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풍요'를 가르쳐 준 그리운 내 친구
뜸한 일기/이웃

요즘 제 첫 책 출간을 앞두고 온라인 서점에 속속 등록되면서 참 많은 감회가 오가고 있답니다. 이미 여러 번 책 이야기를 해서 여러분께 피로감을 드리는 것은 아닌지, 좀 조심스러워지기도 하답니다. 아마도 공감 부탁이 불편하셨다는 독자님도 피로감을 느껴 그런 소리를 하신 듯 싶고요. 그래서 글 쓰는 데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요즘입니다. 

출판사에서 출간 전 연재 시리즈를 하는데요, 오늘 토요일에 특별한 에피소드 하나가 나갑니다. "만담꾼 페페 아저씨와 장작하기"입니다. 

페페 아저씨 소식이 궁금하신 분이 몇 분 계실 것 같아서요. 

벌써 1년이나 더 된 에피소드였죠. 페페 아저씨가 암투병생활을 하신다는 소식이었죠. 우리 페페 아저씨는 정말 멋진 분이시랍니다.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고 즐거운 자급자족 생활철학을 가지신 분이시죠! 물론, 입담이 얼마나 좋은지 욕도 막~ 하는 욕쟁이이기도 하고요. ^^; 제 책에는 페페 아저씨와 함께한 인연이 참 많이 나온답니다. 

그럼 소식 전할게요. 


페페 아저씨가 직접 지어 올린 집, 이 집을 떠나 발렌시아에서 투병생활을 하셨습니다. 


8월 발렌시아의 뜨거운 햇살이 정오를 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그날 아침 바람은 매우 선선했습니다. 3층 페페 아저씨가 투병 생활을 하는 그곳에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방문했어요. 마침, 페페 아저씨 고향인 카디즈(Cadiz)에 다녀왔다며 자랑도 할 겸, 건강 상태가 어떤지도 무척 궁금했답니다. 

아저씨는 매우 평온한 모습이었습니다. 

발코니 베란다 난간에 긴 차양을 밖으로 빼 그늘에서 살랑이는 아침 바람을 즐기고 계셨어요. 아저씨는 작은 잉어 두 마리를 기르는 토분 안에 먹이를 뿌리고 계셨어요. 물에 반사된 빛이 아저씨 얼굴을 환하게 비추어 상태를 말해 주는 듯했죠. 활짝 웃는 그 모습이 얼마나 반가운지......! 

"빨리 와. 여기 잉어 좀 봐. 두 마리가 얼마나 조화롭게 지내는지 귀여워 죽겠어. 여기 분재 화분도 봐. 잉어와 분재 식물이 환상적이야." 

평소에도 분재 화초를 가꾸며 투병 생활을 극복하시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는데, 화초가 힘을 받고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듯했죠. 

"우와~! 페페 아저씨! 얼굴이 정말 좋아지셨어요. 정상적인 모습인데요? 아프지 않을 때와 똑같아요!" 

사실, 암에 걸린 아저씨가 화학 치료한다고 약을 많이 드셨을 때는 얼굴이 붓고 온몸이 무거워 보였어요. 그런데, 그날은 얼마나 가볍고 환해 보였는지......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답니다. 

"응~! 정말 좋아졌어. 나도 컨디션이 아주 좋아졌어. 내가 힘들어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내가 힘들어하면 주위 사람들이 더 힘들어지니까 그 모습 보는 것도 고통이더라. 좀 힘들면 약 먹으면 되니까 컨디션이 훨씬 좋아졌지!" 그러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저것 또 수다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해발 1,200m의 스페인 비스타베야 소식과 우리 텃밭 이야기, 산드라 종이접기 이야기, 쌍둥이 학교생활까지 두루두루 이야기했답니다. 

아저씨가 사랑으로 키우는 앵무새도 우리 수다에 한 소리 하면서 말입니다. 화학 치료의 힘든 그 과정도 표현하지 않으셨습니다. 평소와 같이 웃고 차를 마시는 모습이 전과 같아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답니다. 


그날도 어떻게 시간이 흘러간 줄 모르게 또 헤어지는 시간이 왔죠. 

"아저씨! 이거 받으세요~!" 

하고 제 주머니에서 꺼낸 돈을 손에 꽉 쥐여 드렸습니다. 작은 도움이 될까 해서요. 

