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우리 집에 온 '무단침입자'를 풀어주기까지..

산들무지개 2014. 9. 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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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시댁이 있는 발렌시아 도시를 다녀오고 난 후였습니다. 

앗! 나무 주걱에 무엇인가가??? 어쩐지 이상하게 변해있었답니다. 

뭣이야? 앗! 이것은?



이것은......




이것은 쥐가 갉아 먹은 흔적이었습니다. 


아아아악! 우리 집에 쥐가 들어왔어!!!


여태까지 쥐는 닭장이나 창고에만 들어왔었지요. 그래서 다섯 마리 고양이가 잘 해치우고 처리해주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우리가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 어느 녀석이 들어와 고약한 짓을 해놓고 갔을까요? 


그래서 우린 쥐덫을 놓기로 했답니다. 


아니, 무서운 쥐덫 말고요. 옛날 제가 어렸을 때 할머니 집 마루에서 쥐덫에 발이 걸려 죽는 줄 알았답니다. 그래서 덫에 걸려 아파하는 동물들이나 사람이나 참 싫었습니다. (실제로 스페인에서는 이런 스타일 쥐덫을 사용해 사냥하는 것은 완전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위의 그림처럼 톱니바퀴에 꽉 물리면 아프겠지요? 저런 식 쥐덫은 정말 아파요.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쥐덫은? 쥐망입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포획망!!! 한마디로 우리는 이 쥐를 포획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저 포획망 속에 대롱대롱 소시지 한 조각을 잘라 달아두었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도 걸리지 않고, 이틀이 지나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보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걸리지 않았습니다. 혹시, 우리가 오해하는 것 아니야? 저 나무 주걱이 사용하지 않아 말라 비틀어져 갈라진 것은 아닐까? 뭐 이런 생각도 오가더군요. 


그러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 아침, 어떤 큰 것이 들어왔는지 탁!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아이들 등교하기 전이었거든요, 그래, 큰 것이 걸렸구나!!! 하고 조심히 가봤더니, 글쎄....... 


아주 작은 생쥐 녀석이 포획망에 걸려들었던 겁니다. 


너무 작아 이런 작은 쥐도 있나, 의아해 했지요. 쥐 걸릴 때를 대비해, 마음 단단히 먹고 있었는데...... 쥐 보면 팔짝 뛰는 연습도 했었는데...... 쥐 보면 무섭다고 으악! 하고 외칠 준비도 했었는데...... 이것은 너무 작아...... 그리고 귀여워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너 너무 귀여우면 안 되잖아? 하면서 까만 눈을 보았어요.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등교할 준비로 부엌에 내려와 본 생쥐에 그만 정신이 홀딱 빠져버리고 맙니다. 


"엄마! 너무 귀여워. 고양이한테 주지 마! 그냥 풀어주자."


큰딸이 그러는 거에요. 에고고...... 아빠가 잡히면 고양이한테 선물로 주자고 한 것을 기억해낸 것이지요. 


"으응...... 그래? 그럼 아빠 오면 같이 결정하자."


그리고 오후가 되어...... 







아빠가 왔다!!! 아빠가!!!


과연 이 생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고양이에게 던져질까요? 아니면, 그 유명한 풀어주기 의식을 할까요? 

짐작하셨듯이 고양이에게 홰에엑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집에서 멀리 떨어진 산너머에 산책가서 풀어주기입니다. 


이유는......


남편 왈, 


"아이고, 고생했다. 고양이 다섯 마리 있는 집에서 이렇게 작은놈이 살아남았으니 더 살아갈 이유가 있어! 넌 앞으로 자유가 주어졌으니, 저 들판에서 재미있게 살으렴! 생쥐는 나쁜 쥐가 아니야. 도토리를 먹고, 낱알을 먹으면서 사는 들쥐일 뿐이야. 이 쥐가 도토리를 주워다 숨겨놓으면 도토리가 봄날 씨를 틔우고 새싹이 자라 나무로 자라날 수가 있거든. 나무가 자라면 인간에게 이로운 산소를 공급해주잖아? 아무튼, 이 생쥐도 지구 환경에서 아주 중요한 놈이야. 특히 들판에 사는 자유주의자 생쥐는 말이야."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이런 생쥐 풀어주기 의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앗! 올해는 운이 좋아 사진까지 찍었네요? 




아빠와 아이들, 우리 식구는 집에서 떨어진 곳으로 산책하러 갑니다. 



적당한 장소를 발견하여 아이들과 함께 의식을 치릅니다. 



산들 양이 쥐덫 망의 입구를 엽니다. 



생쥐가 어리둥절 한 바퀴 돌더니 입구를 발견하고 잽싸게 나갑니다. 



적당한 바위틈을 찾으려고 합니다. 



드디어 찾아 저 돌담 구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이들은 한참을 그곳에 앉아 다시 나올까 안 나올까 하는 양 지켜보았답니다. ^^



이렇게 하여 우리는 생포한 생쥐를 놓아주는 의식을 마쳤답니다. 요즘 세상에 이 쥐라는 작자들, 참 무섭지요?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 세상은 인간이 밀착해 사는 도시형 세상이기 때문에 요 쥐들이 옮기는 병의 피해를 적잖이 받아왔습니다. 더러운 도시 외곽의 숨은 곳에 몰려 사는 쥐들...... 지하형 쥐 떼가 어딘가 모르게 사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우리 지구의 시골 쥐는 좀 다르네요.


물론, 닭장 낱알 모이를 훔쳐먹기도 하지만요, 대부분 자연에 의지해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사는 놈들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생쥐이지만, 일부러 죽일 구실을 찾지 못해 이렇게 자연으로 풀어준 것이랍니다. 어떤 이는 섬뜩하다고 하실 분 있으실 테지만, 우리는 관념 속에 존재하는 쥐에만 얽혀 그런 듯합니다. 이렇게 눈을 돌려 지구 안의 작은 생명체를 보다 보면 분명 존재할 어떤 이유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에헴, 각설하고...... 


우리 아이들도 고양이에게 쥐를 던져주지 않아 아주 만족한 하루였답니다. 

오늘도 인터넷이 느려 어렵게 사진을 올렸습니다. 

즐겁게 포스팅 봐주셨으면 하트 뿅뿅(♥.♥) 공감으로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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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어머니와 합창단 시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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