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제게는 바로 일본입니다.
뭐, 일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일 거에요. 게다가 오래전에 저도 한국에서 나와 지금은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으니 더 멀어져 모를 수도 있지요. 한국과 일본 사람이 비슷하면서도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을 이곳에 살면서 저는 느낀답니다. 특히 일본인 친구를 알면 알수록 더 모른다는 사실이 사실로 다가옵니다. 일본에서 생활하기 전에는 전혀 모를 것 같은 것이 일본인의 습성 같기도 하답니다.
그래서 스페인에서 살면서 본 일본인은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여기서 인간적 매력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요. 물론, 한국인도 포함됩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라" 내지, "하나를 알면 열을 알 것이오", "괜한 말은 하지 말고, 침묵을 지켜라", "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깊게 생각하여 행동하라", "혼내(진짜 마음이라네요)를 숨겨라" 등등 말입니다.
하도 말을 하지 않으니, 여기선 바보 취급당하기 일쑤입니다. 충격적인가요?
아닙니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빙빙 돌려 말하며, 싫을 때는 무조건 좋다고 하여 스트레스받는 것은 사실은 한국인과 일본인이 많습니다. 그래서 전 이곳에서 배운 것이 감정적 표현을 솔직하게 하고, 싫든 좋든 사실대로 현상을 표현하는 것이 큰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당연히 생활 습관도 스페인식으로 바뀌게 된답니다.
'내가 선물하면 너도 계산하여 선물해야 한다'는 일본식 습성을 들인 친구도 변하게 된 것도 당연하고요. 내가 정말 주고 싶어 준 물건에 친구는 철저히 계산하여 며칠 후, 그에 상응하는 선물을 나에게 줄 때, 조금 충격을 받기도 했답니다. 아! 나는 그냥 해주고 싶은 선물이었는데...... 그런 십년지기 일본 친구도 요즘 새로 보니 완전 스페인 여인이 다 되었답니다. 하지 않던 말을 폭풍 수다로 내뱉거나, 예의 차려 끝까지 있지 않아도 될 장소에서는 먼저 뜨는 일도 있고...... 싫은 소리도 하고...... 참 신기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실감할 정도였지요.
그런데 작년,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한국 친구는 일본에 15년 넘게 살고 있던 친구였죠. 아들까지 장성하고...... 정말 대견한 친구입니다.
(친구야! 알라븅~~~♥!)
우리 집에서 열심히 수다 폭풍에 한국식 우정을 나누면서 없는 이야기, 있는 이야기, 정말 재미있게 지내며,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까르르 웃고, 그렇게 잘 지내다 갔답니다. 그런데 이별하기 마지막 날, 친구는 갑자기 빵~~~ 터지는 행동을 하여 깜짝 놀랐습니다.
갑자기 둘이 두 손을 잡고 앉아 정말 고마웠어, 우리 또 만나자, 다시 보자, 하면서 하염없이 이야기하다가 친구가 갑자기 제 앞에서 정색하고 무릎을 꿇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아니, 제가 백화점 모녀처럼 갑질한 것은 아니고요, 도대체 왜 무릎을?
헉?! 도대체 왜?! 무릎을?!!!
"아니, 너 왜 이러니? 갑자기?"
저는 떨리는 목소리로 친구를 거의 안을 듯 자세를 바꾸게 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화들짝 놀란 듯이,
"어머머! 주책이야. 내가 미쳤나 봐. 여긴 일본이 아니지!"
하면서 하하하 웃는 것입니다.
사진 www.kimono-club.org
아~~~ 알고 보니 일본에서는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이 상대방 앞에서 무릎 꿇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네요.
그 후에 비스타베야에 사는 준꼬 씨에게 물어봤더니 그런 말을 해주더라고요.
아이고, 역시, 그 나라 가면 그 나라 법을 배운다고......!
내 친구도 역시 일본에서 오래 살더니, 친한 친구 앞에서 무릎까지 꿇는 모습을 보여주었군요. ^^ 감사의 표현이 참 독특하구나, 그때서야 일본이 실제로 느껴졌네요.
여러분,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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