"친구분과 맛있는 거 사드시고, 어서 회복하세요!" 하고 말입니다. 얼마 되지 않지만 저는 이런 순간이 매우 좋더라고요. 아저씨 손을 꽉 잡아드릴 수 있고, 어떤 응원의 에너지를 드릴 수 있어서 말이지요. 

이럴 때마다 마주치는 아저씨 눈빛도 정말 좋습니다. 그날 활짝 웃으시면서 제 얼굴을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이제 이럴 필요가 없어~!" 

"아니, 아니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우리는 그날 그렇게 헤어졌답니다. 또 만나면 더 기쁠 그 날을 위해 말입니다.

그리고 2주 후, 아저씨의 부고 소식이 전해왔습니다. 이제 이럴 필요가 없다는 아저씨의 말씀이 마지막 인사였다는 걸 부고 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날 사진이라도 같이 찍어 둘 걸~. 그날 더 오래 아저씨를 맘껏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그날 더 따뜻한 이야기라도 나눌 걸~.' 하는 온갖 후회가 오가면서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고요. 차마 아이들 앞에서 슬픔을 보일 수 없어 참았지만, 아이들은 엉엉 소리 내 울면서 그 여름을 길게 아파했습니다. 

▲ 추운 겨울을 보내는 페페 아저씨의 분재 식물


그래서 여러분께 고인이 된 페페 아저씨 이야기를 함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우리 페페 아저씨는 자신이 태어난 날 이후의 책은 전혀 읽지 않으십니다. 오로지 옛날 책만, 고전만 읽는 분이시죠. 요즘 책은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온갖 욕설을 다 하시면서 말이에요. 그런 아저씨가 제가 책을 낸다고 하니 제 책은 꼭 볼 거라고 하셨어요. 한글을 배워서라도 다 읽고야 말겠다고 하셨는데...... 그날은 결국 오지 않았네요. 

결국 책을 품에 안겨 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책이 출간되면 페페 아저씨가 잠드신 농가에 방문하여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페페 아저씨는 '마음의 가치'가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가르쳐주신 스페인 이웃이자, 친구입니다. 우리 부부가 정착하여 잘 살 수 있도록 옆에서 물심양면 도와주신 분이기도 하시죠. 키가 작고 코미디언처럼 웃기지만, 마음의 풍요를 선물한 친구이기에 언제나 그립습니다. 

페페 아저씨의 이야기, 출간 전 연재로 한 번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 

↓↓산들무지개의 책, 드디어 온라인 서점에 올랐습니다↓↓

[예약판매]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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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들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

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이어지는 숲은 아이들의 놀이터다. 바구니 하나씩 들고 아빠를 따라나선 세 아이는 숲속에 소담스레 핀 버섯을 보물찾기하듯 찾아내고, 길목에서 마주치는 야생화들의 이름을 배운다. 겨울에 불쏘시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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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전진 2019.01.26 00:35 신고 URL EDIT REPLY
짠 하네요.
키드 2019.01.26 00:55 URL EDIT REPLY
페페아저씨 먼길 떠나셨군요.안그래도 궁금했었는데...오늘 양치기할아버지 소식 읽고 더 궁금했었거든요.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지혜로운 이야기꾼 페페아저씨 오래 기억날듯해요.
Germany89 2019.01.26 01:31 URL EDIT REPLY
아! 저도 궁금했었는데..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이제라도.
마지막 인사가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페페 아저씨가 지으신 집 너무 아름답네요.
MiNa 2019.01.26 04:53 URL EDIT REPLY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아소안 2019.01.26 08:23 URL EDIT REPLY
아..페페아저씨가 하늘로 돌아가셨군요. 명복을 빕니다. 산들님~ 매일매일 출간전 연재 읽고, 댓글달고있어요. 티스토리에서 살짝 보았던 얘기들도, 러브스토리처럼 자세한 얘기도 너무 좋아요. 오늘도 화이팅하네요!
임혜진 2019.01.26 08:55 URL EDIT REPLY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누군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는 늘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 또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네요. 산들님,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스콜라 2019.01.26 09:19 URL EDIT REPLY
페페 아저씨 소식 궁금했는데 회복이 안되고 돌아가셨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친구를 잃은 참나무집 식구들께도 작은 위로를 드려요 언제나 가슴 따듯한 사랑을 주신 좋은 추억으로 오늘의 슬픔을 잊길 바래요...
조수경 2019.01.26 11:18 URL EDIT REPLY
산들님과 가족들 스페인 고산 산골 생활에
길라잡이 역할 톡톡히 해 주셨을
이웃이자 친구 페페아저씨....!
돌벽 직접 쌓아 올리신 집 또한
아저씨 푸근한 느낌이 담겼어요.
투병하시다 돌아가셨다니 맘이 아프네요.
산들님 가족 모두 심적으로 얼마나 힘드셨을지~
유머스런 입담가에 삶의 풍요를
알게 해 주시고 아이들과 놀아주시는 모습은
영락없는 '손주바보' 할아버지
거친 언어에서 풍기는 거짓없는 솔직함
'마음의 가치'가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가르쳐주셨다니 심금을 울리네요.
이렇듯 좋은 분들 이웃하시고
그래서 이런 꾸밈없는 글로 생명 달게되니
하늘나라에서도 투박하니 푸근한 미소로
기뻐하실겁니다.
늦었지만
'페페아저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샬롬이 2019.01.26 13:31 URL EDIT REPLY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산들님의 책소식에 즐거운 마음으로 예약구매했어요~ ^^ 늘 응원할게요~
BlogIcon 세미예 2019.01.26 17:08 신고 URL EDIT REPLY
에궁, 너무 짠합니다. 눈시울이 불거지네요.
나그네 2019.01.26 17:34 URL EDIT REPLY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페페아저씨가 가시기전에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으셨나봐요...

