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평생 만나보지도 못할 그런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얼마나 복 받은 인생인가요? 사람은 그래도 사람과의 인연으로 살아가는 존재이니 저는 분명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답니다.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의도로 댓글 다는 사람도 있고...... 다 인생이 이런 복잡한 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육아 관련 글을 올리면서 받아본 오해 때문에 그 작은 문제를 풀고자 포스팅 하나를 올립니다.
분명 99.9999999% 분들이 좋은 댓글을 달아주시는데 그중 몇 분은 생각하지 않고 불쑥 던지는 댓글에 이 산들무지개는 가끔 당황한답니다. 문제가 있다면 문제 풀 논리적인 이유로 해답을 제시하면서 댓글을 달면 좋을 텐데, 가끔 훈계 아닌 훈계로 정말 당황스럽답니다.
그중의 하나가 "아이들이 쓴 글씨를 본 어느 분의 댓글"이었습니다. 제가 부드럽게 풀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원본을 순화하여......)
# 산들무지개님, 아이들 글씨 좀 잘 쓰게 교육 시키세요.
솔직히, 이 댓글을 읽기 전에는 아이가 글씨를 참 잘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스페인 초등학교 저학년인 우리 아이들이 쓰는 글씨체가 도대체 어땠길래 그랬을까요?
위의 사진은 우리 첫째가 쓴 현장에서 관찰하고 쓴 글이랍니다. 보기엔 정말 악필처럼 보이나요?
중요한 사실 하나는 아이가 한국 나이로 초등학교 3학년에 막 올라간 저학년생이라는 겁니다. 아이의 글씨체를 본 어느 분이 참 악필이라며 혀를 끌끌 찼는데...... 제가 보기엔 아주 훌륭한 글씨체입니다.
그런데 이 분도 이해가 되는 게, 한국인 눈으로 보자면 정(正)자로 쓰는 글씨가 잘 쓰는 글씨로 보이는 거죠. 아이의 글자는 정자의 글자가 아니기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답니다. 한국에서라면 반듯하게 글씨 쓰는 연습을 먼저 하니 말이지요.
▲ 사진: 교보문고
▲ 한글 쓰는 첫째
스페인 학교에서는 유아부 3년 과정에 답이 있답니다. 3살부터 들어간 학교에서는 1학년에 자기 이름 쓰는 것을 배우고, 2학년에는 대문자 알파벳을 다 배웁니다. 그리고 유아부 3학년에서는 소문자를 배우고 씁니다.
이렇게 유아 학교에서 다 배운 아이들은 초등부에 올라가면, 1학년 때부터 이렇게 필기체 소문자를 쓰면서 배웁니다. 아이들의 손놀림을 유연하게 하는 연습과 동시에 서체를 배우는 것이지요.
쓰는 순서를 손이 잘 기억할 수 있도록 필기체부터 쓰고 배우는 훈련을 계속하지요. 그런 의미로 스페인 아이들이 유독 글씨를 못 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 고불고불 고사리손이 노력하는 첫발인 거죠.
첫째가 유아부 3학년 때(여섯 살 때) 쓴 글씨체
글씨를 잘 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서체의 원리와 순서를 훈련하는 과정이지요.
소문자 필기체를 연결하여 쓰는 연습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죠.
이렇듯, 혹시, 왜 스페인 아이들이 글씨를 못 쓰는지 오해하셨던 분들이 있다면 이 포스팅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다 이들만의 교육적 훈련이기 때문이지요. 필기체 소문자는 어떤 순서로 어떻게 이어서 쓰는가가 중요하고, 어려움 없이 읽어야 하기에 눈에 익히는 것도 또한 아주 중요하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손으로 익히며 쓰는 방법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지요.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잘한다, 못한다'라는 시선의 잣대는 참 무섭습니다.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고, 앞으로 배울 일들도 더 많은 것을......! 편안하게 아이가 지금 하는 모든 일이 삶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삐뚤빼뚤한 글씨체도 언젠가 훌륭하게 변하지 않을까? 싶고요, 우리 어른의 태도 또한, 관용과 자비로 무장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삶의 첫발을 내딛고 있으니까요! 꼰대가 아닌 진정한 어른은 이런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봐요. ^^
자,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항상 행복하세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 스페인 고산평야의 무지개 삶, 카카오스토리 채널로 소식 받기
▲ 산들무지개의 유튜브 채널입니다. 주말마다 업로드하려고 노력합니다. ^^ 일상 모습은 이곳으로~!
구독하시면 업로드할 때마다 바로 소식 받으실 수 있어요. ^^
'뜸한 일기 > 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에서 득템하여 아이들에게 선물한 침대 (12) | 2018.08.12 |
---|---|
스페인 고산, 우리 아이들의 여름방학 숙제 (7) | 2018.06.24 |
'트러플(서양송로버섯)' 오른 스페인 초등학교의 급식 (16) | 2018.03.01 |
스페인 고산생활에 위로가 된 아이의 '한글 편지' (57) | 2018.02.06 |
스페인 학교에 아이가 '주먹밥' 싸간 이유 (13) | 2018.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