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오르가닉 집

예측할 수 없는 스페인 고산생활

산들무지개 2017. 11. 22.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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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제목처럼 우리가 사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삶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여느 누군가와 마찬가지로 예측불허입니다. 며칠 전에는 족제비가 몰래 닭장을 다녀가 우리의 암탉 두 마리를 잡아먹었고요, 아니, 잡아먹었다기보다는 피를 빨아먹었고요, 정말 겨울이 다가오니 동물들도 먹이 찾아 농가로 내려오네요. 그렇게 다른 곳과는 다른 예측불허로 우리를 깜짝깜짝 놀라게 합니다. 

그래서 매일 저녁이면 닭장 문을 꼭꼭 잠그고 잡니다. 닭장의 철창이 높게 쳐져 있어 족제비는 들어올 수 없는데 어딘가에 모르게 난 구멍으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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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그런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며칠 동안 달걀을 낳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마을 가게에서 달걀을 사 와서 아이들에게 먹이게 되었지요. 

"얘들아, 이 달걀은 감옥 같은 철창에 갇혀 사는 암탉이 낳은 달걀이란다." 

양계장 시스템으로 낳은 달걀 소개를 하다가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누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놀랍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엄마~! 그럼 경찰관 아저씨가 달걀을 걷어서 우리한테 준 거야?"

하하하하! 정말 순진하고 순수한 아이입니다. 감옥과 경찰의 연관성을 이렇게 녹아냈네요. 

아무튼, 그래서 알뜰히 암탉도 살피고 겨울 준비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족제비 보고 놀란 가슴 진정시킨다고 밤마다 닭장을 조사하고 있는 산똘님. 닭이 바닥에서 허우적대서 데리고 온 아빠. 닭발 사이에 어디서 날아온 지 모를 끈에 걸려 퍼덕이던 암탉을 데리고 왔지요. 아이고~ 우리 늙은 노계네요! 발 사이 끈을 제거하고 다시 닭장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그런데 또 예기치 않았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대단한 사건은 아니고, 지난번 느타리버섯을 키울 목적으로 씨균 배양하고 있다고 말씀해드렸잖아요? 그런데...... 그 포플러 나무에서 버섯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헉?! 내년 봄에나 가능하리라 믿고 까만색 플라스틱 봉투에 꽁꽁 싸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지난번 표고버섯 이야기를 기억하시죠? 

그때 이렇게 느타리버섯 죽은 포플러 나무에 접균하여 배양하는 일을 시작했답니다. 

2017/10/19 - [뜸한 일기/부부] - 버섯 좋아하는 나에게 한 남편의 소소한 선물

 

이렇게 이 나무에 균이 전부 다 침범해야 버섯도 날 터인데..... 그래서 내년 봄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글쎄 다락방 계단 밑에 둔 이것에서 버섯이 난 것입니다!!!

자연이란 이렇게 예측불허입니다. 자기에게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맞았다 싶으면 이렇게 인간이 모르는 사이에 자라납니다. 덕분에 깜짝 놀란 우리 가족은 버섯을 먹게 되었네요.  

정말 신비로운 먹거리입니다. 

나중에 까만색 플라스틱 걷어내고 키우는 방법 공부해서 열심히 또 키워야겠네요. 스페인 고산의 생활이 매일 예측불허입니다. 바람이 거센 날에는 밖에도 못 나가고, 이렇게 인터넷이 불통인 날에는 하루종일 컴퓨터에 매달려있어도 글을 송고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사진을 업로드하는데 몇 시간 잡아먹은 것 같아요. 여행 포스팅과 이 일상 포스팅 사진 업로드를 한국 같으면 10분 이내에 다 올릴 것을 이곳에서는 4시간 동안 끊임없는 인내로 올린답니다. ^^; 

어제 쓴 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티스토리 카테고리 인기순에서 노출이 되지 않네요. 왜 그런지는 정말 모르겠어요. 링크 걸어둘 테니 못 보신 분들은 꼭 보세요. 클릭하면 자동으로 창이 열려요~! 재미있는 우리의 한국말 퍼레이드입니다. 

2017/11/21 - [뜸한 일기/가족] - 아이들에게 빵~터지는 한국말 시도하는 스페인 남편

그리고 오늘 쓴 여행 글인데, 저만 재미있는지는 모르는데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글입니다. 

2017/11/22 - [스페인 이야기/여행, 여가] - [백설공주]의 세고비아 성, 진짜 주인은 뭘 했을까?

예측불허인 스페인 고산평야의 삶이지만, 여러분과 만나는 이 시간은 제게는 참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입니다. 오늘은 괜히 더 인내심이 요구되었던 날이네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여러분과 만나 행복합니다. 예측불허라 즐거운 때도 있고, 예측불허라 허탄해지는 날도 있지만...... 이게 다 무엇인가의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하니 즐겁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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