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말도 많은 담뱃값 인상과 그에 관련된 사재기 현상, 그리고 뒤늦은 흡연장소의 찬반 논란,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나라는 담배 관련, 흡연과 금연의 과도기 앞을 지나고 있는 듯도 합니다. 제가 2000년대 초기 스페인에 정착하면서 이와 같은 모습을 일찍이 봐와서 아마도 이런 느낌이 나지 않나 싶습니다.
자고로 그 당시 스페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논란에 휩싸였었지요.
담뱃값을 인상하고, 흡연장소의 제한, 담배 살 때에는 신분증 제출, 미성년자의 흡연을 강력히 막는 것과 함께.... 점점 흡연자의 자리를 좁혀갔지요.
아니! 세상에! 바에서의 흡연을 금지하다니?!
그 당시에는 정말 믿을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금연이었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남성들이 스페인 바(Bar)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담배 피우며 축구를 응원했기 때문이죠. 상징적인 이런 행동은 자욱한 담배 연기가 없어서는 안 될 것이었죠. 그때 스페인 남성 흡연자들의 저항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그런데 지금 시간이 지나면서 습관화되니 당최 옛날 일은 잊고, "아니, 어떤 사람이 바에서 담배를 피워?" 하며 더 놀라고 있답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입니다. 식당, 카페테리아, 바, 회사, 사무실, 등 폐쇄던 공공장소에서는 절대적으로 금연이랍니다. 아예 흡연석이 없어졌지요.
유럽에서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공공장소에서의 담배 피우기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야외에서도 말입니다. 한 번은 오스트리아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어느 기차역에서는 야외 플랫폼에 흡연자실을 따로 놓아두었더군요. 야외에서 흡연하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요? 그런데 여러분, 괜찮지 않습니다.
스페인 같은 경우에는 야외일지라도 어린이가 많은 놀이터, 학교 앞, 병원 앞 등....... 이런 곳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큰 벌금형에 처하게 된답니다. 특히 학교 앞에서 걸린 사람들 소식을 많이 들어 여러분도 스페인에 오시게 된다면 이 점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
우리의 유럽 친구들도 담뱃값이 오르면서 큰 타격을 당연히 받았지요.
그런데 '다른 형태'로 담배를 피우면서 그 타격을 극복할 수 있었답니다.
일단 한국 보건복지부의 헬스플랜 2020에 따르면 흡연율을 최소 29%까지 낮추기로 했다는데요, 그래서 가격을 무려 2,000원 정도 인상한 것이라는데요, 한국에서의 담뱃값이 고가 담배가 5,000원 이상, 중가 담배가 4,500원 ~ 5,000원, 4,500원 미만은 저가 담배로 나타나더군요.
그렇다면 스페인의 담배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무작위로 살펴본 담뱃값입니다.
처음 가격은 에스탄코의 가격이며, 뒤의 가격은 다른 일반 가게의 가격입니다.
이 가격에 세금 80센트 정도를 더하시면 실제 판매 가격이 나옵니다.
사진 캡쳐: preciotabaco.com
그냥 무작위로 살펴본 담뱃값이 싼 것은 3. 95유로, 즉 6,000원 정도이고, 4.50유로, 즉 6,750원 정도가 되겠습니다. 6,000원에서 7,000원 정도가 저가 담배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값도 스페인 공식 담배 가게 에스탄코(Estanco)에서 판매하는 가격이며, 일반 가게에서는 더 비싸게 판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결론은 한국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는 소리이지요. 실제로 우리나라 담배 가격은 OECD 평균 담배값 6.4 달러(약 7,600원 정도)의 3분의 1수준이었다고 합니다. 1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비싸게 올리니 그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서서히 올리면 안되었나? 월급이랑 같이 올리면서......)
제 주위 친구들의 담배 피우기를 이제 본격적으로 알려드릴게요. 어찌보면 비싼 담뱃값에 대항한 개인 만의 처절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순전히 기호에 따른 흡연 방법일 수도 있고요.
비싼 담뱃값에 대처하는 친구들의 흡연 방법!
우리 비스타베야의 페페 아저씨 흡연 방법은......
저는 페페 아저씨가 담배 피우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의외였습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한 모금 피는 재미로 담배를 피운다는 고백을 하셨을 때 말입니다. 아니, 그럼 무슨 담배를 피워요? 하고 묻자,
나는 담뱃값이 비싸서 내가 재배해서 피워~~~
사진: www.saludalia.com
헉?! 정말 페페 아저씨답습니다. 자급자족을 꿈꾸는 이상주의자답게요.
담배를 심고, 잘 말려서 부셔서 피우는 형태가 페페 아저씨의 담배 피우기입니다. 그럼 담뱃대가 있어야겠죠? 아닙니다. 담뱃대 없어도 스페인에서는 담배 말이 종이와 필터를 따로 구입할 수가 있답니다.
필터만 살 수 있습니다.