'사진이라도 같이 찍어둘걸~' 하신걸 보니 언젠가 인터넷에서 읽은 글이 생각납니다. 부모님 살아계실때 사진도 많이 찍고, 목소리가 들어간 동영상도 많이 찍어놓으라 하더라구요. 먼 훗날에 부모님 그리고 가족들 목소리가 듣고싶어도 못들을때 너무 속상했다며... 사진과 영상은 또 느낌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도 나름 노력을 많이 하는데 쉽진않네요..

글로만 접했던 페페아저씨 소식에 저도 마음이 쓰이네요. 아주 좋은곳에서 편히 잘 쉬고계시겠죠?
missmou 2019.01.26 23:32 URL EDIT REPLY
페페아저씨가 돌아가셨네요.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저도 오늘 남편의 지인이 소천했다는 소릴 듣고 많이 이상했어요.
아이들 이뻐해주시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도 나눠주시고 다정한 페페 아저씨였는데 마음이 많이 허전하셨겠어요. 아이들도 눈물을 흘리니 마음 다독여 주시고...아저씨도 좋은 곳에서 내려다 보고 계실거예요.
BlogIcon 보미네 2019.01.27 15:55 URL EDIT REPLY
아이고....
산들님의 오랜 구독자로 일면식 연결 고리 하나 없는 페페 아저씨의 부고가 슬픕니다.
산들님의 진심어린 글을 통해 페페 아저씨가 마치 제 이웃같이 느껴지나봅니다.
어떤 형편이든 자기 철학이 있고 자연을 존중하며 말투는 다소 걸걸해도 선량한 본성을 발산하는 그런 사람이 저는 좋습니다.
페페아저씨의 명복을 빕니다.
BlogIcon 귤귤냥이 2019.01.27 18:04 URL EDIT REPLY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너무 가슴 아픈것 같아요 .. 저도 얼마전에 삼촌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더욱 슬프네요.... 삼촌은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신 후 2틀만에 돌아가셨거든요ㅠ... 삼촌이 외로운 삶을 사셔서 더욱 마음이 아팠답니다 ...아무튼 제가 페페아저씨를 직접 뵌것은 아니지만 산들님 블로그로 알게 되서 먼 지인 같았는데 착찹하네요 .. 그분도 좋은곳으로 가시길 기도드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 표지가 너무 이뻐서
얼른 결제했어요! 기대됩니다 :)
그럼 수고하세요!
박동수 2019.01.28 15:22 URL EDIT REPLY
페페아저씨 그립다.
블로그를 보면서
페페아저씨와 와인을 함께 마시며 하몽을 뜯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BlogIcon 홍TV 2019.01.28 16:54 신고 URL EDIT REPLY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스페인 꼭 가보고 싶은 나라입니다.
은경 2019.02.07 16:13 URL EDIT REPLY
슬프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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