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트러플을 처음부터 좋아하지는 않았답니다.
한국인인 저에게는 트러플이 어느 외계보다도 낯선 녀석이었지요. 마치 먼 이국의 생소한 단어로만 생각되었답니다. 프랑스 요리의 최고 향신료, 세계 3대 진미라는 타이틀도 이 트러플을 알기 전까지는 몰랐답니다.
아니면, 초콜릿 트러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했습니다.
그런데 이 트러플은 프랑스어로 트뢰프, 한국어로 서양 송로버섯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오해를 하지요. 프랑스산 트러플이 세계 최고야! 라고. 그런데 제가 스페인 고산에 들어와 살면서 보니, 이 트러플은 학명으로 나누어져 프랑스에서 나는 트러플이 이곳에서도 난다는 사실을 알았답니다. 자고로 세계 3대 트러플 생산지가 프랑스 다음으로 스페인이었답니다. 그다음은 이탈리아.
이 최고의 향신료가 이곳에 있다니! 스페인 남편이 부업으로 가지고 온 트러플을 제게 내밉니다.
"이거 어떻게 해 먹는 거야?"
그리고 시작된 트러플 먹기.
처음에는 이 트러플이 전혀 입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먹어본 달걀 프라이~!!! 제 눈이 떠졌습니다. 어떤 분이 트러플 아깝게 왜 달걀 후라이에 갈아먹어요? 하셨는데요, 사실은 달걀과 같이 먹어야 최고의 느낌을 알 수 있다는 게 미식 전문가의 견해인데 그 견해가 맞았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달걀 프라이는 처음이었죠. 게다가 날달걀을 전혀 먹지 않던 제가 트러플과 함께 먹게 된 순간이었지요.
겨울에 나는 검은 트러플, 투버 멜라노스포룸(Tuber melanosporum)은 향이 가장 강하고 진하여 말 그대로 대박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름에도 트러플이 나더군요. 그 이름은 투버 아에스티붐(Tuber aestivum)!
바로 위의 사진이 여름 트러플인 하얀 투버 아에스티붐이 되겠습니다. 이 여름 트러플도 맛이 참 좋아요. 대신 아주 저렴하기 때문에 이렇게 마음껏 갈아 먹으면 최고랍니다. 겨울 트러플의 1/10 가격!
그리고 발견한 트러플과 감자튀김.
아니, 감자튀김과 트러플이 어찌 이렇게 잘 어울릴까? 처음에는 궁금했었죠. 알고 보니, 기름이란 성분이 향을 잡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 환상의 궁합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가장 많이 알려진 풍기 크레마(Fungi crema), 풍기는 버섯을 뜻하고요, 크레마는 크림소스를 뜻합니다. 한마디로 버섯 갈아 넣은 크림 소스를 뜻하는 것이지요. 보통은 양송이 버섯이나 자연에서 나는 볼레투스 에둘리스(Boletus edulis)나 황제의 버섯 같은 고급 야생버섯을 넣어 만들기도 하는데, 이 서양 송로버섯을 첨가하면 그맛이 더 환상적으로 변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로마 황제가 사랑한 버섯이라는 황제의 버섯, 아마니따 세사레아(Amanita cesarea)
볼레뚜스 에둘리스
스페인 고산에 살면서 어느새 버섯 전문가가 되어가고 나 자신. 그만큼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버섯들이 이곳에서 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알게 된 사실들......
제일 만만하게 만들 수 있는 트러플 얹은 풍기크레마 파스타 요리.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 참~! 트러플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방법 없을까 하면서 여러 가지 음식을 시도합니다.
가지고 있는 사진 중 몇 가지 올리면, 미트볼과 함께 먹어본 트러플, 스페인 하몬(Jamon, 스페인식 염장 생햄)과, 한국 김치 볶음밥과, 한국 비빔밥과 먹어본 트러플입니다. 물론, 더 다양하게 즐기기 위해 지금도 탐구(?)하고 있지요.
또한, 트러플은 향이 어딜 가나 진동하기에...... 달걀과 함께 넣어두고 며칠을 기다리면, 그 달걀에 트러플 향이 흡수되어 아주 기막힌 달걀이 된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있었던 우리 동네 트러플의 날에서 먹어본 음식들에서 아~! 난 역시 트러플 덕후구나!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단돈 2유로에 먹은 시식용 트러플 접시 요리입니다.
1g에 1유로인 곳에서 이런 파격의 트러플을 맛볼 수 있다니! 이 고산이 제게 준 선물이네요. 하하하!
우리는 일곱 접시를 말끔히 먹어버렸습니다. ^^*
이날 만난 359g의 트러플, 투버 멜라니스포룸입니다.
사실, 제가 트러플 덕후가 된 진짜 이유는 그 맛보다는 아마도 버섯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산에서 버섯 채취하러 가는 그 순간이 즐겁고, 뜻밖에 발견하는 신기한 버섯의 세상도 좋고, 버섯 관련된 전설도 좋고, 버섯이라는 버섯은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다~ 좋아하니...... 이 땅 속 버섯인 서양 송로버섯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맛은 뭐, 다 그들 나름의 맛이 있겠고, 희귀하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계속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식물과는 다른 이 버섯이라는 녀석들. 은근 신비롭더라고요. ^^*
이상, 트러플 덕후의 트러플 경험기였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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