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스페인 고산, 우리 아이들의 여름방학 숙제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8. 6. 2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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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학교는 6월 말에 방학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 사는 우리 집 아이들도 지난 금요일에 방학을 맞았답니다. 우와~ 벌써 방학인가요? 네~ 벌써 방학입니다. 스페인에서는 여름이 굉장히 뜨겁기 때문에 7~8월, 두 달 이상이 방학이랍니다. 9월 10일 전후하여 새 학기가 시작되어 아주 긴 시간 방학을 보낸답니다. 대신 겨울방학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아주 짧기 때문에 교육 일수를 한국과 비교한다면 그렇게 짧은 수업시간은 아니지요. 

금요일 방학에 들어가기 전, 우리 마을 초등학교는 가족과 함께 캠프 파티를 열었답니다. 목요일 밤에 전교생이 다 모여 즐긴 날이었지요. 아주 작은 마을이라 아이들 다 합치면 겨우 열한 명밖에 되지 않는 곳이랍니다. 


방학 하루 전날, 우리 마을 근처의 페냐골로사 자연공원 공립 무료 캠프장에서 다 모였습니다. 

텐트도 치고, 숲으로 쏘다니면서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상에서 놀았답니다. 

같이 온 부모는 이렇게 준비한 저녁을 식탁에 올리고 아이들을 불렀지요. 

"저녁 먹자~!"  

부모들이 함께 참석하면 좋겠다고 이유를 밝힌 학교. 

사실, 이 행사를 하기 전에 다른 나라에서 이민 온 가족의 부모는 못마땅해답니다. 

"아이들 행사에 왜 우리가 가야 하죠? 아이들만 보낼게요." 하고 말입니다. 

그러자 스페인 부모와 학교에서는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인데 시간이 되면 부모도 참석하면 좋겠어요."

라고 부모들에게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이민자 부모는 

"우리가 가도 할 일이 없는데 왜 가야 하나요?" 

라며 그 이유를 댔습니다. 

교사 출신의 스페인 엄마는 인내를 가지고 차근차근 설명해주었지요. 

"매번 아이들만 맡기지 말고, 함께 즐기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했다는 것으로 큰 추억으로 삼을 거예요." 

그렇게 해서 부모 대부분이 이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먹을거리를 준비해와 함께 펼쳐놓고 같이 먹고, 아이들과 놀면서 목청껏 웃기도 했지요. 물론, 오지 않은 아빠들이 몇몇 있기도 했습니다. 

큰 텐트에서 아이들 전부가 들어가 잤습니다. 

자기들끼리니 얼마나 신났겠어요? 작은 텐트는 부모들 텐트입니다. 

아이들이 무척 신난 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자기 곁에 엄마, 아빠가 있는 게 그렇게 즐거워 보였습니다. 

물론, 이민 가족의 아이는 아빠를 보지 못해 섭섭해했지만, 엄마와 함께라도 시간을 보내 오랜만에 저도 기뻤습니다. 매번 이 아이는 혼자만 와서 제가 다 미안해했을 정도였으니 말이지요. 

마을에서 심심하게 보내는 날이라도 있으면 일부러 차 태워 같이 놀아준 적도 있습니다. 

밤에 신나게 춤추며 노는 아이들 

 

자정이 지나서야 텐트에 들어가 잠자리 준비를 하는 아이들. ^^

그렇게 콜콜 잘 자고 난 다음 날,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방학하는 날을 맞이합니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요. 너무 간단한 것밖에 없는 사진입니다. 사실 더 많은 것을 먹었는데...... ^^; 

그리고 마지막 날, 수업을 합니다. 수업 시간에 "숲에서 발견하는 동물의 흔적들"이란 주제로 수업을 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수업 끝나고 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집에 오는데요, 마지막 날에는 그동안 했던 수업에 담았던 책과 공책, 성적표와 여름방학 숙제 등을 나누어준답니다. 

집에 와 꼼꼼히 읽어보는데요, 오~ 눈에 띄는 내용 하나가 보입니다. 

"여름방학 동안 아이가 직접 선택하는 발렌시아어나 스페인어로 된 책 읽기를 추천합니다. 부모에게 독서 평을 해보는 연습 하며 발표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줍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당부하네요. 

"여름방학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즐기는 일입니.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여러분의 아이들에게 당신의 시간을 내주는 일이지요." 

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올여름 이 숙제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우리도 노력해야겠네요. 부모가 아무 능력이 없고, 아무 존재감이 없다고 해도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부모와 함께한 그 시간이 소중한 추억이 될 수가 있습니다. 그냥 옆에서 같이 웃고, 즐기기만 해도 아이는 표정이 달라집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저는 오늘부터 방학 1일입니다. 아이들과 이제 같이할 시간이 두 달 넘게 있으니 인내를 가지고 좋은 일 가득하도록 계획을 꾸며봐야겠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날들 되세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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