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그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셨나요?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 [참나무집] 식구들도 덕분에 무사히 잘 지내고 있답니다. ^^
스페인은 아시다시피 뉴스로 많은 소식을 접하셨을 거예요. 그중에 충격적인 소식도 있었고...... 또 많은 분이 안타까워하시며 안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현재 스페인 확진자는 세계 두 번째로 많고, 사망자도 또한 세계 세 번째로 많습니다. 스페인 정부에서 대처한다고 했는데도 하루하루 확진자 수가 안심될 정도로 줄어들지가 않습니다. 그만큼 초기 감염자가 많았다는 이야기이죠. 한다고 하는데도 아직 역량이 부족하고 경험이 없어 쉽지가 않은 게 사실이지요.
한가지 확실히 이야기해드릴 수 있는 사실은,
스페인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겁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나빠서 인종 차별이 심하고 나빠서 환자를 방치한다는 말씀은 말아주세요.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답니다. 이곳에서도 자식은 부모를 보살피고, 의사는 환자를, 내 가족은 어떻게 해서든 돌보려고 하는 인류애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인종 차별했다고 천 명이 다 인종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 확실히 기억해주세요. 누군가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종 차별을 당했다고 해도 주위의 천 명은 당신을 탓하지 않고 그 차별한 사람을 탓할 거예요! 그건 확실한 사실입니다. 이제까지 모르던 바이러스에 대한 위기감이라고 생각하시면 훨씬 쉬워질 겁니다. 스페인에서는 처음에 독일인 감염자가, 영국인, 이탈리아인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퍼트렸어요. 그리고 지금은 마드리드 사람이 지방 사람들을 감염시켰고, 지방 사람들은 자기 고향 마을 사람들을 또 감염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들이 이곳에도 참 많아서 서로 믿지 못합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이웃 사람들이 오는 걸 거부하니, 이런 것을 봐서도 인종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의 문제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소수의 인종 차별자보다 몇천, 아니 수만 명의 좋은 이들이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 스페인 발렌시아 거리 풍경
스페인에서 많은 이들이 사망했습니다. 스페인 정부가 못한다고 질책하셔도 좋지만, 스페인 시민들 전체를 비하하며 인간애가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좀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가 잘하면 남에게 인류애를 보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잘하는데 너희는 못해서 안됐다!" 라는 것보다 함께 이겨나갈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내주세요. 이곳 사람들은 더 많은 아픔과 희생을 보고 견디고 있으니까요.
스페인 사람들도 자기 부모를 보살피고, 연약한 노인과 아이들을 보살핍니다. 부족한 것은 나누려 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려고 응원을 보냅니다. 설마 해외이슈의 모든 것을 믿으려는 건 아니겠지요? 사람이 사는 세상은 어디나 비슷합니다.
요즘 스페인은 코로나19 사태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두 달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처음에 가졌던 두려움과 혼돈이 이제는 어느 정도 진정되고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국가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인과 의료진이 현장에 투입하면서 정리가 되는 느낌입니다. 물론, 통제 없이 자유롭게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한국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방법이 투박합니다. 하지만 감염 경로도 모르고, 이런 전염병에 대처한 정책이 부재한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런 식밖에 없는 듯해요. 그래서 그런지 외출 자제령과 외출 금지, 재택근무, 휴교령 등 한 달이 지난 요즘은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삶의 방식을 바꾸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답니다.
이 글을 쓰는 4월 23일 현재 스페인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213,024명, 사망자는 22,157명, 회복한 사람은 89,250명입니다. 발렌시아 지방은 10,538명 확진자에 1,124명의 사망자, 5,388명이 회복되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발렌시아 지방 카스테욘주는 1,401명 확진자에 151명 사망, 638명 회복되었습니다. 요즘은 어느 정도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해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 수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물론 디테일이 빠졌지만, 어느 정도 정보를 알 수 있어 다행이더라고요.
9 en la provincia de Castellón: 1 en el departamento de Vinarós, 4 en el departamento del Hospital General de Castellón y 3 en el departamento de La Plana. La novena residencia pertenece al departamento de Sagunto, aunque está situada en un municipio de la provincia de Castellón.
