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스페인 사람들에게 '단팥'이 문화충격인 이유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8. 5. 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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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독자님께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에 스페인 청년들이 나온다며 제보를 해오셨습니다. 저야 예능을 전혀 보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모르지만(죄송 ㅡ,ㅡ;) 어제 우연히 본 클립 영상에서 스페인 친구들이 편의점에서 팥바(아이스크림)를 사 먹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 친구들이 우와! 문화충격인데?! 하고 엄청나게 놀랐었지요. 그런데 이 친구들의 리액션이 마치 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한국 팥을 먹어본 후의 반응과 같아서 저는 엄청나게 웃었습니다. 아마 스페인 현지에서 산 한국인이라면 다~ 공감하는 내용일 겁니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그 이유가 자세히 나오지 않아, 그 모습을 보는 한국인에게는 그게 왜 문화충격이지?란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즐겨 먹는 단팥이 사실은,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문화충격으로 다가오는 일에 대해 설명하도록 할게요. 


일단, 남편이 한국의 단팥을 처음 접했을 때의 반응을 다룬 글입니다. 

위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페인 사람들에게 단팥의 비쥬얼은 거의 초콜릿에 가깝습니다. 맛있게 보이는 빵 안에 당연히 초콜릿 색, 당연히 초콜릿 빵으로 생각했던 것이지요. 팥이 들어가 있는 줄 상상도 못 해서 처음에 맛보고 굉장히 놀랐던 것이지요. 

팥이란 게 그리 놀랄 일입니까? 할 수도 있는데요, 스페인에서는 팥이 사실상 없습니다. 그런데 팥하고 비슷하게 생긴 후디아스 로하스(judias rojas), 파바다(fabada), 혹은 프리홀레스 로하스(frijoles rojas), 알루비아스 로하스(alubias rojas)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죄다 이 재료는 후식이 아닌 음식에 쓰인답니다. 대표적인 게 렌틸콩수프와 같은 붉은색을 띠는 수프 요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요리의 대표 명사이기도 하지요. 

아이들이 제일 먹기 싫어하는 요리 중의 하나가 이 재료들을 사용해 만든 요리가 되겠습니다. 

스페인식 붉은 색 콩 혹은 팥, 파바다와 야채를 넣은 수프 

스페인에서는 팥과 콩의 분류가 없어서 팥을 아바(haba)의 일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알루비아라는 떡팥의 일종, 혹은 파바로 만든 수프  

알루비아 로하로 만든 수프 

▲ 스페인에서는 단팥이 시중에서 많이 판매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몇 이들이 단팥을 사서 먹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대부분 음식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위의 예시를 든 사진은 단팥이 아닌, 스페인 사람들이 보통 먹는 요리들로 떡팥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재료들이지요. 스페인서는 굉장히 대중적인 음식 중의 하나입니다.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이 요리 때문에 스페인 엄마들이 제일 잘 하는 소리가 

"이 후디아스 로하스(스페인식 콩 혹은 팥요리) 다 먹고 나면 (후식) 아이스크림 줄게!"라는 말이지요. 

아~ 이제 조금 이해 되는가요? 스페인 청년이 깜짝 놀란 게 바로 이겁니다. 스페인에서는 꾸역꾸역 먹어야 하는 요리가 한국에서는 후식으로 나오니 얼마나 놀랄 일인가요? 팥바 자체가 (음식이며) 후식이라는 생각에 얼마나 큰 문화충격을 받았는지...... 

"음식과 후식이 동시에 가능한 팥바~!" 라고 놀랐던 것이죠. 

우리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도 깜짝 놀란 일이 있었지요. 

▲ 팥과 떡 들어간 시원한 후식 빙수

▲ 요즘에는 더 화려해진 후식, 팥빙수

우리가 팥빙수를 먹을 때 비슷한 말을 했거든요. 

"한국에서는 이게 후식이야. 스페인에서는 감히 생각도 못 할 일인데......! 세상에! 팥이 음식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후식으로 나오다니! 스페인식 팥 수프는 먹으면 방귀 때문에 엄청 고생이고, 배가 더부룩해지는데 한국에서는 팥으로 만든 후식이 인기를 끌다니 정말 놀라운 걸~" 

한마디로 팥을 달게 해 먹는 문화가 아니어서 온 충격이라는 것이지요. 마치 한국에서 토마토를 과일처럼 잘라 먹는 사실만큼이나 신기했던 것(스페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모습 보면 넘 재미있어요. 나라마다 문화의 다양성이 때로는 이런 차이로 나타나니 말입니다. 

스페인에서는 콩, 팥 요리가 굉장히 위에 부담이 가는 음식으로 다가오는데요, 한국에서는 쉽게 이렇게 디저트로 먹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요약 글을 남기면서 여기서 이만 포스팅을 줄일게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하루하루 행복 가득하세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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