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초등학생 딸아이의 행동이 부른 작은 나비효과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8. 11. 20.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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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엄마에게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비밀 이야기를 하려는 듯 제게 속삭였습니다. 


"엄마! 우리 급식 시간에 나오는 물은 플라스틱병에 든 미네랄워터. 작은 플라스틱병에 물이 나오는데 한 사람이 한 개씩 가져가 마셔." 


처음에는 그게 어째서? 소리가 나왔지요. 아니면, 학교 식당에서 위생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개인 물병을 주는가 싶었습니다. 


"아마도 위생 차원에서 한 사람당 한 개씩 마시게 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아이에게 말해줬습니다. 


우리가 사는 스페인에서도 급식을 책임지는 회사에서 이런 방침을 고수하는 듯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 위생이 최고이니 말이지요.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생인 아이가 무척이나 망설이는 듯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우리의 위생도 중요하지만, 지구가 아프지 않도록 플라스틱을 줄여야 하는 게 아니야? 내 몸이 건강하면 뭐해? 지구가 저렇게 몸살을 앓는데? 플라스틱 나쁘다고 하면서 왜 우리한테 플라스틱병을 매일 주는 지 알 수가 없어." 


아이의 말에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어른인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이 매번 환경 보호를 외칠 때마다 플라스틱 줄여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주입했으니 말입니다. 아이들도 플라스틱이 떠다니는 바다를 보면서 얼마나 큰 걱정을 했을까요? 요즘 정치적으로도 플라스틱 줄여야 한다고 광고를 하고 다니지 않습니까? 스페인에서는 어느 가게에서나 플라스틱에 넣어주는 일이 금지되었답니다. 빵 가게 갈 때마다 빵주머니를 가져가거나 주머니가 없을 때는 종이봉투나 종이에 싸주는 일이 많아졌답니다. 내년에는 모든 슈퍼마켓에서 플라스틱 봉지를 없애기로 하고, 지금 한창 종이봉투에 담아주는 마트가 늘고 있답니다. 


그래서 아이도 그런 현실적인 변화를 체감했는지 깜짝 놀라면서 제게 말을 하더라고요. 


"우리에게 매일 주는 작은 병이 쌓이면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될까?"


아이의 말이 참 진지했습니다. 어른인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답니다. 그런데 아이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런 소리를 했습니다. 


"나는 내일부터 내 물병에 물을 담아갈 거야." 


아이는 참 단호하게 자신 생각을 말하더라고요. 




플라스틱병이 어떻게 보면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재활용하면 되잖아? 되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재활용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적게 쓰면서 줄여나가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유기농 채소를 팔면서 플라스틱 봉지에 담아내는 그 이중성은 무엇인지...... 이래저래 어른 하는 행동이 가끔 아이들에게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지요. 


그렇게 아이는 물병에 물을 담아가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선생님과 우리 부모들은 학교 행정에 관여하는 책임자에 건의하게 되었답니다. 과연 그 건의가 받아들여질까요? 


작은 물병보다 큰 물병을 사서 아이들에게 여러 차례 나눠 유리 주전자제공하거나, 우리 부모가 직접 샘에 가서 물을 담아와 아이들 급식에 제공하겠다는...... 그런 건의를 하게 되었답니다. 과연, 그 건의가 받아들여질까요? 


아이의 작은 행동이 부른 이 소소한 환경보호가 과연 이루어질까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하루하루 행복하시고, 우리 지구도 가끔 생각하자고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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