일이 더 재밌다고 합니다. 더 신기한 것은 선생님마저 학교 가는 일이 즐겁다고 하네요. 오늘은 더 새로운 방법으로 더 재밌게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덕분에 저도 아이들에게 하나를 더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일었답니다. 엄마지만, 내가 알고 있는 분야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정말 더 가르치고 싶은 열정이 생겼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작은 도움이지만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열광하면서 좋아하니, 그 열기에 저도 무엇이든 더 도우고자하는 마음이 생겼지요. ^^* 그래서 이렇게 선생님과 아이들이 내 가족처럼 더 가깝게 느껴졌답니다. (물론 사람 사이의 관계에 오해가 생겨 제가 화난 일도 있었지만 말이지요. 그 화난 이유는 다음에 포스팅으로 올릴게요. 그런데 화를 내면서 오해가 풀리고 더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형성 되는 일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문제는 꾹꾹 참는 일이 길어지면 안 되는 것이지요.)


저날 아이들은 재룟값 빼고 총 160유로의 이익을 남겼답니다. 역시 아이들은 이 돈으로 다음 소풍이나 여행을 계획하는 것 같습니다. ^^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어 팔고 배우면서 현실의 삶을 공부하는 아이들이 꽤 즐거워하니 덕분에 우리도 즐거웠던 한 달이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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