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이웃

감동 주는 스페인 친구의 의리와 격려

산들무지개 2018. 12. 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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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벨기에에 여행 간 사이,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우리 집은 비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시부모님께서 발렌시아에서 보살펴주셨고요. 덕분에 아이들은 발렌시아 박물관이며, 극장이며, 근처 해변 공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답니다.  


집이 비어 있는 사이, 남편은 마을에 거주하는 친구에게 집 좀 봐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우리가 아주 사랑하는 의리 깊은 친구이지요. 여러분도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실 친구랍니다. 


우리 부부는 이 친구가 하도 고마워 지난주 토요일에 점심을 같이하자고 초대를 했죠. 하지만 친구는 일이 있다면서 토요일은 안 되고, 일요일만 가능하다며 연락을 줬습니다. 


"어? 난 안 돼! 있잖아. 다음 달 책 출간을 위해 지금 정신없이 교정 작업을 하고 있거든. 그날은 산똘도 직장 출근해야 해서, 내가 주인으로서 손님을 접대할 수가 없거든. 미안해. 다음에 같이 점심 먹자."


이렇게 말을 해줬습니다. 토요일에는 남편이 직장에 나가지 않아 요리하고 손님을 접대할 수 있으나, 일요일에는 직장에 나가 일해야 해서 손님 맞이를 할 수 없었지요. 하지만, 친구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이쿠~! 드디어 책 작업이 본격적으로 되는구나. 무지무지 축하해. 그럼 너도 엄청나게 바쁘겠다. 그럼 우리가 가서 네 집안일을 좀 도와줄게."

이러는 겁니다. 아이쿠! 이 친구, 크리스토발은 우리 집 옷도 개 주는 그런 친구입니다. 이번에는 무슨 집안일을?  


"아니, 뭘 도우려고? 넌 손님인데 말이야."


"괜찮아. 손님은 무슨 손님. 내가 파에야 해줄 테니까, 너는 해준 음식을 먹기만 하면 돼!"

이렇게 우리를 안심시킵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도움 많이 준 친구에게 음식 대접은 우리의 몫인데 말이지요. 


친구는 그날 그렇게 자신이 파에야를 해준다며 점심에 우리 집에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 친구도 가족이 있으니 가족끼리 다~ 나타나 즐겁게 지냈답니다. 



 


산똘님이 일을 하는 사이, 친구가 자신의 파에야 기구와 철판, 요리 재료까지 다 챙겨와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부담스러울 물건들도 다 챙겨왔으니 의리 하나는 정말 대단하죠. 



게다가 트러플 시즌이 막 시작되는 시기에 이렇게 트러플(truffle, 서양 송로버섯) 한 덩어리도 선물로 가져왔습니다. 

제가 트러플 덕후거든요!!! 

아~~~ 정말 트러플을 선물로 가져오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요! ^^ 


그렇게 요리를 시작하는가 싶더니, 요리하다 말고, 무엇인가를 가져옵니다. 


"이거 먹어봐. 정말 맛있어. 이거 닭 간인데 따뜻할 때 먹으면 정말 맛있어~!" 

하고 닭 간을 따뜻하게 한 접시에 구워 와 주는 겁니다. 




우와! 한국에서 할머니 집에서 먹어보고는 처음으로 먹는 간인 것 같은데.....

정말 따뜻할 때 먹으니 맛있긴 맛있더라고요! 


"어머! 스페인 사람들 이럴 때 보면 한국인하고 똑같아. 우리도 간을 일부러 이렇게 구워서 먹기도 하거든."



"그럼, 간이 흔한 것은 아닌데, 있으면 이렇게 구워 먹으면 맛있기도 하지. 그런데 한국인도 스페인 사람들처럼 간이며, 똥집이며 다 먹는구나!" 


하하하! 하고 우리 셋은 엄청나게 웃어댔습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지 뭐~~~




열심히 친구가 요리하는 사이, 저는 어느 정도 교정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손님 덕분에 밖에서 엄마의 보호 없이 열심히 놀았고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일 나갔던 남편도 돌아오고, 크리스토발은 파에야도 완성하고......

식탁이 뚝딱 차려졌나 봅니다. 


"산들무지개! 밥 먹자!" 하고 부르는 친구. 



 

맛있는 파에야가 우리 점심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더라고요. 

의리 있는 친구 덕분에 저도 저 날 안심하고 작업할 수 있었네요. 


그리고 보니, 스페인에 살면 살수록 사람들이 참 의리가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물론, 사람은 각자의 개성과 장단점이 있어 좋다가도 얄미울 때도 있고, 미울 때도 있고, 보기 싫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장단점을 다 인정하면서 보고 나면, 아무리 얄미워도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더라고요.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아름다움은 분명 있으니까요. 

장미에 가시가 많이 달려 싫어할 수는 있지만, 장미는 장미라고 인정할 때 

그 장미의 가치가 빛나는 것처럼, 사람도 가시 많고 울퉁불퉁 성격이 고약하더라도 

그 사람 자체로 인정하고 나면 그 사람이 언젠가는 충분한 가치로 제게 다가올 수 있음을 알겠더라고요. 


"얘들아~! 엄마랑 아빠가 사고 나면 어디에 먼저 전화해야지?" 

하고 한 번 아이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내심 경찰이나 응급구조대 번호를 말하기를 기대했지요. 그런데 아이들 입에서 나온 말은 

"크리스토발 아저씨!"입니다. 

그만큼 아이들도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람으로 선택(?)된 크리스토발입니다. 


그렇게 저 날도 스페인 친구의 의리에 감탄하면서 사람이란 모름지기 이럴 수밖에 없구나, 생각한 날입니다. 저도 남에게 이런 의리 있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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