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휴대폰에서 진동을 울리며 메시지가 들어왔습니다.
"생일 축하한다!"
시아버지에 이어 시어머니께서도 개인적으로 톡을 날려주셨습니다.
"생일 축하한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그날 아침, 누리 치과 치료를 위해 도시에 가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아 그런지 기분이 참 상쾌하더라고요. 주차장 찾기가 어려운 도시에서 한 번에 주차장까지 차지하니 기분이 무척 좋아졌죠. 그런데 치과에서 시간을 뒤로 늦추겠다며 전화를 걸어옵니다.
치과 사정이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하라고 저도 기분 좋게 승낙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남아돌게 되었죠.
"누리야, 우리 발렌시아 가도 시간이 남아서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차를 주차하고 기차를 타고 발렌시아로 가는 길이었죠. 우리 가족의 치과의가 발렌시아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매번 긴 시간 그곳으로 향합니다. 그래도 대만족입니다. 치과 치료를 완벽하게 해주시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님 덕분에 저는 치과 가는 길이 그렇게 힘들지 않답니다. 게다가 발렌시아에서 그동안 못한 작은 쇼핑도 할 수 있고......
"누리야, 그런데 점심은 어디에서 먹을까?"
아이에게 물었죠. 보통 우리 가족은 간단하게 치과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후다닥 먹는 편이라 이번에도 아이를 그곳에 데려가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아이의 대답은.....
"우리, 할머니 집에 가서 점심 먹자!"
할머니 집? 미리 알려드리지 않아서 미안하기도 하여 매우 망설여졌습니다. 그럼 할머니가 점심 준비를 해야 하실 테니 얼마나 귀찮고 손 많이 가실까...... 그렇게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일단 톡은 날려보았습니다. 사정이 이러이러하여 점심 먹으러 가도 되느냐고 말이지요.
시어머니께서는 흔쾌히 승낙하시고 점심을 준비하신다네요.
발렌시아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시댁으로 향했습니다. 그랬더니 시부모님께서는 치과 치료 늦지 말라고, 벌써 식탁에 음식을 올려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답니다.
오~~~~~~~!
시어머니께서는 절 보시자마자 포옹을 하시면서 큰 소리로 축하를 해주셨습니다.
"생일 축하한다!" 옆에 계시던 시아버지도 바로 축하해주셨습니다.
오~~~~~~~!
정말 두 해 전부터 음력 생일 말고 양력 생일로 고정하니 생기는 변화였습니다. 바로 바로 생일을 챙겨주는 작은 변화였습니다. 이제는 시집 갔다고 생일 축하 인사도 없는 친정과는 달랐습니다. 아~ 친정에서 안 챙겨주는 생일을 시댁에서 이렇게 챙기시네! 시댁 식구들도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미안해지기도 했습니다.
시어머니께서는 바로 생일 선물까지 꺼내십니다.
전에는 음력 생일이 언제냐고 매년 물으시던데, 올해는 전혀 물으실 필요도 없으니 바로 선물까지 사놓으셨나 봅니다.
생일 선물은 온천 티켓이었습니다! 가을에 시댁 식구들하고 노천 온천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더운물, 찬물 옮겨 다니며 좋아한 한국 며느리를 유심히 보셨는지, 발렌시아 시내 호텔 온천 티켓을 선물로 내놓으시네요. 남편과 함께 가라며 2인을 위한 온천 티켓! 미소가 막 스며들었답니다.
그리고 점심 시간, 시부모님과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떠는데......
참, 스페인 사람들...... 나이 초월하여 말이 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감사하던지! 누군가의 말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들어주고, 또 누군가에게 이렇게 열정적으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덕분에 치과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저녁. 스페인 시댁 식구들에게서 전화가 오기 시작합니다. 시댁 조카들까지 생일 축하한다며 노래를 불러주는데......! 거참 신기하더라고요. 내가 이들의 가족이구나 싶은 게......! 정식으로 이번 주 토요일 온 가족이 모이는 날에 생일 파티를 하겠다면서 말입니다. ^^*
어쨌든 그 어려운 음력 생일을 고집하지 않고, 스페인 시댁 식구들에게 알기 쉬운 양력 생일로 알려준 일이 참 잘한 일이란 것을 알았답니다. 이렇게 단순하게 삶을 즐기며, 사소한 것까지 잊지 않고 챙기는 시댁 식구들에게 참 고마웠습니다. 소소한 감동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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