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여름 방학을 맞아 마을의 '여름 학교(escola d'estiu)'에 다니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여름 학교는 마을 시청에서 담당하며 모니터 요원들이 아이들을 상대로 '한 철 같이 놀아주는 행사'입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것을 보면, 만들기, 색칠하기, 동네 산책하기, 산행, 공놀이, 화분에 씨 심기, 그리고 수영이 있습니다.
여름 한 철에만 시행하는 여름 학교는 4주간 지속하는데요, 아침 10시에서부터 오후 2시까지 적당하게 아이들에게 놀이를 제공한답니다. 그래서 엄마들도 좀 편하게 있을 수 있죠. ^^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 우리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노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아이들이 알아야 할 생존법이 떠올라 그랬습니다.
젊었을 때 저는 안전불감증이 있었습니다. 수영할 줄도 모르고 네팔 트레슐라강 래프팅마저 다녀온 사람이지요. 인도의 카슈미르에서는 하우스보트에서 지내면서 유유히 보트 타고 호수를 건너는가 하면, 태국 상어섬에서는 산호초 바다를 유유히 보트 타고 가다 (그것도 혼자서) 절벽 같은 낭떠러지(바닷속 낭떠러지)가 확 보이는 수면에서 식겁한 적도 있었구요. 이런 모습을 본 남편이 제일 이해 못 한 것이 왜 수영도 못하면서 강심장으로 이 모든 것을 하려고 하는가? 였습니다. 그 후, 크게 반성하고 수영을 여러 해 배웠습니다.
남편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이 트레슐라강 래프팅에 갔습니다. 수영 못 하는 저에게 남편은 이런 충고를 하더라고요.
"만약 보트에서 떨어지면 죽은 사람 포지션을 해라."
그 당시 스페인어 쓰는 남편이 영어로 죽은 사람 포지션이라고 하니 참 어색했습니다.
알고 보니 스페인에서는 아주 대중적으로 쓰이는 말이었습니다.
"Hacerse el muerto en el agua."
해석하자면 물에서 죽은 척해라~!
죽은 척을 하라고? 물에서 사람이 죽으면 어떤 포지션이 되지?
"아니, 아니...... 마음 편히 갖고 하늘 보고 누우란 소리야."
누워라? YES......! 물 위에 누우라는 소리였습니다. 편안하게 하늘 보고 누워서 물살따라 흘러가라는 겁니다. 절 보고 나무토막처럼 누워있으라고 말했습니다. 아니? 노자, 장자의 이야기를 들었나? 나보고 나무토막이 되라니?! 남편의 말로는 나무토막처럼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다 보면 물가에 닿게 된다는 겁니다.
자고로 이 사람은 9살부터 18살까지 발렌시아 산악회에 가입하여 한 달에 한 번 꼭 캠프교실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산으로, 들로, 계곡으로, 바다로...... 그렇게 산행 및 산책을 하면서 배우기 힘든 생존법 같은 것을 그곳에서 배웠다고 합니다. 부럽다~! 죽은 사람 포지션은 사람이 물에 뜨기 가장 쉬운 방법이라네요. 하늘 보고 둥둥 누우면 된다는 말......
저는 처음에는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이 이치에 와 닿았습니다. 아무래도 남편은 (스페인 사람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캠프 교실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을 유용하게 저에게도 응용했고, 저도 수영을 배우면서 그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작년에는 우리 큰 애가 수영을 배우는데, 자꾸 수영 강사가 배영만 시키는 겁니다.
'수영 배우라고 보냈는데 배영만 왜 시키지?'
▲ 우리 아이가 여름학교에서 배우는 수영 생존법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들이 가장 편안하게 물속에서 힘 안 빠지고 생존하는 방법이 "그냥 누워있는 것"이라네요. 사실, 저도 수영을 배웠기 때문에 수영 못 할 때, 물 속에 빠지면 정말 물귀신처럼 악착같이 구하러 온 사람을 끌어당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끌어당기는 과정에서 에너지 쏙 빠지고...... 정말 물도 많이 마시고 장난 아니지요. 그런데 배영, 아니 누워있는 법을 배우면 그 에너지도 절약하고 숨도 고르게 쉴 수 있고 또 입이 열려 말까지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참조할 사항은 스페인에서도 수영 강사에 따라
가르치는 법이 다양함을 말씀드립니다.
요즘은 급류에 휘말려 사고를 당하는 것보다 이렇게 사람 많은 수영장에서 아이들 사고가 가장 자주 일어난다네요. 어른들이 한 눈 파는 사이에 당하는 사고들 말입니다.
아하! 그래서 서양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물속에서 자연스럽게 눕는 방법을 가르쳐주는구나! 하고 그때 알았습니다. 어떤 비디오를 보니, 아장아장 걷는 아기가 부모가 외출 후 혼자 수영장에 나와 놀다 빠져버리고 맙니다. 그런데 그 아기는 허우적대지 않고 바로 물 위에서 누워버리고 맙니다. 누워 울면서 가끔은 쉬면서 아빠를 부릅니다. 아기는 그렇게 안정된(?) 자세를 하고 끊임없이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러다 5분 후, 아빠가 나타나 아기를 구출합니다.
만약 아기가 눕는 방법을 몰랐다면 5분은 아기에게 치명적인 시간이 되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 비디오는 그냥 설정 비디오로 생존법에 대한 가상 비디오인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 우리 아이들은 물에서 안전한가? 물 위에서 눕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과 동시에 생존 수영법을 배우면서 물 위에 뜨는 방법도 가르쳐주면 금상첨화겠습니다.
그래도 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법, 사람 많은 수영장이나, 안전해 보이는 얕은 물에서도 항상 조심해야겠지요?......, 아이들이 구명조끼나 구명 튜브를 착용했다고 해도 절대로 한눈 파서는 안 되겠습니다.
또한, 어른들도 이 방법을 배우면 좋지 않을까요? 앗!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는 어려우니 꼭 훈련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가에게 배우면 더 좋고요~~~!!!
올해도 여전히 수영 생존법을 배우고 있는 아이
오늘도 즐거운 하루~!
'뜸한 일기 > 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페인 고산, 동네 수영장에서 꼬맹이 친구 생일 맞이 (13) | 2015.09.03 |
---|---|
아빠가 버리려던 물건, 장난감으로 변신~! (10) | 2015.08.28 |
스페인에서 아이 이가 빠졌을 때 어떻게 할까요? 지붕에 던질까요? (15) | 2015.05.27 |
아이들 손에 들어간, 35년 된 아빠의 장난감 (38) | 2015.04.30 |
스페인에서 방과 후, 시골 엄마들이 뭉쳐 하는 일 (22) | 2015.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