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드디어 텃밭 가동하는 스페인 고산의 봄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8. 5. 7.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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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 우리 가족이 사는 스페인 고산은 지중해 연안의 해변 도시보다 약 10도 정도가 낮습니다. 그래서 봄도 조금 늦게 찾아온답니다. 지금 막 싹이 트고 파릇파릇해졌다고나 할까요? ^^ 한국은 정말 화려하게 봄이 찾아오는데 이 스페인 고산은 아주 소소하게 작은 꽃에서부터 봄이 시작된답니다. 물론, 하얀색 체리꽃이 화려하게 듬성듬성 반기기도 하지만 말이지요.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혹독한 겨울은 결국 봄을 맞고 마네요. 역시, 계절의 순환은 진리입니다. ^^

그래서 우리 가족도 텃밭으로 요즘 매일 향하고 있답니다. 텃밭! 겨우내 잊혔던 이 텃밭을 다시 풀 가동해야지요!!! 4월 중순부터 부지런히 오가면서 텃밭 관리에 들어갔는데, 아이들도 좀 커서 그런지 열심히 엄마를 도와주는 게 참 기특했습니다. 올해는 엄마가 텃밭 관리자가 되었어요! 아빠는? 하하하! 아빠는 귀찮게 하지 말고, 부르면 와서 일하는?! ^^ 사실, 올해는 제가 텃밭 총 관리자가 되어 어떤 채소를 심을지 결정하고 일을 배분하기로 했습니다. 작년에 사 온 한국 채소 씨를 잔뜩 뿌리고 싶어서 말이지요. 

올해는 멋지게 여러 가지 채소로 쌈도 싸 먹고 싶은데...... 역시나 고산 날씨 때문에 잘 자랄 수 있을지...... 그게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아직 텃밭에 많은 작물이 없지만, 조만간 모종 사러 조합도 가야 하기에...... 오늘은 여러분께 소소한 마음의 평화를 줄 수 있는 텃밭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스페인 고산은 우리가 쉽게 상상하는 온난형 기후가 아니랍니다. 봄이 늦게 찾아오며, 여름은 갑자기 닥치고요, 그래서 태양이 머리 위에서 바로 이글거리는 고온에다가 따뜻한 날이 계속되는가 싶다가도 갑자기 가을이 되는 날씨랍니다. 그래서 씨를 계절에 잘 맞춰 심기가 그렇게 쉽지 않답니다. 

그래서 봄에 쉽게 수확할 수 있는 배추를 심기로 했습니다. 얼갈이배추~! 

알배추는 상상도 못 할 기후이며, 게다가 물도 부족해서 재배하기가 너무 어렵답니다. ㅜ,ㅜ 

한번 심고 자라면 막 뽑아 먹을 수 있는 배추가 최고입니다. 저는 이런 풋풋한 배추를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씨 뿌리기를 했어요. 

누리가 열심히 엄마와 함께 씨 뿌리기를 해줬습니다. 누리는 이 씨뿌리는 일을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모둠 쌈채도 심었어요. 다양한 씨가 있었어요. 상추할 것 없이 겨자잎도...... 얏호~! 진짜 쌈 많이 해먹을 수 있겠어요. (잘 자라만 다오~~~ 아~ 궁금하다. 잘 자랄 수 있는지......) 

그리고 겨우내 잘 버틴 딸기를 분양하여 심었고요.

딸기도 올해는 많이 수확할 것 같아요. 

상추 모종도 사다가 심었어요. 

5월이 되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조합에 들려 이것저것 모종을 사 심을 계획이랍니다. 

어서 자라다오~~~ 상추 쌈 해 먹게...... ^^

그리고 열심히 뿌린 땅에 물을 솔솔 뿌려줬습니다. 고산이라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아 무척 걱정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텃밭에는 샘이 있잖아요? 샘물을 받아 보관하는 농업용 수조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죠. 

어느 날은 잎 들깨 씨도 뿌렸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매번 실패하면서 깻잎을 재배하는데요, 올해는 잘 자라줬으면 좋겠네요. 고산이라 따뜻하지 않아 그런지, 싹이 잘 틔우지 않고, 싹이 나와도 곧바로 쨍쨍한 여름이라 노지에서는 금방 대가 딱딱해지면 잎이 잘 자라지 않더라고요. (ㅜ,ㅜ 슬프다. 그래도 올해는 꼭 성공해보련다.) 아니면, 화분에 뿌려서 재배해야 하나요? 

