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우리 집 인터넷이 불통이라 여행을 떠나면 인터넷 환경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가을 풍경을 보기 위해 떠난 가족여행에서 우리는 역시나 인터넷 불통이었습니다! 스페인 깊숙이 들어가 보면 어찌나 풍경이 달라지는지요! 유럽에서 스위스 다음으로 두 번째로 산악지대가 많은 스페인에서 좋은 인터넷 시설을 기대하기란 어쩌면 하늘의 별 따기?! 모바일 데이터도 되지 않고...... 휴대폰이 잡히지도 않는...... 그런 곳으로 우리 가족은 가을 여행을 떠났답니다. @.@
우리 가족이 다 함께 여행을 떠나는 방법은 지난 글에 있는데요, 참고해보세요~
작년 이맘때쯤 여행한 이야기인데요, 시부모님께서 올해도 함께 여행하시고 싶어 또 모이게 되었답니다.
"늙어서 이렇게 손주들 노는 것 보면서 여행하는 게 참 좋구나."
일정이 맞지 않아, 자식들 스케줄이 어긋나자 시어머니께서 여행하시고 싶다는 배경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산똘님과 그의 동생들은 스케줄이 맞지는 않지만, 하루라도 같이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3박 4일 맞춰 여행하게 되었답니다. 우리는 조금 늦게 합류하였지만 그래도 같이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참 좋았답니다.
▲ 가을 여행 중 스페인의 한 캠프장 풍경
우리 가족이 여행하는 방법은 여유로운 캠프장 방갈로를 이용하여 숙식을 해결하고, 자가용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하여 산행을 하거나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이랍니다. 보통은 산행을 즐기기 때문에 등산을 주로 한답니다.
그러니 매번 식구들 요리를 해야 하는데요, 그다지 어렵지는 않답니다. 모두가 달려들어 다 함께 준비하니 말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한국 음식을 선보인다며 많이 요리했는데요, 시부모님께서 깜짝 놀라시며 좋아하셨답니다.
사실, 시어머니께서 이국적인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셔서 저는 항상 특별한 날에만 한식을 했답니다. 떡국, 불고기, 비빔밥, 김밥 등 말이지요. 특별한 날에만 선보인 한식을 아주 좋아하셨는데요, 이번에는 평소에 먹는 음식을 선보였답니다. 주먹밥, 카레 오므라이스, 몇 개 가지고 간 라면 등.
"오늘 무슨 요리할 거야?"
저랑 나이가 같은 시누이가 이렇게 물었죠.
"응~ 밥."
"어휴~~~ 난 밥 안 먹을래. 흰밥은 소화가 안 돼. 게다가 변비 생길 수도 있어."
시누이가 이렇게 말하니 좀 떨쭘했지만, 뭐 어쩔 수 없었지요. 제가 가지고 간 재료가 많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럼, 네가 먹고 싶은 것 네가 알아서 해 먹어."
이렇게 말하고 저는 요리를 했지요. 첫날 한 요리가 카레 오므라이스였는데요...... 각종 채소를 잘게 썰어 소스 한가득 밥에 올려 냈습니다. 게다가 달걀도 함께 올렸더니...... 대단히 만족스러운 모양새가 나왔답니다.
그렇게 음식을 식탁에 차리다 보니...... 시누이가 한 음식은 멀건 닭고기 국물만 있는 소면국이었습니다.
'아니, 흰밥 때문에 변비 생길까 봐 걱정하더니 채소 건더기 하나도 없는 흰 면은 소화가 잘되나 보네.'
혼자 속으로 생각하면서 밥을 펐습니다. 옆에서 시아버지께서 얼마나 놀라셨는지.......
"밥 하면 흰밥이 보통 생각나는데 소스를 올려 더 다양하네. 샐러드에, 김에, 매운 고추 튀김에 정말 다양한 반찬도 많네."
반찬 많이 올리지도 않았는데 이러십니다. 스페인에서는 반찬이라는 개념이 없어 보통 식탁에서는 한 접시만 먹는 코스 요리거든요.
▲ 다함께 여행하면서 간단히 싸간 점심 먹는 풍경
"사실 한국에서는 밥이 주가 아니라 반찬이 주랍니다. 다양한 반찬이 많아요. 해조류에서 채소까지, 육류도 반찬으로 올라오는데 다양하게 섭취할 수 있어 오히려 밥 때문에 변비 생긴다고 하면 반찬 많이 먹으라고도 해요."
"아~~~! 스페인에서 음식 먹을 때 빵을 조금씩 뜯어 먹는 것처럼 말이지?"
