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먹거리

스페인 남편이 현지인들에게 소개한 '한국 막걸리'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7. 2. 2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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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살면서 본 가장 기억에 남는, 이곳 사람들의 호기심 풀기 방법의 하나는 '모여서 진지하게 대화 나누기'였습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 다녀온 곳에 대한 이야기를, 김치가 만들고 싶으면 김치 담글 줄 아는 사람 찾아가 진지하게 배우기, 하몬(Jamon, 스페인식 생햄)을 만들고 싶으면 전문가에게 다가가 진지하게 같이 만들기 등...... 뭐든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직접 몸으로 뛰고 진지하게 대화하고 배우는 자세가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제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이 맥주를 담그고 이제는 국제 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갈 정도로 실력을 키워 현지 이웃들에게 소문이 났답니다. 이웃들은 언제나 그 맥주의 세계가 궁금하여 시음회를 하자고 부탁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날짜가 잡히고 산똘님은 '세계의 맥주'에 대한 이웃 호기심을 풀어줄 목적으로 시음회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또 호기심 풀기의 방법으로 작은 만남을 진지하게 이뤘습니다. 

신기하죠? 스페인 고산에서 막걸리라니......


남편은 유명한 수제 맥주를 잔뜩 사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인 레스토랑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 맥주들 사이에는 헉?! 한국 막걸리가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아니, 맥주와 막걸리가 무슨 관계가 있다고!!!

남편이 스페인 현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던 것은 넓은 의미로의 곡물주를 소개하고 싶었나 봅니다. 흔히 하얀 거품 이는 보리로 담근 술을 전형적인 맥주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맥주도 일종의 곡물주이니 동양의 한국이라는 나라의 전통 곡물주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세상에는 맥주만 있는 게 아니라고...... 세상의 중심은 서양만이 아니라고......

사실, 맥주라고 여겨지는 곡물주는 이집트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빵을 넣어 발효한 걸쭉한 음식 대용의 국 스타일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지금의 술인 음료 형태로 나타난 것은 동양이 가장 먼저였다고 하네요. 그래서 남편은 동양의 곡물주의 대표로 전통적인 한국 막걸리를 맛보게 한 것이랍니다. 증류하지 않고 발효한 곡물주이기 때문에 소주, 청주보다는 막걸리가 더 맥주와 가까웠던 것이지요. 

따르시오~가 아닌 혼자 술을 따라 막걸리 맛을 보는 스페인 현지인들


그 후, 로마군에 의해, 가톨릭이 퍼지면서 곡물주는 사라지고 슬그머니 포도주가 더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손으로 필사를 담당하던 수도사들에 의해 맥주(곡물주)의 명맥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모든 지식은 그들의 원본 필사본으로 세대를 타고 전해졌지요. 

사실 맥주도 아주 다양한 곡물과 효모, 홉스(hops, 맥주의 쓴맛을 내는 열매)로 만들어졌다네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리와 홉스, 효모가 아닌 아주 다양한 발효종으로 취급되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한국의 막걸리도 이 속에 속한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청주를 라이스 와인(rice wine)이라고 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뜻이랑 성격이 전혀 맞지 않는 영문해석인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해석되어지고 있습니다. 막걸리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차라리 '곡물주' 범위로 취급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저같이 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은근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막걸리에 대한 남편의 소견이었습니다. 

막걸리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음미하면서 맛 보는 친구  

그 옛날 누군가 노래하던 이 가사.

"막걸리~ 막걸리~ 우리나라 술~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술~"

그래서 결론은? 스페인 이웃들은 우리의 막걸리를 좋아했을까요? 

호불호가 갈라지는 음료로 한 번만 마시면 알 수 없는 맛이지요. 저도 막걸리 마신지 하도 오래 되어 가물가물한 맛인데, 스페인 사람들의 한 마디, 

"어이쿠~! 시큼해."

"신비로운 맛이군!" 

"한 번도 이런 술을 마셔본 적이 없어." 

"이상해. 맛있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잘 모르겠지요.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되면 또 막걸리를 가져갈 생각을 하고 있는 남편. 아마 다음에는 다른 맛이 생겨날지도 모르겠지요. (그때는 파전이랑 막걸리랑 같이 시식, 시음회를 해야 하는 것일까...... 파전 없이 마시는 막걸리가 좀 껄끄러운 걸)

맥주를 소개하는 자리에 막걸리를 같이 가져간 남편. (장하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레스토랑 주인은 우리 막걸리에 뿅 반했더군요. 한 번에 반하는 현지인도 있다는 사실. 역시나 같이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더 다른 문화를 쉽게 이해하고 알 수 있겠습니다.  @.@! 

남편도 특별히 즐거운 시음회를 가졌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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