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남편에게 배운 진정한 '선행'의 의미

산들무지개 2017. 10.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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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 아저씨의 암이 발견된 게 벌써 2년이나 됐나요? 전신으로 퍼졌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나날이 더해갑니다. 암 투병을 위해 발렌시아에 가신지도 벌써 2년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누구보다도 자연을 사랑하고 자급자족 생활에 만족하셨는데, 어떻게 이렇게 큰 병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신지요. 

참~ 사람의 인생은 알 수가 없고, 또 어떻게 흘러가는지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 하늘이 파란 오후의 어느 날, 구름 모양이 참 예쁩니다.

다행히 발렌시아에는 좋은 친구분들이 페페 아저씨를 보살펴 주고 있습니다. 스페인 의료 시스템 덕분에 암 투병에 쓰이는 병원비는 실질적으로 없답니다. 그동안 세금을 꼬박꼬박 잘 낸 덕분에 큰 병원비는 낼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투병 생활로 인해 생활비는 적자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저는 페페 아저씨께 작은 도움을 드리자고 합의를 보았습니다. 그렇게 몇 달 전부터 생활비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마음속에 갈등이 일었습니다. 내가 한 달에 몇 편의 글을 쓰면 이 생활비를 벌까? 하고 말이지요. 마음은 하기 쉬운 선행이 실제로 하자니 솔직히 갈등이 일었습니다. 

"한 달에 200유로, 아니면 300유로?" 

우리 형편도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일정 선에서 남편과 대화를 하면서 그 액수를 결정하기로 했죠. 1유로로 약 1,300원이라면 200유로는 26만 원에 해당하는 돈이지요. 300유로면 거의 40만 원에 해당하고요. 저는 부끄럽게도 이런 소릴 했습니다. 

"우리 형편도 그렇게 좋지 않은데 200유로로 하자."

100유로면 아이들 학용품을 더 살 수 있고, 뭘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죠. 하지만 산똘님은 곰곰이 생각하다 그럽니다. 

"페페 아저씨가 위독한데 돈을 따지는 게 너무 이상하다."

"응~ 그렇네. 사람 앞에서 돈을 따지는 게 너무 현실이다." 이렇게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런데, 당신~ 한번 생각해 봐. 우리가 100유로 더 갖고 있다고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잖아? 그까짓 100유로 필요한 이에게는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거야. 우리가 100유로 덜 갖는다고 불행하고 슬퍼지는 것은 아니잖아?"

아.......... 저는 남편이 이 말을 하는 순간, 그냥 얼어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나에게 일침을 가하는 남편의 말! 정말 맞습니다. 100유로 더 갖는다고 내 삶이 더 윤택해지는 것도 아니고,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물질에 얼마나 쉽게 내 삶을 내어놓을 수 있는지 크게 깨달았습니다. 사실 우리가 진짜 걱정하고 관계해야 할 것은 사람인데 말이지요. 

이번에도 저는 크게 깨달았습니다. 남편, 정말 고마워~! 내가 어리석은 생각을 잠깐 한 것. 큰돈은 아니지만, 선행이란 어떤 마음에서 나오는지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싫으면서도 마지못해서 하는 선행이 아닌,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선행은 내 행복과 다른 이의 행복이 충만할 때의 그 합의점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서 100유로가 더 있다고 행복하다는 결론은 절대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페페 아저씨께 작은 경제적 도움을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오글거리는 장면은 싫었는지, 매번 저에게 부탁합니다. 

"돈은 당신이 페페 아저씨한테 줘."

그리고 페페 아저씨를 만나는 날에는 어김없이 제가 아저씨 주머니에 돈을 쑤셔 넣는 주인공이 되고 맙니다. 아저씨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감동과 우정이 제 마음마저 흔들어놓는 날이 되어, 100유로 빼자고 한 저에게 큰 채찍으로 다가온답니다. 마음으로 하기 쉬운 선행이 사실은 굉장히 어렵다는 것, 사람이 먼저이며 내 행복도 같이 찾는 선행이 되어야겠다는 것. 저는 매번 이렇게 남편에게 배운답니다. 

 

△ 오늘도 소소하게 홈이발소에서 이발을 합니다. 

구두쇠같은 남편이지만 사람에게는 누구보다 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지요.

 

△ 짠돌이 마음이 아닌 누구에게도 귀를 기울이는 이 남편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답니다.

아직도 철이 덜 든 저에게 던지는 남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끔 제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네요. 

여러분, 즐거운 날 되시고요, 우리의 페페 아저씨 어서 건강이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요, 여러분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즐거운 한가위 바랍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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