카스테욘주 9명 확진자: 비나로스 지방 1명, 카스테욘 병원 4명, 라 플라나 3명, 사군토에 속한 확진자
스페인이 우리나라(남한)보다 면적이 5배나 큰 나라입니다. 그래서 지방정부가 주가 되어 방역을 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코로나바이러스 긴급사태 선포하기 전에 응급실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요, 카스테욘 병원에서는 이미 사태에 대비하여 코로나바이러스 전용 병실을 마련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하네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는 이곳 의사들도 마스크 쓸 필요 없고 감기보다 약하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제는 의사들도 마스크와 거리 두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정보로 의사들 확진자 수와 사망자가 엄청나게 많은 나라가 스페인이지요)
실제로 우리가 사는 비스타베야 마을에서는 시청에서 집까지 성인 1인당 마스크 두 장씩 배포해주고 있답니다.
▲ 스페인 마을에서도 나눠주기 시작한 마스크
그리고 마을 가게, 빵집, 정육점, 약국 등 최대 인원 2명만 들어갈 수 있답니다. 2m 간격 유지와 환기하기 등 서서히 일상에 자리잡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현재 스페인 정부에서는 재택근무를 조언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업종에 대해선 외출 허용을 합니다. 외출은 여전히 식량 구할 때 가능하고 여전히 휴교령이 내려져 있습니다.
▲ 집에서 선생님과 화상 채팅 공부하는 아이들
하지만 어린이들은 하루에 한 번 외출할 수 있게 됐답니다. 어른 동반 최대 3명의 만 14세 미만의 어린이는 반경 1Km 이내 외출이 허용됐습니다. 장난감 및 놀이기구를 가지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외출이 가능해졌습니다.
▲ 마트 면적에 따라 어떤 곳은 제한 인원 50명, 어떤 곳은 25명이고요,
우리 마을처럼 작은 곳은 제한 인원이 두 명입니다.
스페인은 초기에는 사재기가 많았는데 지금은 사재기가 없어졌고요. 또한, 자가격리가 계속되다 보니 올리브 절임, 감자칩, 맥주, 밀가루 등의 판매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밀가루 판매가 많은 건 집에서 빵 만들기가 유행하면서 그렇게 됐고요, 우리 집에서도 손수 이틀에 한 번씩 빵을 해먹고 있답니다.
아이들 수업은 그때그때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와 활동으로 부모가 선생님이 되어 가르칩니다. (세 아이 있는 우리 집은 지금 엄청나게 시간 조율이 필요합니다. 집에서 일하랴, 아이들 지도해야 하랴...... ㅠㅠ)
스페인이 진정 국면에 들었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며, 아직도 하루 확진자가 몇천 명씩 쏟아져 나오고 사망자도 수백 명씩 나옵니다. 진정 국면에 들어가는 일은 현재까지는 아주 어렵게 보이고, 서로가 위로하며 이 시국을 이겨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이 할 수 있는 것은 당국 방침에 협조하고, 매일 의료진의 노고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일밖에 없는 듯합니다. 현재 발렌시아 도시에서 이 시국을 견디고 계신 우리 시부모님도 매일 저녁 8시 발코니에 나가 박수와 함성으로 응원을 보내고 계십니다.
▲ 도시에 계신 시부모님이 손수 제작하신 공공의료진 응원 카드!
베란다에 걸어두시고 매일 저녁 큰 박수로 응원하십니다.
스페인 공공의료가 무너졌다고들 뉴스에 나오는데 시민들은 큰 응원으로 보답하고 있습니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처럼 큰 도시는 컨벤셔널 센터를 개조해 지금 병실을 마련했답니다.
현재 스페인 의료진 감염자수(34,355명)가 참 많은데 초기 정보가 미흡해 더 안타까웠답니다.
▲ 스페인 국영TV의 세계 코로나 현황 웹페이지에 기재된 한국
"2월에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3월에 크게 증가했으나 바이러스 대비 철저한 테크놀로지로 세계 (바이러스 최초 출현 억제) 모범 방역국의 표본이 되었다"
오랜만에 여러분께 스페인 소식 올립니다. 아이들이 셋이다 보니 이렇게 블로그에 글 쓰는 일이 조금씩 어려워졌네요. 앞으로 자주 찾아뵙도록 하고요, 항상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 위의 영상은 코로나19로 인한 우리 마을 분위기와 우리 가족의 요즘 일상 모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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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김산들 저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로 검색하시면 다양한 온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전국 서점에도 있어요~~~!!!
e-book도 나왔어요~!!! ☞ http://www.yes24.com/Product/goods/72257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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