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저녁마다 주부와 같은 고심거리에 젖은 남편

산들무지개 2017. 9.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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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 부부의 가사 분담은 이렇게 바뀌고 있었습니다. 점심은 제가 준비하고 저녁은 산똘님이 준비하는 것으로요. 

아마도 제가 직업(?)으로 프리랜서 자유기고가가 되면서 고정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글을 많이 쓰는 것도 아닌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ㅠ,ㅠ)

어느 날 남편에게 그랬어요. 

"나는 정말 밀리언셀러 작가가 되고 싶어. 내가 파울로 코엘료가 제일 부러운 게 훌륭한 그의 글솜씨도 있지만, 신기한 그의 정신세계도 부럽기도 하지만, 가장 부러운 건 밀리언셀러가 되어 글만 쓸 수 있으니 그래. 어떤 책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떤 책에서 읽은 건데....... 그가 아침에 일어나 요리사가 해준 토스트와 달걀 후라이를 먹고, 바로 글을 쓴다는 거야. 얼마나 좋아? 내가 요리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요리해주고 바로 글 쓰는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나도 누가 요리해주고, 뒤처리하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원 식탁 같은 곳에서 글 쓰면서 여유 부리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물론, 이게 정답은 아니지요. 환경이 결정하는 것은 "절대로 아닌데" 가끔 이런 망상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편안한 환경이면 없던 글도 막 써질 것 같던 환상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해서 그런가, 언제부턴가 남편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게 되었어요. 

△ 아이들이 커서 유년기를 생각하면서 아빠 밥도 그리워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이제는 아빠가 하는 음식에 길들어 불만이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남편이 고심하기 시작합니다. 주부들이 하는 고심거리를 하더라고요. 저와 같은 고심거리가 남편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오~ 신기해! 

"아~~~ 오늘은 저녁으로 뭘 먹어야 하지? 얘들아~! 오늘 뭘 먹고 싶니? 당신도 뭘 먹고 싶어?"

앗! 저 고민은 제가 자주 하던 고민입니다. 도대체 요리를 어떤 것으로 해야 맛있게 할 수 있는지, 또 좋아하는지...... 요리 아이디어 바닥이 나면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더라고요. 게다가 시골에서는 외식할 식당이 있기나 하나, 배달할 요릿집이 있기나 하나 이래저래 직접 요리를 해야 하기에 가끔은 괴로운 경우도 있답니다. 

"정말 괴롭네. 도대체 오늘은 뭘 해야 할까?"

남편이 이런 고민을 하니 안쓰럽기도 하다가 이렇게 가사 분담하니 서로의 동질감도 올라가는 것 같아 좋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도 볼일 보러 외출했던 남편이 급하게 집으로 오면서 하는 소리가......

"나 밥해야 해!" 하면서 온다는 사실. 

사실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나온 소리이겠지요? 물론 이 소리가 아직도 어색한 이웃집 남자들도 몇 있습니다. 여전히 아내가 옷 챙겨주고, 빨래 빨아주고, 밥 챙겨주는 남자들 말입니다. 그래서 산똘님을 이해 못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 입장에서는 참 불쌍하다 여겨지겠지요. 

그렇다가도 저도 이 남자가 가끔 안됐다~ 란 생각이 드는 찰나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다시 고개를 흔듭니다. 아니, 남녀 가사 분담이 우리에게 현실이 되는데 남편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잘못인 게지. 서로 배려하면서 같이 분담하는 게 최상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남편이 저와 같은 고민을 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 남편~ 이런 고민 같이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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