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세상에! 마트에서 물건 싹쓸이하는 사람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요. 성탄절 명절 보내기 위해 발렌시아 갔다가 오는 길에 글쎄 싹쓸이꾼....... 에헴...... 그 싹쓸이꾼이......
너무 웃겼습니다.
우리 가족은 해발 1,200m 고산의 집으로 올라오기 전에 마트에서 장보기를 합니다. 떨어진 물건도 많고 음식과 생필품도 챙겨야 하니 말입니다. 도시로 한번 나가는 게 어려워 매번 한 달에 한두 번 큰마음을 먹고 마트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장을 봐서 집으로 오는 게 합리적이었지요.
그렇게 여러 마트에 들려 여러 물건을 사게 되었습니다.
유럽에서는 마트에 그 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마트별로 물건이 다르답니다. 어떤 마트에 없는 게 저쪽 마트에서는 생산되고, 여러모로 차이가 크게 난답니다. 그래서 메르카도나에만 파는 고양이 사료를 사게 되었습니다. 그곳 마트에서는 큰 용량의 맛있는 사료가 많거든요.
남편과 아이들 셋, 이렇게 우리 다섯 식구가 들어가 7Kg 고양이 사료 두 포대를 들고나오려는 찰나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 눈 레이더망에 잡히는 저것은 찌리 찌리 찌리리릭~!!!
"우와! 자반과 김부각이다!!!"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그곳으로 아무런 의심 없이 가기 시작하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우리 늦었어. 빨리 이 사료 사서 집으로 돌아가야지? 또 뭘 사려고?"
남편이 옆에서 제 기척을 보더니, 제게 이런 소리를 했죠.
역시 몽유병 환자 같았던 저는 "잠깐만~~~"하고 그곳으로 향했어요. 다리를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공중에서 귀신처럼 날아간 것도 같았지요.
그런데 그곳에는 김자반과 부각을 글쎄 할인해주는 게 아닌가요?
제 눈이 동그랗게 뜨이면서 "아니~!!! 이럴 수가!!! 할인?!"
하면서...... 열심히 제 옆구리에 그것들을 끼워 넣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싸게 한국 음식을 만날 수 있다니! 하면서 열심히 12봉지의 물건을 끼워 계산대로 갔습니다. 유럽에서는 해조류가 꽤 비싸게 팔리거든요.
남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그럽니다.
"이 많은 것을 뭐 하려고 이렇게 많이 가져왔어?"
남편의 말에 아랑곳없이 제가 괜히 긴장하여 그랬지요.
"괜찮아."
남편이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그럽니다.
"이게 얼마나 비싼 물건인 줄 알아? 12봉지면 돈이 얼마야?"
쓸데없이 더 긴장이 된 저는 남편에게 그랬지요.
"어....... 괜찮아. 이거 할인해서 파는 거야."
남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럽니다.
"이거 한두 개만 사서 먹으면 되지, 이렇게 많이 살 필요 있어?"
저도 쓸데없이 또 긴장되어 그랬습니다.
"괜찮아. 오래 두고두고 먹으면 돼. 이 마트에 다시 올 일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사 놔야지. 고양이가 14Kg 사료 다 먹으면 와야 하는데 언제 다시 올 것 같아?"
그런 모습이 웃겼는지, 남편이 피식~ 하면서 웃어대기 시작합니다. 하긴 옆구리에 김 끼고 오는 모습을 제가 생각해도 웃겼으니 말입니다.
"(피식~) 이게 바로 싹쓸이라는 거야."
이렇게 이야기해도 저는 뭐가 그렇게 긴장됐는지 또 그랬지요.
"괜찮아."
이렇게 말이지요. 지금 생각하니, 이렇게 한국 반찬을 구할 수 없는 우리 환경 때문에 제가 긴장한 것 같았고요, 또 비상식량으로 최고인 이 반찬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푸짐해져 기분이 좋아졌던 것 같았습니다. 한국이 아닌 해외생활을 하다 보면, 이렇게 한국 식재료가 그리워, 눈을 크게 뜨고 찾을 때가 많습니다. 향수를 달래기 위해서......
그래서 그날 저는 처음으로 싹쓸이하는 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겠더라고요.
아마도 없는 것에 대한 절실함과 그리운 한국의 향수가 아니었나 싶어요. 물론, 다음에는 좀 더 이성적으로 물건을 살 것 같기도 하답니다. 저 날은 정말 저 자신도 모르게 한국 반찬이 있다는 것에 훅~~~ 가서 물건을 사들인 것 같아요. 물론, 그렇게 많이 산 것은 아니지만 평소 우리 가족이 사는 것에 비하면 정말 많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고양이 사료와 김이 연결되는 장 보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얏호~!!!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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