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다

한국의 '착한가격'이 부담스러워..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4. 11. 1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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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값싸고 양 많으면 좋다고 하던 시절을 지나......

무조건 친절하고 서비스 잘하는 곳에서 당연하듯 소비자 권리를 누리던 시절을 지나.....


지난번, 한국의 택배 서비스 관련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스페인에 비하면 서비스도 뛰어나고, 빠르고, 그래도 정확한 이 한국 택배 시스템이 좋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어느 한 독자님께서 (뒷) 배경에 관한 정확한 진단으로 저를 고개 숙이게 했습니다. 바로 그렇게 좋은 서비스 시스템이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최고를 위해 뛰고 있는지 말이지요.


특히, 노동자의 환경과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소비 경쟁 시대에는 더 말입니다. 


제가 블로그를 하면서 한국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를 처음 보고 신기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랐던 단어가 바로 '착한 가격'이었습니다. 착한 가격이라고? 아마도 값싼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답니다. 실제로 단어를 찾아보니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란 뜻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뜻과는 반대되어 있더군요. 현대 사회에서는 태도에 초점을 맞추고, 결과에 집착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착한 사람, 착한 가격, 착한 무엇무엇...... 즉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그 수고로움 뒤에 오는 결과의 한 형태로 말이지요. 


그것을 처음으로 보고 느낀 것이 외국인 교수님들과 함께 한 도자기 비엔날레였습니다. 


제가 한국 이천 비엔날레에 초대되어 유럽 등지에서 온 외국인 교수들을 지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한국 도자인들이 전시 판매하는 곳 투어가 있었는데요,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도자에 반한 교수들이, "원더풀!"을 외치면서 가격을 물었습니다. 



다기 세트의 가격이 예상외로 (엄청나게) 쌌습니다! 


수공예인데 왜 이렇게 싸지? 



그러다 시간이 지나...... 우리는 한국 지인의 공방에 초대되어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전시, 판매하는 곳과는 달리 창고 비슷한 공방에서 아름다운 도자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손수 만들어져나온 도자기 그릇 하나가 (자동화 된) 공장에서 나온 가격과 비슷하게 팔리는 것을 본 외국인 교수가 놀라더라고요. 



와우! 이렇게 싼값으로 팔리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하나요? 



한국 지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줄곧 물레를 돌리고,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격이 비싸면 팔리지 않기 때문에 일명, '착한 가격'으로 책정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중노동을 해야 먹고 살 만하다는 것이 한국 도예가의 사정이었답니다. 



▲ 위의 사진은 예를 들기 위해 올린 것입니다. 



아무튼, 이 사건을 계기로 '착한 가격'보다는 '공정 가격'이라는 단어가 제게는 참 마음으로 와 닿습니다. 



서비스받는 입장에서는 아주 좋지만, 서비스를 시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노동 가치가 전혀 매겨지지 않는 것이 이 '착한 가격'의 현 모습입니다. 


한국에 다녀온 유럽 친구 중 한 명은 한국 채소 값이 굉장히 비싼 것을 신기하게 여기더군요. 더 신기한 것은 채소 값이 그렇게 비싼 데에도 불구하고 식당의 밥값은 왜 그렇게 저렴한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착한 가격의 식당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입니다. 호박 하나가 겨울에 삼사천 원, 브로콜리가 싸면 구천 원, 양배추 반쪽이 오천 원 뭐...... 그런 식으로 계산되니 밥 한 끼(한식)가 오천 원인 것이 신기하게 생각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식당의 노동 인력은 가치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여겨져 그 착한 가격이 터무니없게 느껴졌을 겁니다. 


스페인에서도 이 착한 가격이 참 인기를 끕니다. 자라, 망고, 프리마크 등 싼 의류 회사 옷도 엄청나게 좋아하지만, 요즘에는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값싼 노동력 착취(중국, 방글라데시의 값싼 노동 인력)로 돈을 번 회사들이라는 인식으로 말이지요. 오히려 깨어있는 사람들은 이런 가격보다 '공정 무역'을 더 선호한답니다. 노동자에게 제대로 가치가 환산되어 돌아가는 무역 말입니다. (뭐, 제가 무역이나 시장에 대해 잘 몰라 하는 소리일 수도 있으나, 적어도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은 합니다.)


물론, '착한 가격'이 주는 유혹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를 풍요하게 합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저는 이 '착한 가격'이 소비 시대의 횡포로 보인답니다. 오히려 공정한 가격으로 공정한 수준의, 공정한 값을 주고, 공정한 가치를 매길 수 있는 나라가 더 풍요롭지 않은가 싶답니다. 노동자가 비굴하게 보이지 않고 가치가 충분히 보상되는 그런 사회 말입니다. 한국이 '가장 살고 싶은 나라 순위'에서 몇 단계 올라갔다는 기사를 보고 이 부분을 좀 생각해보았네요. 


착한 가격보다 공정 가격을 매기는 착한 기업이 늘고, 착한 농부에게 충분한 보상이 되는 공정 가격이 요즘 꽤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 착한 일꾼이 노동의 가치를 공정하게 받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소비자도 너무 착한 가격에 열 올리지 마시고, 이런 공정 가격을 생각해보심은 어떤지 소소히 생각해보네요. 


오늘 또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즐거운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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