필터 160개가 들어있는 봉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담배를 아예 피우지 않기 때문에 이 포스팅을 쓰기 위해 친구들을 졸졸 쫓아다녔답니다.
이것은 담배 마는 종이입니다.
이것도 따로 살 수 있습니다.
얇은 종이로 끝에 풀 처리가 되어 있어 침만 바르면 접착할 수 있습니다.
페페 아저씨는 이렇게 자신이 직접 재배하여 담배를 피우는데요, 집에서 직접 재배할 수 없는 다른 친구들은 어떤 방법으로 담배를 피울까요? 네, 개비 담배를 피울 수도 있고, 위의 사진처럼 마는 담배, 각련을 봉지 째로 살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스페인에서는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마는 담배 판매율이 약 50% 이상이 올랐다고 합니다. 2
지난가을에 놀러 온 제 프랑스인 친구입니다.
프랑스도 담뱃값 비싼 것은 마찬가지이지요.
스페인에서 예쁜 담배 지갑을 구입하고 자랑하려고 내놓은 것을 제가 사진으로 포착했습니다.
담배 지갑에 마는 종이도 끼워 잘 정돈하여 담배를 피우네요.
이 친구가 이런 마는 담배를 선호하는 이유는,
일단은 자연적인 것이라 좋다네요.
(자연적인 것이라 무조건 좋다는 뜻이 아니라,
그래도 자연 상태에 제일 가깝지 않으냐가 이 친구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다 한눈팔면 불이 금방 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흡연을 적게 할 수 있어 좋다네요.
이 친구는 담배 중독이 아니라 페페 아저씨처럼 아주 가끔만 피우며 즐기는 스타일이랍니다.
위의 사진은 모로스 - 크리스티아노스 축제로 유명한 알코이(Alcoi) 출신의 건축가 친구의 모습입니다.
이 친구도 저를 위해 특별히 담배 마는 연출을 해주었는데요,
신기한 것은 필터가 아닌 두꺼운 도화지를 찢어서
돌돌 말아 필터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필터까지 절약하는 정신이 대단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종이를 말아 풀이 발라져있는 접촉 부분에 침을 발라 돌돌 말아 피운답니다.
유럽에서는 이 마는 담배가 아주 많이 대중화되었습니다. 가격이 비싸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러 번,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말아 피울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가격이 저렴하게 나온다네요. 또한, 마는 것이 귀찮은 사람을 위한 쉽게 말아피우는 기계도 있고, 또 여러 가지 기구도 있어 신기하기도 하답니다.
스페인 담배 가게, Estanco에서는 다양한 기구와 담뱃대 등을 판매하기도 한답니다.
비스타베야 아저씨들이 어느날 단체로 산 '마는 기계'......
거짓말 아니고, "정말 신기하다!" 하면서 제가 감탄을 하니,
그 다음날 라이몬 아저씨와 알프레도 씨가 이것을 사서 제게 자랑을 하더군요.
그런데 신기한 것 제가 보여드릴까요? 체코 여행 중, 체코 친구가 제게 선물한 것이랍니다. 체코에서도 이런 마는 담배가 대중적으로 이용되어 이런 신기한 기구가 있다는 것을요.
바로 요겁니다.
이것이 무엇일까요?
메이드 인 체코슬로바키아가 적혀 있는 물건인데요.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하기 전에 만들어진 오래된 물건이지요.
친구 왈, 자신의 할아버지께서 사용하시던 것이라네요.
짜잔! 이렇게 펼치면
작은 숟가락으로 담배를 퍼서, 이미 말려진 종이에 넣습니다.
그리고 저 긴 이쑤시개 같은 것으로 콕콕 눌러주고요,
마지막으로 끝이 둥근 것으로 다져준다네요.
참 신기하네요.
각 나라별 마는 담배를 위한 기구들이 다양한 것을 보니 말입니다.
아무튼, 오늘의 주제는 유럽 친구들이 비싼 담뱃값에 대처하는 담배 피우기 방법을 알려드렸습니다. 역시 담배가 점점 비싸지니 이곳에서는 마는 담배가 대유행이 되었네요. 수동을 좋아하는 유럽인에게 이런 마는 담배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수동보다는 이미 다 완성되어 나온 제품을 선호하는 한국인에게는 과연 이 "마는 담배(각련)"가 대중화될까요?
제가 아는 한국 친구가 어느 날, 흡연을 줄이기 위해 이 마는 담배를 샀답니다.
"나, 이제부터 담배 적게 피울 거야. 그래서 이 마는 담배를 샀어. 마는 게 좀 더디니까 흡연이 줄지 않을까?"라고 했지만, 역시나...... 한국인 근성답게........
"으악! 나 어떡해? 담배 줄이려고 이 마는 담배 샀는데, 글쎄 나도 모르게 담배 피우면서 다음에 피울 담배를 말아 준비하고 있는 거야! 벌써 10개비째 만들고 있어!"
하하하! 이런 일화가 전해지면서 앞으로의 담배 논쟁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지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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