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보니, 또 남편이 아이에게 줄 허브티를 만들어놓고 회사에 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딸바보 아빠의 걱정은 온통 아이들뿐인 것 같습니다. 그에 보답하듯 아이들은 아빠만 찾고 있고요. 정말 신기하죠?
한밤중에 누리가 일어나 "아빠! 아빠!"하는 소리를 내더라고요. 왜 그럴까? 일단 아빠를 찾았으니 아빠가 일어나 아이들 방에 가봅니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나 뒤척이던 저는 모른 척했죠. 그랬더니, 남편이 침대에 와 조용히 속삭이면서 이런 말을 하고 사라지더라고요.
"누리가 악몽을 꾼 것 같아. 누리 잠들 때까지 같이 누워서 재워놓고 올게."
헉?! 이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엄마 바라기인 누리마저 이제 아빠를 찾는다니 말입니다. 처음에는 얼마나 섭섭했는지 모릅니다. 우리 아이가 엄마를 찾지 않고 아빠를 먼저 찾다니!!!
그래서 그랬는지, 아빠는 아침에 이런 허브티를 만들어 놓고 갔더라고요.
"누리를 재우다 보니 아이가 콧물을 훌쩍이더라고. 그래서 큰 감기 걸리기 전에 허브티를 만들어 마시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뭐야!"
아이를 보살피지 않았으면 몰랐을 아이의 소소한 변화를 남편이 바로 감지하여 바로 예방책을 내놓았네요. 이런 남편이 참 기특했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아프면 엄마들이 옆에서 가슴 졸이면서 아파하던데...... 이제 남편도 이런 아픔을 부담해야만 하는 시간임을 알아가는 거죠.
"엄마만 찾던 누리가 왜 요즘은 아빠를 찾지?"
좀 섭섭한 마음에 질투 섞인 말로 남편에게 불만을 이야기했죠.
"그동안 당신이 아이들 셋 기르면서 항상 엄마로서 옆에서 보살피고 밤낮 자지 못하고 고생한 일이 지금 보상되는 것 같은데? 당신이 6년 동안 세 아이들 옆에서 가슴 졸이면서 보낸 시간을 아이들이 아는지 이제 아빠한테 똑같이 요구하고 있는 것 같아."
하하하! 아빠의 관찰력은 맞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이제 커가니 엄마의 속성을 다 알아가고, 엄마는 언제든 자신들에게 관심을 주는 존재이기에, 아빠에게 달려드는 것 같습니다. 아빠에게 관심 보이고, 관심받고 싶어하고...... 아빠는 재미있으니 말이에요. 아이들이 언제나 안길 수 있는 엄마보다, 가끔 안길 수 있는 아빠를 더 가까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남편이 말한 부분을 강조하여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 아빠와 세 아이
"그래~ 고만고만한 나이의 세 아이 키우는 일이 정말 힘들었지. 그래, 당신이 말한 것처럼 지금은 내가 보상받을 시기네. 당신이 이제 조금 귀찮겠지만, 밤마다 일어나 아이들을 보살펴야 할 거야."
"나야~ 좋지. 잠 많은 당신은 이제 좀 쉬어."
남편은 또 이렇게 말해주네요. 오~! 이제 남편이 부담해야 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하긴, 아이들이 언제까지나 아이가 아닐 것이기에, 아직 어릴 때 이렇게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죠.
아이들이 크고, 더는 우릴 찾지 않을 때가 꼭 올 테니 말입니다.
아침에 학교에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멀리서 친구가 두 아이를 데리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한참을 생각했죠.
"아~~~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세 아이 데리고 정말 정신없이 육아에 미쳐있었을 때......"
남편이 말한 그 부분이 참 깊게 와닿았습니다. 쌍둥이 모유 수유에, 분유 수유에, 기저귀 갈 던 그 시간이 끝날 것 같지 않던 그 육아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래, 엄마도 이제 숨 쉴 때구나! 아이들이 아빠만 찾아주는 시기도 있구나!
그래, 남편, 아이들이 사춘기 되면 아빠 근처에도 오지 않을 테니,
당분간 남편이 좀 고생해줘~!!!
지금 육아 스트레스로 고생하시는 모든 부모들께 응원의 에너지 날립니다~!
언젠가는 숨 쉴 날 꼭 올 테니, 또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 열심히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이 순간 행복을 놓치지 말자고요! 화이팅!!!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Copyrightⓒ산들무지개 all rights reserved ↘ 산들무지개의 vlog입니다. 많은 영상이 여러분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뜸한 일기 > 부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어 때문에 생기는 외국인 남편과의 현실적 불편함 (9) | 2018.11.12 |
---|---|
아내를 울고 웃게 하는 짠돌이 남편의 반전 행동 (27) | 2018.11.07 |
스페인 남편이 한국 육포를 먹는 상상 초월하는 방법 (21) | 2018.11.01 |
스페인 남편이 친구와 직장 동료에게 하는 기막힌 거래 (33) | 2018.10.03 |
휴가 때문에 생긴 남편의 어떤 고민 (6) | 2018.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