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느껴지는 스페인 이웃의 나눔
뜸한 일기/이웃

요즘 며칠 동안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서 사는 삶이 일부러 일을 만드는 것 같답니다. ^^* 장 보러 한 시간 넘는 도시에 나가야 하고(왕복 2시간), 매일 장작 날라서 난로에 불 지펴야 하고, 추운 겨울이기에 밤이 되면 집 창문의 덧문은 모두 닫아야 하고, 고양이와 닭도 춥지 말라고 창고 문도 일일이 (새벽에) 열고 (저녁에) 닫아줘야 하니...... 게다가 밥도 매일 챙겨줘야 하고...... 

통학 버스가 없으니 매일 왕복 30분, 2회를 즉 1시간을 마을 오가는 데 써야 하고......

생각해보니 바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매일 바쁜 듯합니다. 물론, 제게 유일하게 남는 시간인 2시간은 이 블로그와 유튜브 등에 시간을 할애하지만, 너무 촉박한 것 같아요. 시간이 더 있다면 아주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텐데...... 그래도 여러분은 이해하시죠? 

그래서 제게는 아주 소중한 제 시간, 여러분과 함께하여 행복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말 일을 만들어야 하는 생활이 스페인 시골 생활인 것 같아요. 

큰아이는 치즈 귀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즈를 엄청나게 좋아한답니다. 매번 치즈를 사 먹어도 좋지만, 어쩐 일인지 딸바보 아빠 남편은 아이에게 치즈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한답니다. 

"치즈 좋아하는 사람이 치즈 만드는 법을 모르면 되겠나!" 

하하하! 정말 이 열정 하나는 어딜 가나 이길 사람이 없는 듯해요. 

그래서 산똘님은 큰 딸아이를 위해 치즈 만들 도구를 누군가에게 받아왔습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재미있는 사실은 마을 이웃도 이런 일들에 귀찮아하지 않고 얼마나 열성적으로 도와주는지...... 정이 살아있는 스페인 사람들입니다. 사실, 사람 사는 동네가 다 비슷하겠지만 말입니다. 

이웃 아주머니께서 산똘님을 위해 주신 물건은 다음과 같답니다. 

산똘님이 양치기 아주머니께 산양 젖 5리터를 사겠다고 부탁했나 봐요. 

"우리 산드라가 치즈를 너무 좋아해서 산양 치즈 만들게 5리터 산양유 주세요~!" 

그랬더니, 치즈 만들 때 필요한 재료를 덤으로 주시면서 그럽니다. 

"이거 오늘 공짜로 줄게. 한번 해보고 잘 되면 다음에 사면 되니까 먼저 하는 방법을 익혀야 하잖아?"

그러시면서 옆에 있는 물건을 빌려주십니다. 


위의 사진에 나온 나무틀인데요, 이게 글쎄 양치기 아주머니네 100년 된 치즈틀이라고 하네요. ^^* 

그리고 치즈 만들 때 사용하라고 주신 엉겅퀴 꽃 술, 이게 응고하는 작용을 한다네요. 

그렇게 남편은 양치기 아주머니가 알려주신 치즈 만드는 법을 대강 짐작으로 하게 되었답니다. 

처음이라 얼마만큼의 엉겅퀴 꽃술을 넣어야 할지 몰라, 시중에 약으로 나온 응고제를 풀어 넣기는 했지만...... ㅠㅠ 나중에는 꼭 엉겅퀴 꽃을 넣을 방법을 배울 것이라고 하네요. 

그렇게 아이에게 산양 치즈 만드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리코타처럼 보이는데 끓여서 하는 리코타는 아니랍니다. 끓이지 않고 38도 정도에 응고제를 넣어 만드는 치즈라고 하네요. 

아주머니께서 빌려주신 틀에 꽉꽉 눌러 치즈를 만들어냅니다. 

몇 시간 두고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더니 아래의 사진처럼 나옵니다. 

우와~! 정말 신선한 께소 데 카브라 프레스코(Queso de Cabra Fresco)입니다!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신선한 치즈를 잘라 이렇게 아침 식사로 먹었습니다. 

토스트 위에 치즈 올리고, 피멘톤(pimenton, 파프리카 가루) 뿌린 후, 올리브유를 두르고 나면 환상적인 아침 식사가 된답니다. 

얼마나 좋았는지, 남편은 고마움의 표시로 자신의 수제 맥주를 양치기 아주머니께 선물했다고 하네요. 

게다가 며칠 전, 우리 오토바이 고친다고 물건을 빌린 버스 기사 아저씨께도 고맙다고 맥주와 이 치즈를 선물로 드렸다고 하네요. 

그랬더니...... 그랬더니......

오늘 우리는 버스 기사 아저씨께 음식을 선물 받게 되었답니다. 

그것은 다름 하여...... 새고기! ^^* 하하하! 

▲ 직접 사냥하여 획득하셨다는 새고기 세 마리를~~~!

스페인에서 대중적으로 먹는다는 뻬르디세스(Perdices)인데 우리 말로 유럽 자고새라고 하네요. 닭목 꿩과라고 하니 꿩 잡고 알 먹는다는 말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 미안해서라도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정말 신기한 스페인 음식 문화이죠? 

그러고 보니, 돌고 도는 스페인 사람들의 정, 정말 훈훈합니다. 

훈훈한 이들의 나눔이 사람 사는 세상을 더 따뜻하게 하네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출간 전 연재 벌써 3회, 4회에 들어갔다네요 

스페인 이웃과 함께 물물교환하게 된 이야기를 다룬 글이 실렸네요. 

감자와 양배추가 아니라 돈이 필요해. 

