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생활은 도시 생활과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다~ 있습니다. 여러분도 어느 정도 짐작하듯이 시골 생활이 다 장점일 수만은 없지요. 환경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경에 노출되어 겪는 소소한 불편함도 있답니다. 전에 말씀드린 진드기나 무서운 독뱀 등이 한 예랍니다.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평야는 혹독한 겨울 날씨 외에도 독뱀과 독버섯 등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스스로 지혜를 발휘해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비해야 하지요.
그런데 며칠 전, 텃밭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뱀 때문에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답니다. 쌍둥이 공주님들도 뱀이 무서운 존재라는 걸 인식하고 조심하는 편이지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오늘 뱀 방향제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설치라기보다는 방향제를 꺼내어 작은 그릇에 담아 집 바깥 구석구석, 담장 구석구석에 넣어두는 일이랍니다.
며칠 전, 두 아이가 텃밭에서 죽은 뱀을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이웃이 뱀을 발견하고 죽인 것 같습니다. ㅡ,ㅡ 뱀은 인간을 무서워해서 그냥 도망가기에 내버려 둬도 되는데 혹시 아이들이 위험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지, 이웃이 뱀을 저렇게 처치해버렸네요.
누리가 유심히 관찰하겠다고 죽은 뱀을 보고 있었는데, 그게 저에게는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았답니다. 진짜 독뱀은 치명적이거든요.
"아이고~~~ 누리야~~~!" 소리가 절로 나왔지요.
"지 아빠랑 똑같네~~~!" 소리도 절로 나왔지요.
그날 우리 집 근처에서 독뱀이 발견되었습니다. 큰 아이가 봤는데 돌담 구멍으로 숨어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여러분은 또 이상한 시선으로 이 글을 읽고 걱정을 하실 겁니다. 그냥 담담하게 이야기해 드리자면, 우리 집 근처에 뱀은 있지만, 한 번도 뱀에게 위협을 느낀 적이 없음을 알려드리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건 좋은 일이죠?
그래서 집에 있는 뱀 방향제를 꺼냈습니다.
말 그대로 뱀 방향제인데, 인공 화학 성분이 없는 자연산 방향제입니다. 탈취 스프레이와는 좀 다른 전통적인 방향제이지요.
위의 사진이 바로 뱀 방향제입니다. 자연산 나무에서 진액을 채취해 만든 뱀 방향제입니다. 노간주나무로 만들었는데 글쎄 뱀이 싫어한다니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정말 뱀도 싫어할 냄새가 나는 겁니다. 지독한 냄새에 색깔도 지독해 보이고...... 역시, 뱀 방향제가 맞구나 싶었습니다.
▲ 위의 사진이 노간주나무입니다. 실제로 향을 맡으면 아주 좋고 향기롭습니다. 그런데 뱀 방향제로 쓰인 부분은 지독하게도 냄새가 나더라고요. 참고로 노간주나무 열매는 우리가 흔히 아는 술, 진(Gin)을 만들 때 쓰입니다. 독일의 양배추 절임인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를 만들 때도 이 열매를 넣기도 한답니다. 실제로 우리 집에서는 양배추 절임 할 때 이 열매를 넣어 만들어 먹는데 맛이 의외로 참 좋더라고요. ^^
▲ 창고에 넣어둔 뱀 방향제를 꺼냈습니다. 올해도 좀 유용하게 써보자고 말입니다. ^^;
▲ 뱀 방향제 액을 담을 작은 뚜껑을 준비했습니다. 큰 그릇에 담아도 되는데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만지면 안 될 것 같아 작은 뚜껑에 담아 안 보이는 곳에 숨겨두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자연산이라고 해도 약품이니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지요.
▲ 뚜껑을 여니 냄새도 고약하고 색깔도 고약한 액체가~~~
조심히 작은 뚜껑에 담습니다.
냄새로 뱀을 못 오게 하므로 적은 양도 충분하답니다.
▲그리고 구석구석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돌 틈에 끼워 넣었습니다.
뱀은 돌 틈에 들어가 숨어버리기도 하고, 돌 틈에서 서식하기도 하니, 적어도 우리 집 근처에는 오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은 뚜껑을 곳곳에 두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매년 우리 집 근처에는 뱀이 없더라고요. 올해는 깜빡하고 설치하지 못했는데, 어느새 뱀을 봤다는 아이의 말에 놀라움을 진정시키고 또 이렇게 뱀 방향제를 설치했습니다. 역시 엄마의 호들갑스러운 마음, 여러분은 다~ 이해하시죠? ^^*
"그런데 누리아, 뱀은 잘 관찰했니?"
"응, 엄마. 죽은 뱀은 독이 없는 뱀이었어. 이웃 아저씨가 괜히 죽인 거야."
아직 어린아이가 어느새 독뱀과 구렁이 차이를 아네요. 평소 주위에서 물뱀을 잘 관찰하다 보니 죽은 뱀이 같은 녀석이란 걸 알았네요. 쓸데없는 생명은 없다고 어린아이가 한탄하는 모습이 마음에 짠~ 박힙니다.
"그래, 누리아. 우리는 선입견으로 뱀을 죽이는 일이 없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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