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시는... 요즘 제가 수영을 나가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고산 올라가기 전에는 수영을 계속 다녔는데요, 고산에서는 물도 찾을 수 없고, 가까운 수영장이 1시간 30분 거리에 있어 다니기가 무척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산에서는 수영을 전혀 하지 못했어요. 물론 여름에 마을 수영장이 열려, 가끔 가기는 했지만, 수영 강습과는 좀 다른 여름 나기 휴가 스타일의 수영장이라 실질적인 수영 연습은 하지 못했답니다. 그렇게 고산에서 살면서 수영을 못한 지는 15년이 넘는 것 같아요. 하~! 이 나이!!! 😅 마냥 20대 중반 같은데... 신체는 벌써... 오십을 향해 가고 있으니...
그래서 이번에 새로 이사 온 곳에서 수영을 다시 시작하는데요, 처음에는 무척 적응하기가 어려웠어요. 특히 호흡이 불안정하여 안정적으로 숨 쉴 때까지 리듬을 갖추느라... 물을 많이 마셨습니다. 😂 뭐 어때요? 다들 그렇게 다시 시작하거나 시작하는 거죠!!! 시작은 잘못이 없습니다.
관련 글: 2024.09.27 - [소소한 생각] - 스페인 새집 이사 온 후 40대 후반부 끝에서 다시 시작하는 운동 |
같이 수영 강습을 받는 사람은 다섯 명에서 여섯 명으로 늘었어요. 아침 오전 시간대라 수영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어서 저는 무척 다행입니다. 저녁 시간대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해요. 아침 시간대여도 주부들이 많이 오는 수중 에어로빅은 어마어마한 장사진을 이루긴 하는데... 저는 수영을 체계적으로 다시 하고 싶었어요.
일단 수영 배우는 사람 중 세 명은 수영 초보이고, 저 포함해 나머지 세 명은 수영을 어느 정도 익힌 수준입니다. 그래서 레인을 두 개로 나눠 연습하고 있습니다. 제 라인에서 함께 수영하는 사람들은 다들 잘하긴 하는데... 특히 젊은 남성은 수영을 꽤 잘해서 항상 우리들 앞에서 제일 먼저 출발합니다. 제가 그 뒤를 따라 다음에 출발하고 마지막에 나이 드신 남성분이 저를 따라온답니다. 그런데 강사님이 갑자기 우리 세 명을 또 두 그룹으로 나눴어요.
젊은 남성(에헴... 대학생이라고 함)과 저, 그리고 나이 드신 분... 이렇게 코스 로프 사이에 두고 두 그룹으로 나눠 수영을 하라는 겁니다. 솔직히 저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하는 수영이라 너무 힘들어서... 이게 웬 날벼락??? 하면서 힘들어했죠.
젊은 학생은 수영을 너무 잘해서, 제가 따라가기에도 벅찬데... 자꾸 따라가라고 시킵니다. 이것 참...... 왜? 하필 잘하는 사람에게 붙여준 거야? ㅋㅋ 물론, 잘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실력이 더 향상되는 건 맞지요. 하지만, 체력이 좀 따라줘야 되는 건데.... 저를 너무 좋게 봐줬나 봐요. 그래서 수영 강사에게 그랬죠.
"아들아~ (Hijo mío, 스페인에선 나이 드신 분들이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하소연식으로 붙이면서 첫 마디를 이렇게 시작합니다 😅), 내 나이가 지금 몇인데 이렇게 잘하는 사람 옆에 붙여주면 힘들어 죽어 나가요~"
물론 농담이지요! 그러자 대뜸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물어봅니다.
"도대체 나이가 몇인데 그러세요?"
세상에! 나이 얘기는 하기 싫은데... 체력이 달리니 솔직히 고백은 해야 하겠지요. 좀 천천히 해도 될 나이이니까....
"내 나이가 지금 35인데...... 나 보다 젊어 보이는 데......."
오~~~! 수염 덥수룩한 우리 강사 나이가 35세! 세상에! (지금 육아 휴직 내고 복직해 전에 있던 여자 강사님과 교체되어 오신 분입니다) 생긴 모습은 스파르타인이 나오는 영화의 얼굴입니다. 완전 스파르타인 저리 가라는 고전적인 얼굴에 35세라고 하니... 좀 나이 많은 40대 중반으로 봤습니다. 얼마나 힘들게 연습을 시키는지 저절로 스파르타식 수영 강습이 되었지요.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스파르타인이라고 놀려줬어요.
"내 나이는 이제 50을 향해가는 40대 후반에 있어요."
함께 수영 연습을 하던 동료들이 깜짝 놀랍니다, 그렇게 안 보인다면서...!
사실, 요즘엔 흰머리도 보이고, 좀 나이 든 티가 나서 제 구독자님들은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고 감상평을 적어주시긴 했는데, 이곳에선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하긴, 여기선 30살 조금 넘어도 새치 머리 있는 사람들이 흔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수영모를 쓰니 흰머리가 보이지 않아 그런 걸까요? 어쨌거나 이렇게 젊게 봐준 수영강사 덕분에 기분이 좋긴 했지만, 그 덕분에 젊은 동료와 같은 속도로 수영을 해야 하는 제 처지가 좀...... (그래도 열심히 연습할 수 있으니까 좋은 거야! 아니, 이 나이면 천천히 해도 되는 것 아니야? 뭐 두 가지 속삭임으로 갈등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한국인이라 당한 오해? 편견으로 제가 더 수영 연습을 했다는 사실, 오늘은 요런 소소한 에피소드로 여러분과 함께 했습니다.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하세용~~~ 이제 나이 제대로 알았으니 천천히 연습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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