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은 참 신기한 꽃입니다. 그 이름부터 제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백일 동안 붉게 핀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꽃이 한 번 피면 쉽게 시들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빛을 유지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네요. 그런데 정말 지금 11월 중순인데 우리 [산들랜드]에는 백일홍이 피어 있습니다. 너무 늦게 심은 이유도 있겠지만, 비 오고 난 후 더 싱싱하게 피어있는 듯해요.
처음에는 50cm 높이로 자라더니... 요즘엔 껑충 커서 1m가 넘습니다. 꽃대가 바람에 흔들려 이리저리 움직이는데도 꽃은 쉽사리 시들지 않고 버팁니다. 그러다 시들면 다른 봉오리가 또 나오고, 그 봉오리가 꽃이 되어 시들면 또 다른 꽃봉오리가 나오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마지막 인사를 하는 듯 시커멓게 마른 꽃이 인사를 하고 있지만 말이에요.
올해 처음 키워보니 정말 마음에 드는 꽃이었어요. 아마도 내년에도 심을 듯합니다. 내년에는 텃밭과 집 근처 두 군데 다 심어야겠어요. 이렇게 꿋꿋하게 버티면서 아름다움을 오래 선사하는 꽃은 처음이었습니다.
가냘파 보이는 꽃대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꽃은 그리 오랜 시간 동안 무얼 위해 흔들리는지...
가끔 어떤 벌은 꽃잎을 먹어치우더라고요. 어떤 곤충은 꽃 위를 돌아다니며 뭔가를 열심히 하고... 정말 오래도 견디면서 피어있구나 싶었습니다.
꽃잎도 다양한 색과 모양이라 얼마나 다채롭던지요! 확실히 보는 즐거움이 대단한 꽃이었어요.
홑겹으로 된 꽃도 있고,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층층이 꽃도 있고... 무엇보다도 꽃 안쪽에 피어있는 노란색 꽃수술이 너무 특이하고 예뻐 보였습니다.
어쩌면 이 꽃은 우리에게 흔들리면서 견디는 세월에 대한 용기를 주려고 오래 피어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도 백일홍과 비슷한 순간들을 마주할 때가 있어요.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 의해서 내 삶이 엉망이 될 때도 있고, 꺾이는 순간도 있겠지요. 그러나 백일홍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꽃을 또 선보이며, 다음 시간을 준비하며 오래 버팁니다. 저는 그런 모습에서 우리 삶도 엿보았어요. 어려운 시기를 견디며, 흔들리더라도 끝까지 빛을 발하는 힘을 키우는 우리의 삶... 그래서 백일홍을 볼 때면 나는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떠올리곤 합니다. 마치 “너도 할 수 있어” 속삭이듯이...
그래서 내년에도 이 꽃과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지중해 건조한 기후에서 끝까지 잘 살아남아줘 정말 행복했다!!!"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행복과 사랑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혹시 밭에서, 정원에서 기르기 좋은 꽃이 있다면 추천 좀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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