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아이들 손에 들어간, 35년 된 아빠의 장난감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5. 4.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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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스페인 시댁에서 가족 모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보는 사촌들과 함께 신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놀았답니다. 

봄햇살이 얼마나 따뜻한지(나중에는 뜨거워 식탁을 그늘로 옮기면서 말이지요.) 

마당에 식탁을 차려놓고 그렇게 식사하면서 즐겼습니다. 

아이들은 놀다놀다 지치기도 하나 봅니다. 


저렇게 아빠의 아이스박스를 나중에는 가지고 놀지 뭐에요.

그러다 갑자기 아이들 할머니가 그러십니다. 


"자! 이거 가지고 놀아. 이제 이 장난감 주인은 이거 가지고 놀지 않거든."

하면서 가지고 온 작은 상자를 여십니다. 



시어머니께서 고이 간직하고 있던 이 작은 상자에는 글쎄 작은 인형들이 가득 있었습니다. 


남편은 두 손을 양 뺨에 갖다 대면서 으악! 소리를 지르더군요. 


"아! 저거 내 장난감이야!"

하하하! 마흔 셋의 남편이 저런 소리를 하니 좀 이상했습니다. 


"당신 장난감이야?"


부러웠습니다. 시어머니께서는 남편이 아주 아꼈던 35년 전의 장난감을 버리지도 않고 

저리 잘 모셔뒀으니 말이에요. 

친정 엄마는 제가 제일 아끼던 미미인형과 라라인형을 버리셨습니다. ㅠ,ㅠ 

중학생이 되어도 잊지 않았던 제 장난감이었는데......

손수 만든 인형옷도 참 대단했었는데......

우리가 이사 가면서 엄마께서 버리셨지요. 

나중에 알고 얼마나 버럭 화를 냈는지......

지금 남편 장난감 보니 참 부러웠습니다. 



아이들은 좋다고 몰려 들어 하나둘 장난감을 꺼냅니다. 



히야! 35년 전이라......

강산이 세 번 바뀌어도 이 인형들은 상자 속에서 고스란히 있었겠네요. 

남편과 그의 동생들이 아우성입니다. 

"엄마! 이 인형 저 주세요."

시누이가 달라 조르자, 남편이 난리입니다. 

"안돼! 이거 내 거야."

하하하! 

어른들이 지금 장난감 때문에 작은 실랑이를...... ^^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어느새 집도 짓고 차에 주유도 하고......



지금 어른이 된 장난감 주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떠억 놀라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아직까지 있었다니! 얼마나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옛 향수가 많았는지......"



추억을 되돌아보는 산똘님이 부러웠습니다. 



한쪽에서는 그럽니다. 

"이 장난감, 수집가들에게 팔면 엄청나게 받을 거야."



하하하!

"안 돼! 이 장난감은 내 거야."

그러자 서방님도 그러십니다. 

"내 것도 좀 있는 것 같아. 어디 자세히 봐야겠어." 

서로 윙크하면서 농담합니다. 

아이들은 아무 소리 없이 묵묵히 놀기만 하는데 

어른들이 더 난리입니다. 



길 잃은 모녀(자)돼지. 

이제 서로 만났네. 

어두운 상사 속에서 몇 십 년을 헤어져있었네~~~ 



정교한 자동차. 

알고 보니 산똘님은 자동차 수집광이었다네요.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자동차도 꽤 되었습니다. 

한 곳에 모아둘 수 없어 그렇지 모으면 꽤 될 겁니다. 


지금 산똘님은 맥주 수집광이 되었습니다. ^^

 


그 당시 초호화 자동차였다는......!



그 당시 최신 유행 자동차였다는......! ^^


남편이 어린아이가 되어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자기 장난감을 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 

우리도 이런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시간 속에 그렇게 추억을 묻고 앞으로만 갑니다......

시간은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산똘님은 한시라도 젊을 때 즐기자고 하더니......


아이들 고사리손에 들어간 아빠의 장난감을 보니 

그 시절이 참 빨리도 지나가는구나 싶습니다. 

저 장난감이 35년 전, 한 소년이 가지고 놀던 것이라니......! 

신기합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즐겨요. 

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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