쌍둥이 어릴 때 사진도 올라간 신비한 쌍둥이 이야기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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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리나 2019.01.23 23:20 URL EDIT REPLY
나눔은 더큰 나눔이 ....
야생조류 맛있겠네요
다음에 치즈만드는 비율 자세히 가르켜주세요
올봄엔 엉컹퀴 꽃술 따다 말려놓아야겠어요 비율 꼭 알려주세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5 00:34 신고 URL EDIT
네~ 다음에 또 치즈 만들 기회 있으면 한번 알아볼게요^^*
한국에도 엉겅퀴 꽃이 있군요! 엉겅퀴 잎도 잘 삶아서 먹으면 맛있더라고요. ^^
키드 2019.01.23 23:56 URL EDIT REPLY
시골 인심이 진하게 느껴지는 글이네요.
소소한 것들도 서로 나누다보면 그런것들로 인해 또 행복과 감사함을 전하게 되잖아요.나누다보면 내게 다시 돌아오더라구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5 00:35 신고 URL EDIT
맞는 말씀이세요. 정말 나누다 보면 다시 돌아오는 이 진리...... 저도 기대는 것 없이 이웃에게 그냥 선물로 무엇인가를 주면 꼭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진짜 가는 정 오는 정이 느껴져 새롭더라고요. ^^* 전혀 기대하지 않았을 때 더 큰 감동이 느껴져 좋았답니다.
BlogIcon 프라우지니 2019.01.24 05:20 신고 URL EDIT REPLY
만들어 먹는 치즈는 사먹는것과는 또 다른 맛이겠죠? 직접 만들어서 더 맛나고, 더 의미있는 한끼가 될거 같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5 00:35 신고 URL EDIT
치즈가 엄청나게 나와서 지금 3일 째 먹고 있습니다. ^^; 그런데 정말 돈 주고 사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더라고요.
Germany89 2019.01.24 06:23 URL EDIT REPLY
저 치즈 진~짜 맛있어보이구요, 저 새고기...하..
정말 어디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저 음식들..방금 뷔페 먹고 왔는데도 왜! 왜! 산들님 포스팅만 보면 입맛이 다셔지는지^^
치즈는 근데 정말 어디서 파는거같네요~ 저렇게 치즈 만드는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면 아이들의 진로에도 큰 도움이 될듯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5 00:37 신고 URL EDIT
순수한 우리 Germany89님이셔서 그렇게 좋아해주신 겁니다. ^^ 그래서 더욱 고맙고요. 저 새고기 맛나 보이나요? 실제로 먹어보니 닭고기 같기도 하고....... 음...... 맛이 괜찮았습니다. 게다가 사과 식초를 넣어 요리를 해서 상큼한 맛도 나더라고요. ^^
Florence 2019.01.24 08:07 URL EDIT REPLY
예고편 읽어 보니까 정말로 글솜씨가 초기에 비해 일취월장 하셨네요. 편집자 잘만나셨나봐요.^^
그리고 책 출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마케팅도 잘 하시고 계신것 같아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5 00:38 신고 URL EDIT
고맙습니다. Florence님 ^^;
편집자 분께서 많이 신경써주셨답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답니다. 산고보다 더 긴 시간~~~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죠?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조수경 2019.01.24 12:06 URL EDIT REPLY
치즈를 엄청 좋아하는 이사람은
직접 만들어 먹을 생각은 1도 없었는데
왜 갑자기 부끄럽게....!!!
좋아하는 치즈를 만드는 산드라 표정마저
비장함이 묻어있어요~^^
산양치즈 얼마나 담백하고 맛있을까요~😋
우리 동화에도 서로 나누다보니
소금이 나중에는 소가 되어 돌아오는
전래동화가 떠오르네요.
되받을 생각 없이 베푼 나눔은 이렇게
살이 되어 돌아오네요~^^
100년 되었다는 나무치즈틀
오래 묵은 그릇에서도 소중히 사용했을
사람들의 인간미가 살아있는 느낌~
훈훈한 포스팅에 신선한 산드라표 치즈
입가에 미소 지어집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5 00:40 신고 URL EDIT
부끄럽다뇨~ 한국에서는 치즈 문화가 없잖아요? 전통 음식도 아니었으니 당연히 이해하죠~~~
게다가 치즈는 생우유로 만들어야 하니 시중에 파는 우유로는 리코타 치즈밖에 만들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생각해 보니, 정말 오래 묵은 그릇에서 얼마나 많은 치즈가 만들어졌을까 갑자기 전율이 이네요. 100년이면 정말 많은 이들이 어떤 일상을 갖고 이 치즈를 만들어 먹었을 것 아니에요? ^^* 정말 전율이는 나무틀이네요!!!
BlogIcon Esther♡ 2019.01.24 12:19 신고 URL EDIT REPLY
자고새라면 장화신은 고양이에서 나왔던 그녀석들 아녀요?^^
외국에선 아직 그런 정이라는 것이 있나보네요.
한국은 이래저래 각박한데...ㅜㅜ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9.01.25 00:41 신고 URL EDIT
그렇군요! 역시 유럽에서는 유명한 새인 게 틀림없어요. ^^* 장화신은 고양이!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동화네요.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스페인은 사람들이 참 정이 많더라고요. 여전히 이렇게 나누는 정이 있더라고요. ^^
구루루곰곰 2019.01.25 13:17 URL EDIT REPLY
산들무지개님 매일 블로그 눈팅만 하며 잘보고있습니다
인간극장도 챙겨봤답니다
오늘 네이버에 출판전 연재를 봤는데 블로그랑 티비랑 또다른 매력으로
집중해서 읽어버렸습니다~~~
오옷 책이 기대가 됩니당~
항상 응원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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