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아이들이 찾아낸 어린 새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4. 8. 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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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따라 계절따라...... (사색)


마드리드에서 남편의 사촌 동생 가족이 놀러 왔다. 도시에만 사는 동생의 아이들은 어느새 탐험가가 되어 우리 어린 세 딸을 데리고 모험을 나섰다. 가방에 작은 물병을 챙기고 마치 저 먼 미지의 숲이 정글이라도 되는 듯 나섰다. 


한참이 지났을까......


한 아이가 "큰일 났어요! 큰일! 새가 하늘에서 그냥 떨어져서 떨고 있어요!" 외치면서 달려오는 것이다. 


그래? 한 번 가보자. 


어린 야생 비둘기가 매의 공격을 받았는지 정신 못 차리고 누워있었다. 

웃옷을 벗어다 파닥거리는 새를 감싸 집으로 데리고 왔다. 자연공원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보여주니 살 가망성이 없단다. 목이 비틀어져 내가 보기에도 안쓰럽게 축 늘어져 있었다. 


그러나, 



세상에 난 모든 생명, 살아갈 기회는 한 번쯤 신이 허락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에게 새를 보여주며 이 야생 비둘기, 그러나 하늘의 길을 따라나선 철새를 설명한다. 



스페인어로 Torcaz(학명, Columba palumbus)라는 철새 비둘기로 이베리아 반도에 주로 거주하는 새다. 유럽 내를 오가는 형태로 살기도 하지만 지역적 짧은 이동을 하는 그룹도 있다고 한다. 지금은 사냥철이 아니지만, 곧 사냥철이 시작되는 가을에 이 새들은 사냥꾼의 공격을 가장 많이 받는다. 



곧 죽을 것 같아......, 남편은 나에게만 중얼거렸다. 


그래도 어린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빛을 보고 죽어간다고 말할 수는 없었나 보다. 


 

어떤 형태로도 이 세상에 태어난 생명은 소중한 것! 

다시 살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열심히 하늘을 날아오르리라!


"우리, 이 상자에 넣어 새가 살도록 도와주자! 내일이면 하늘을 날것이야!"


그렇게 상자에 죽어가는 어린 새를 넣었다. 

(그리고 남편은 다음 날 아이들 몰래 어린 새를 땅에 묻어주었다. 생명의 순환이 아주 작은, 아주 작은, 티끌 같은 우리 생에도 펼쳐지고 있음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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