그렇게 조금씩 텃밭을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 왼쪽의 풀떼기들은 잡초입니다. ㅜ,ㅜ 

이 잡초는 휴가 여행 다녀오니 저렇게 숲이 되었네요. 이 풀은 쟁기 기계로 싹 갈아엎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우리 텃밭의 샘에 나타난 무리들. 양 떼~~~ 샘 앞에 구유가 있어 목마른 양 떼가 열심히 목을 축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차에서 쉬면서 놀고 있는 사이 저렇게 유유히 양 떼가 이곳을 점령했네요. 

양치기 라몬 아저씨가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 아이들에게 대접(?)합니다. 우리 양치기 아저씨는 새벽에는 빵을 만들어 마을 빵집에서 판매하는 아주 부지런하신 분이죠. 맛있는 아저씨의 빵은 언제나 즐거운 간식입니다. 빵집 들를 때마다 아이들 주라고 얼마나 자주 단빵을 공짜로 주시는지...... 매번 미안하면서도 고맙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이 밭에서 주로 하는 일은 물 주기. 

별별 희한한 것들을 다 가지고 와 물을 줍니다. 플라스틱 봉지에서부터 병까지...... 때로는 장난감까지 가져와 물을 대주더라고요. 

얼갈이배추 싹이 속속 돋아나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들 눈이 아주 반짝거렸어요. 너무 촘촘히 심어서 나중에 솎아줘야겠어요. 

상추도 잘 자라고 있고~! 아이들도 텃밭에서 지내는 시간을 참 좋아하니 정말 흐뭇하고 기뻤습니다. 

그래~ 너희들 덕에 엄마도 텃밭 오는 날이 행복하구나~!!!

이것은 양파 모종입니다. 100개 심기로 했어요. 

먼저 쟁기질하기 전에 양파를 심기로 했어요. 쟁기는 이웃에게 빌려야 하기에...... 

원래는 쟁기 다 해놓은 땅인데 잡초가 금세 자라 저렇게 된 것이랍니다. 그래서 풀 다 뽑고 일단 양파를 심었습니다. 

짜잔~! 양파는 물 호스를 대 똑똑 땅이 물을 머금어 쑥쑥 자라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리고 어제의 딸기밭에는 꽃이 활짝!!! 정말 올해는 딸기 많이 날 것 같아요. 잼도 하고, 얼려 스무디도 해 먹어야지~! 하고 마음으로 엄청나게 기대하는데,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분명 그 자리에서 바로~ 다~ 먹을 것이라는 예측도 합니다. 

배추도 쑥쑥~! 어서 자라거라~! 쌈이랑 김치 해 먹게......!

수조의 물을 이날은 왕창 열어 밭에 물을 댔습니다. 쑥쑥 대지가 흡수하여 맛있는 채소 자라나라~! 주문을 외웠지요. 

이날은 아이들이 더 신났어요. 아이들은 가지고 온 장난감을 물에 띄우고 나무배를 만들어 강 놀이를 할 수 있었으니 말이에요. ^^ 

텃밭에 나는 아스파라거스도 쑥쑥 자라나고 있고...... 

텃밭의 오레가노도 향긋한 향기 뿜뿜 뿜으며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제 어떤 채소를 또 심을까 설레고 기대되는 텃밭으로의 행보입니다. 으음...... 열무와 봄무를 심고, 호박과 오이 모종을 사와 심을 예정이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채리 토마토도 심을 겁니다. 남편의 홉스(맥주의 쓴맛을 내는 식물) 덩굴도 줄 타고 잘 오르고 있으니...... 올해는 어쩐지 풍년의 느낌이 벌써부터 납니다. 가지와 감자도 심을 것이고요, 옥수수는 패스요. 고산에서 옥수수 잘 자라지 않아 이미 포기했습니다. 고구마도 포기요...... 자라다 말더라고요. ㅜ,ㅜ 아무튼, 진지하게 생각하여 좋은 채소 많이 심으렵니다. ^^*

아직 시작이지만, 이렇게 시작이라도 했으니 즐거운 봄날의 텃밭 풍경이 아닐 수 없네요. 스페인 고산에 봄은 늦게 찾아오지만, 나름대로 이곳에 적응하며 사는 방식도 저를 설레며 즐겁게 하네요. 하루하루 일어나 오늘은 뭘 할까?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는 날들이니, 분명 지금 내 삶을 즐긴다고 할 수 있겠죠?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여러분은 아침에 일어나 즐거운 고민에 지금 빠질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렇지 않다면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일상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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