이렇게 개념을 정리하시더라고요. 휴우우~ 다행이다. 일단은 한식으로 밥한다는 개념 정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일었습니다. 괜히 시누이가 오해하고 밥한다는 말이 밥만 한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느껴졌을 테니 말입니다.
▲ 여행 중 찍어놓은 음식 사진이 없어 위의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몇 끼를 먹어?"
갑자기 시아버지께서 이렇게 물어보십니다.
'아니, 당연히 삼시 세끼죠. 아차! 여긴 한국이 아니지. 스페인에서는 세끼가 얼마나 이상하게 들릴까?'
이런 생각이 순식간에 들었지요. 그렇죠. 여긴 한국이 아닌 스페인. 스페인 사람들에게 얼마나 생소하게 들리는 삼시 세끼입니까? 스페인에서는 보통 다섯끼를 먹거든요. 공식적으로 이렇게 정해놓고 음식을 먹는 게 한국하고 얼마나 달라요! 아침(Desayuno) - 아침 겸 점심(Almuerzo) - 점심(Comida) - 간식(Merienda) - 저녁(Cena)
세끼밖에 하지 않는다는 소리에 시부모님 두 분 눈이 동그래지셨습니다. 세상에!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먼 다른 나라의 이야기구나! 하시는 표정으로......
"한국에서는 식사 시간대가 언제야?"
하하하! 호기심에 이렇게 질문하시는 시부모님께서 얼마나 귀여우신지......
"한국에서는 보통 아침이 7-8시 사이고요, 점심은 12시에서 1시 사이, 저녁은 5-6시 사이인 것 같아요. 늦어도 7시 정도는 다들 저녁을 먹는 분위기이고요. 물론, 사람마다 다 달라요."
이렇게 대답을 해드렸습니다. 그러자 시아버지께서는 더 큰 궁금증으로 또 뭔가를 물어보십니다.
"저녁을 그렇게 일찍 먹으면 한국 사람들 밤 9시 되면 배가 안 고파? 어떻게 그걸 참는대?"
"하하하! 참지 않고 그냥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해요. 한국에서는 9시면 천천히 잠자리에 들 시간이거든요. 스페인에서는 밤 9시에 식사하는 사람이 보통이지만, 한국에서는 10시면 다들 잠자리에 드는 편이거든요. 뭐 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에요."
"아이고! 한국이 얼마나 스페인과 다른지 이제야 알게 됐구나."
그러자 옆에 있던 산똘님이 한마디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식사 시간 중간에 배가 고프면 과일이나 차를 마시더라고요. 뭐 카페테리아 같은 곳에서 간단한 케이크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요."
"오~ 훨씬 건강한 느낌이 드네."
옆에서 대화를 엿듣던 시누이가 말합니다.
"그래, 어느 글에서 보니, 밥 먹고 난 후 2시간 정도 소화하고 자는 게 좋다고 하더라. 스페인 사람들은 저녁 먹자 바로 자니 얼마나 몸이 힘들겠어? 한국 사람들처럼 일찍 밥 먹고 소화하고 편안한 상태에서 잠자는 게 최고야."
이런 소릴 합니다.
그러자 시어머니께서도 그러십니다.
"맞아. 우리도 늙으니 몸이 좀 가벼워질 필요가 있어. 아이들 아버지가 합창단 활동하러 갔다가 오면 밤 9시인데 그때 저녁 식사하고 나면 몸이 많이 무거워 힘들더라고. 우리도 한국 사람들처럼 저녁에 일찍 밥 먹고 공복을 즐겨야 몸이 가벼워질 거야. 우리 그렇게 바꿔야겠어!"
스페인 시어머니께서 이렇게 환영하시면서 식사 시간대를 바꾸기로 하셨습니다.
오~~~ 어떻게 이렇게 대화가 흘러갔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의 식단이 이렇게 긍정적으로 변하니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스페인이라는 나라에서 스페인 가족이 호기심으로 한국 식단을 채용하겠다는 말씀.
"우리도 밥과 반찬, 좀 다양하게 먹는 습관을 들여보자고. 배고플 때는 아무거나 먹지 말고, 과일을 좀 먹어보기로 하고 말이야. 늙으니 몸이 더 무거워져서 좀 가벼워 보자고.....!"
시어머니께서는 시아버지를 보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시네요. ^^*
덕분에 시댁 식구들과 요리하여 먹는 시간이 참 즐거웠네요. 특히 새롭게 선보인 김 가루 넣은 주먹밥을 참 좋아하셨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스페인에서 파는 김부각도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빈 봉지를 가지고 가셨습니다. "꼭 사먹어야지" 하시면서 말이지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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