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마을로 놀러 와~!"
처음에 친구가 이 말을 했을 때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누굴 초대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스페인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오고, 아직도 확진자가 완전하게 줄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가족이 여행한다는 일은 저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집에서만 몇 개월 학교수업으로 지쳐 있었기에 우리 부부는 여행을 슬슬 계획하기 시작했답니다. 게다가 봉쇄령이 해제되면서 도시에 사는 친구나 지인이 하도 놀러 오겠다는 소리를 하기에 우리도 여기 있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사람을 피해 코로나 확진자가 없는 친구네 마을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페인 고산 해발 1,200m 비스타베야에는 아직 확진자 한 명도 없고, 인근 마을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확진자 0명인 마요르카 데이아(Deià)에 사는 친구네에 갈 마음이 생겼답니다. 하지만 비행기는 타지 않기로 했습니다.
차를 가지고 배를 타기로 했어요! 사람들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 타고, 배도 침대실이 있는 방으로 정했습니다.
이동하는 배편에는 일반인보다 트럭 운전사 승객이 더 많았습니다.
차를 가져가 좀 더 편안했던 승선
▲약 8시간의 이동, 하지만 침대실이라 편안했답니다.
마요르카(Mallorca)는 아시다시피 스페인 지중해에 위치한 발레아레스 제도(las Islas Baleares)의 한 섬이고, 제주도(1,849 km²)보다 약 두 배(3,640 km²)가 넓은 섬이랍니다. 마요르카도 유명하지만, 세계적으로 클럽 문화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비사(Ibiza)섬이 이 제도 안에 있지요.
유명 관광지인 이 발레아레스 제도! 코로나19 여파로 현지인들도 살다 살다 처음으로 이렇게 텅텅 빈 해변과 관광지 풍경을 본다고 합니다. 어떤 면으로는 좀 더 여유로워 좋다고 다들 입을 모아 말하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관광지 해변에서 보니 호텔과 식당, 자전거 대여점, 관광용품점 등이 많이 닫혀있어 깜짝 놀랐답니다.
"살다 살다 이런 불황은 처음이에요."
관광지 해변 기념품점에서 주인은 이렇게 실토하더라고요. 호텔이 문을 다 닫아 그곳에 공급하던 자영업자들은 지금 수익을 낼 수 없다면서요. 돼지를 키우는 가축농은 호텔에 공급하던 돼지고기 수요가 갑자기 중단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라면서 말입니다.
당분간 불황이 심각하게 계속될 것이라면서 관광지 사람들은 아주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관광객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랍니다. 우리가 갈 당시 발레아레스 제도 확진자 수는 하루 0명과 1, 2명 정도의 수준이었답니다. (요즘 스페인에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초창기와 달리 검사 수준이 좋아지고, 검사 수도 높아져 더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마요르카를 처음 방문해 몰랐었는데 여러 번 오간 남편 말로는 마요르카는 여름에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이 붐볐다고 합니다. 제가 느낀 지금의 마요르카는 정말 한산하더라고요! 해변에서도 사회적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은 물론이거니와 좀 걸어서 닿는 해변에서는 아예 사람들이 없더라고요. 오직 요트를 타고 한가하게 해변과 해변을 항해하는 요트객들이 눈에 띌 정도였답니다.
사람들이 자주 갈 유명한 성당이나 박물관, 도시보다 우리 가족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자 자연공원이나 UNESCO 세계 인류 자연유산인 트라문타나(Tramuntana) 등을 보면서 여행을 했답니다. 정말 아름답고 사람이 없어 더 여유를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지요!
마요르카의 유명하고도 가우디의 손길이 느껴지는 성당 산타 마리아 (Catedral-Basílica de Santa María de Mallorca)성당도 제한된 시간에만 개방하고, 쇼팽이 머물었던 도시 발데모사(Valldemosa)도 사람들이 약간 붐볐지만, 철 지난 여름 휴양지 같은 느낌이 날 정도로 많은 식당과 가게가 문을 닫았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방문의 목적은 친구 만나서 시간 보내는 일로 의미를 두었지요. 18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 친구의 남편과 아이들도 보고......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를 알아가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번 여름에는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여름의 해변을 맘껏 놀게 하는 것도 목적이었지요.
이 두 목적은 코로나-19에 많은 걱정도 했지만, 사람 없는 곳으로 다니다 보니 안심이 되었답니다.
대체의학으로 발마사지사 수십 년 경력의 제 친구입니다.
마요르카 지역 신문에 기사가 나가 제가 친구 사진 여러 장을 찍어줬습니다(얏호~!)
친구 방문 중 허리가 삐걱해 하루 고생했는데요,
친구의 마사지 덕분에 금방 치료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답니다.
(이미 신문에도 이 사진 나갔으니 여기서도 올려봅니다)
평소에는 바글바글 사람들로 차서 발 디딜 틈도 없다는 해변은 정말 한가했어요.
물론, 날씨가 좋은 날에는 꽉 찬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 지역 현지인들이 온다고들 하더라고요.
물고기 잡겠다며 노는 아이들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노는 아이들
많은 분들이 지금 스페인 사정이 여행하기에 어떻냐고 물어보십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스페인 까딸루냐 및 아라곤 지방에서는 코로나 확산 조짐이 보여 다시 봉쇄정책으로 퇴행 모드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걸 말씀드립니다.
"아직 스페인 여행은 이르다!"
그런데도, 봉쇄 해제 후 우리 가족처럼 자연을 보기 위해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다니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은 좀 보였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어글리 관광객도 눈에 보여 지역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됐지요. 특히 마요르카섬에서는 유명 관광지 바나 카페테리아의 일시적 봉쇄를 하기도 했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술 취해 추태 부리는 사건이 발생해 지역 사회에서 코로나-19 여파로 더이상의 추태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성명서까지 내기도 했답니다.
클럽 문화로 몸살을 앓고 있던 이비사 주민들도 오랜만에 여유로운 이비사를 보게 돼 좋다며 한편으로는 긍정적으로 의견이 모이기도 했답니다. 물론 장단점은 다 있기 마련이지요!
아무튼, 지금 천혜의 자연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을 맞는 발레아레스 제도! 사람이 적어 자연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이 코로나-19 때문에 자중하며 여행해야 하는 그 신중함도 있어야겠습니다.
스페인 코로나 상황은 초창기와 달리 이제 안정적으로 검사와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산 키트 검사기 도입,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안정화되면서 검사 시간도 빨라졌고, 검사 건도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확진자 접촉자의 무증상자의 검사도 속속 이루어지면서 숨어있던 확진자 발견돼 확진자 수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답니다. 아무튼, 어서 코로나 잡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우리 가족은 무사히 마요르카 여행을 마치고 지금 2주 셀프 자가격리에 들어가 있답니다.
하지만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 덕분에 크게 힐링하고 온 여행이었습니다~
위의 사진들 데이아(Deià) 마을의 이곳저곳, 우리가 갔을 때는 외부인이 거의 없었답니다.
더 자세한 여행담을 알고 싶으신 분은 산들무지개의 유튜브 채널로 놀러오세요~
그곳에 몇몇 여행 영상을 올려뒀습니다.
조만간 블로그 포스팅으로 우리 가족이 본 흥미로웠던 곳 몇 곳 올려볼게요.
고맙습니다.
오늘도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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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김산들 저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로 검색하시면 다양한 온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전국 서점에도 있어요~~~!!!
e-book도 나왔어요~!!! ☞ http://www.yes24.com/Product/goods/72257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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