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스페인-한국 커플의 다문화 가정입니다.
임신과 출산으로 한국에 올 기회가 없었던 우리 가족은 5년 만에 방문하여 아주 즐겁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즐거웠다면 거짓말이고, 간혹 간혹 보이는 문화적 차이나 변화에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스페인으로 돌아간 후, 우리 네 모녀는 한 달을 더 한국에서 보내기로 했는데요,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가 좀 수월치 않아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어디 큰마음 먹고 가는 여행이라 택시는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기 위한 최대 수단이었고 말이지요.
그날도 그랬습니다.
할머니집에서 우리 네 모녀는 시외버스에서 내려 언니네 집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캐리어 짐도 있었고,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택시를 타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일단 기다리던 택시에 올라탔습니다.
"트렁크 문 좀 열어주세요."
짐이 있으니 트렁크는 열어야 네 사람이 다 안전하게 좌석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택시 기사는 흘끗 우리를 보더니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보통 택시 기사들은 참 친절하며 환영하는 분위기였는데, 저는 직감적으로 이 아저씨가 우리에게 뿜는 비호감 감정을 느꼈습니다.
"OO 아파트 101동 앞에 세워주세요~!"
하고 부탁을 했습니다. 차는 20여 분을 가자, 아파트 단지 앞에 우리를 세우면서 그럽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는 들어갈 수 없어요. 여기서 내려서 걸어 들어가셔야 합니다."
이러는 겁니다.
"왜 안돼요? 짐도 있고, 아이들도 있는데, 경비실 아저씨께 어디까지 가신다고 하면 들어가셔도 될 텐데요?"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이런 말씀을 드렸죠.
"안 돼요. 요즘 한국 바뀌어서 단지 내에는 들어갈 수 없어요. 여기서 내리세요. 그리고 들어가도 돌아 나올 때가 없어요."
하는 겁니다.
"어? 돌아 나올 공간은 충분한데......"
어? 정말 그런가....... 짐도 꽤 되고 어린아이들 셋을 데리고 단지 경비실에서 우리 도착지까지 걸어서 150m 정도 되는데...... 무더운 여름에 정말 그런 것일까? 저는 아저씨 말씀만 곧이곧대로 믿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세 아이를 데리고 걸어가는데 아! 한국이 변했구나...... 택시 단속하는 아파트도 있구나, 하면서 아파트에 들어왔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주위의 사람들에게 이야길 했더니, 사람들이 그럽니다.
"그 택시 기사 누구야? 휴대폰으로 사진이라도 찍어놓지? 이건 완전히 불친절한 택시 기사인 걸....... 외국 사람티가 나니 일부러 그런 것 같아. 아파트 단지 내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택시가 어디 있어? 정말 그렇다면 누가 택시를 타느냐고? 외국인 티가 나니 귀찮아서 여기서 내리라고 한 것 같은데?"
이런 이야기를 대부분 해주셨습니다.
여러분, 정말 그런 것일까요?
묘하게 기분 나쁜 불친절을 당하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묘한 감상에 젖게 되었습니다.
정말 택시로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 있는가, 하고 말이지요. 물론, 택시로 들어가지 못하는 개인 주택도 있겠죠. 그런데 그 사건 이후, 계속 살펴봤더니, 콜택시를 불러도 아파트 단지 안까지 들어와 우리를 기다리고, 또 세워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당한 그 거부는 불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작은 불친절이 아이들이 혼혈 티가 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 택시 기사 개인의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씁쓸했네요. 그러게, 사람 사는 곳은 다 이런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라지만, 내가 당하고 나니, 모욕감이 들었습니다. 외국에서도 인종차별을 경험하는 한국인이 많을 텐데, 한국에서도 이런 인종차별 느낌을 받으니, 같은 한국 사람이면서도 묘한 느낌이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당하고 나니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물론, 개인의 문제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다른 외국인이 당한다면 된통 인종차별이라고 여길만한 요소가 있네요.)
암튼, 오늘은 소소한 생각 한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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